재공모 나서면 사장 공백 6개월 넘어갈듯…2017년 청문회 도입 후 시의회 영향력 커져
#SH공사의 업무와 논란 살펴보니
SH공사의 전신은 1989년 2월 설립된 서울시도시개발공사다. 서울시도시개발공사는 설립 당시 △토지의 취득·개발·공급 △서민을 위한 아파트 건립·관리 △서울시가 지정하는 재개발 사업 △기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위임하는 사업 등의 업무를 취급한다고 밝혔다. 이후 몇 차례 법이 개정되면서 주택건설사업 시행 법적 지위와 도시재개발 사업시행 법적 지위 등을 확보했다. 2004년 사명을 SH서울주택도시공사로 변경했다.
현재 SH공사의 주요 업무는 도시계획 사업, 주거복지 사업 등이고, 서울시장의 승인을 받은 해외 건설 사업에도 참여한다. 은평뉴타운, 위례신도시 등이 SH공사의 대표적 작품이며 임대아파트 ‘SH빌’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서울시의 사업 계획을 지원할 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서울시 송파구에 완공된 대형 유통단지 가든파이브다. 가든파이브는 서울시가 2000년대 중반 청계천 복원 사업을 실시하면서 청계천 인근 상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현재 가든파이브 내에는 NC백화점, 현대시티몰 등 대형 유통업체도 입주해 있다. 그러나 가든파이브는 공실률이 높아 SH공사의 실패사례로도 꼽힌다. SH공사는 올해 2월 가든파이브 툴동 상가 5층 업무시설을 일괄 매각하는 등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들어 SH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 SH공사에도 불똥이 튄 것. SH공사는 지난 4월 15일 내부 조사 결과 임직원 투기 의혹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월 28일 투기 의심사례 21건에 대한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히면서 “(피의자는)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공무원, LH 직원, SH공사 직원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밖에 SH공사가 시행한 택지지구에서 부동산 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월 SH공사 직원 3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LH와 마찬가지로 SH공사 내부에서도 쇄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SH공사는 지난 4월 26일 부동산 윤리교육 관련 비대면 직무강좌를 개설했다고 밝혔고, 지난 5월 31일에는 ‘본부별 청렴도 제고대책 임원보고회’를 개최해 청렴 의지를 다졌다. 황상하 SH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임원보고회를 통해 SH공사의 청렴 추진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고, 간부진부터 직원들이 본받을 수 있는 청렴 솔선수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아 전 의원 SH공사 사장 내정 파문
문제는 김세용 전 SH공사 사장이 지난 4월 7일 사퇴한 후 4개월째 사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어 내부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사장 후보로 내정된 김현아 전 의원도 사퇴함에 따라 SH공사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사장 재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서류전형, 면접, 인사청문회 등의 과정을 모두 마치기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수장 공백 기간은 6개월이 넘어갈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5일 김현아 전 의원을 SH공사 사장으로 내정하고, 시의회에 인사청문회를 요청했다. SH공사 임추위는 김현아 전 의원과 정유승 전 SH공사 도시재생본부장을 후보자로 추천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 전 의원을 낙점했다. 김 전 의원은 국민의힘 출신이지만 주거복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임추위에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현아 전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부동산 네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논란에 휩싸였다. 다주택이 불법은 아니지만 김 전 의원이 과거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현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를 지적한 전력이 있다 보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현아 전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지금보다는 내집 마련이 쉬웠다”며 “주택 가격이 올라 자산도 늘어나는 일종의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해명하면서 4채 중 2채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김현아 전 의원처럼 다수의 주택을 챙기지 못한 대부분의 무주택 서민은 당연한 특혜조차 챙기지 못한 것인가”라며 “전 국민 중 부동산을 4채 이상 가진 가구는 고작 0.8%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도 김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서민주택 공급 책임자를 임명하면서 다주택자를 임명하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한 인사권 행사”라며 “기존주택을 매각한다고 그 잘못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오세훈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김현아 전 의원의 SH공사 사장 임명을 강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현아 전 의원은 지난 8월 1일 “SH공사 사장 후보자에서 사퇴한다”며 “저를 지지하고 비판한 모든 국민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SH공사 사장 선임 절차는?
SH공사 사장은 SH공사 임추위가 총 2명의 후보자를 서울시에 추천하면 서울시가 최종 내정자를 낙점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서울특별시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SH공사 임추위는 서울시장이 추천하는 인사 2명, 서울시의회 추천 인사 3명, SH공사 이사회 추천 인사 2명,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오세훈 현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서울시의회 전체 의석 110석 중 101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임추위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영향력이 국민의힘보다 더 강한 구조다.
과거에도 SH공사 사장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있었지만 인사청문회를 진행하지 않아 세간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2012년 SH공사 사장에 취임한 이종수 전 사장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대표로 있었던 ‘아름다운 가게’ 후원자였다. 2014년 취임한 변창흠 전 사장도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2017년 협약을 맺으면서 SH공사 등 서울시 산하 투자기관 사장 취임 시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기로 했다. SH공사의 첫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2018년 취임한 김세용 전 사장이었다. 당시 김 전 사장은 자격 관련 지적을 받았다. 맹진영 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 의원은 김 전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김 전 사장은) 교수 출신이어서 거대 공기업을 이끄는 데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며 “교수는 현장 또는 시장과 멀고, 수직적인 인간관계에 익숙하며 갈등관리 경험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외에는 별 다른 논란이 없어 서울시의회는 김 전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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