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0대 이하 접종일정 집중, 글로벌 제약사 생산차질 우려, 국가별 백신 불균형 ‘걸림돌’
#분기별 계약의 한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누적 그래프를 보면 한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일정 기간 완만하게 상승하다 특정 기간에 이르러 급격하게 높아진다. 4월 15일부터 5월 27일까지 서서히 상승해 1차 접종률이 7.8%에 이른다. 이 기간(43일) 일일 평균 접종률이 고작 0.18% 수준이었다. 그리곤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6월 20일에는 29.2%로 급상승한다. 이 기간(24일) 동안 일일 평균 접종률은 약 0.9%였다.
그리곤 다시 그래프가 서서히 움직인다. 누적 1차 접종률이 32.9%를 기록한 7월 25일까지 35일 동안 일일 평균 접종률은 약 0.1%로 급격히 낮아진다. 그리곤 50대 접종이 시작된 7월 26일부터 다시 그래프 기울기가 상승해 8월 5일에는 1차 접종률이 39.6%에 이르렀다. 이 기간(11일) 동안 일일 평균 접종률은 약 0.61%이다. 이런 추세가 추석연휴가 있는 9월 중하순까지 이어진다면 50여 일 동안 전국민의 30%가 더 1차 접종을 해 정부 목표인 3600만 명(70%)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코로나 백신 접종 현황 누적 그래프의 특징은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들과 분기별로 도입 물량 계약을 체결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2분기 계약 물량이 5월 말부터 6월 중하순 사이에 집중적으로 들어왔고 3분기 계약 물량 역시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국내로 도입되기 시작해 9월에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분기 초중반까지는 백신 국내 도입이 미미하게 이뤄지고 그 이후 집중적으로 들어오는 보릿고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9월 중하순이나 10월부터 다시 백신 공급이 급격히 줄어드는 보릿고개가 올 수 있다.
#모더나 196만 회분 도입 연기
1, 2분기까지만 놓고 보면 분기 말이나 중반 이후로 국내 도입이 집중되는 한계는 있었지만 계약된 백신 물량이 분기 내에 도입되기는 했다. 문제는 3분기다. 3분기 도입 계약 물량은 8000만 회분(4000만 명분)이다. 이 가운데 7월에 공급된 백신 물량은 908만 회분이다. 질병관리청은 8월에 2860만 회분의 백신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초 정부는 7월에 1000만회 분이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었는데 모더나 백신 196만 회분의 도입이 8월로 미뤄지면서 약간의 차질이 빚어졌다. 그리고 3분기 말인 9월에는 분기 도입 물량의 절반이 넘는 4200만 회분이 도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돌발 상황이다. 이미 7월에도 돌발 상황으로 55∼59세 모더나 백신 사전예약 첫날인 7월 12일 대혼란이 벌어졌다. 백신 확보 물량 부족으로 15시간 30분 만에 예약이 중단된 것. 그 여파는 결국 모더나 백신 196만 회분의 도입이 8월로 연기되는 상황으로 연결됐다. 정부와 모더나 사의 월별 계약에 따르면 7월 국내 도입 계약 물량은 304만 회분이었는데 이 가운데 196만 회분이 도입되지 못한 것이다.
당시 돌발 상황은 모더나 사의 유럽지역 생산차질 여파 때문이다. 모더나 사는 제조공정상 문제가 발생해 생산이 여의치 않아 7월 계약 물량을 한국으로 보내지 못한다고 통보했다. 그렇다고 계약 위반은 아니다. 도입물량을 분기별로 계약하고 이후 월별, 주별 물량은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라 7월에 공급하기로 했던 백신 물량을 3분기인 9월까지만 공급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돌발 변수가 또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9월로 접종 시점을 집중시켜 놨다. 1777만 3190명이나 되는 18~49세 연령층 백신 접종일정을 8월 26일부터 9월 30일까지로 몰아 놓은 것. 주말과 휴일도 없이 매일 50여 만 명에게 접종해야 하는 상황인데 만약 돌발 변수로 접종 일정에 다시 차질이 빚어지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8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9월까지 36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목표를 앞당겨, 추석 연휴 전까지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9월 도입 예정 물량 4200만 회분 가운데 3분의 1인 1400만 회분 정도만 추석 연휴 이전인 9월 17일까지 도입되면 가능한 수치다. 그렇지만 모더나 사의 유럽지역 생산차질과 같이 글로벌 제약사가 돌발 변수에 부딪혀 백신 수급 상황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9월 도입 예정 물량 4200만 회분이 순차적으로 도입되지 못하고 9월 셋째, 넷째 주에 집중 공급돼도 계약 위반은 아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될 경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9월 셋째 주는 추석 연휴가 끼어 있다.
#가격 상승도 영향 미칠 듯
문제는 우리 앞에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가 아닌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백신 접종 상황이 매년 되풀이될 수도 있다. 그만큼 2022년도 백신 계약이 시급한 상황이다.
외국은 이미 계약 체결을 마무리하는 등 2022년도 백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2022년도 화이자 백신 1800만 회분을 계약했으며 EU는 2023년까지 쓸 수 있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확보했다. 일본도 7월 2022년도 백신 5000만 회분을 계약했다. 이처럼 백신 접종률이 높은 다른 나라들이 2022년 백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만 늦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8월 4일 정례브리핑에서 “(2022년도 코로나19 백신) 도입은 초기 단계가 아닌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mRNA백신을 중심으로 전 국민이 1회 접종하는 양으로 대략 5000만 회분의 구매 계약이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이는 전국민 5200만 명 가운데 6세 미만 아동을 제외한 5000만 명 정도를 대상으로 한 물량이다. 이기일 제1통제관은 “허가 연령과 부스터샷(추가 접종) 사용,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대해 충분히 고려한 물량”이라고 밝혔다.
다만 백신 도입 가격은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외신은 화이자는 5% 이상, 모더나는 10% 이상 올려 EU와 계약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정부 역시 내년 백신 구매 계약이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도 돌발 변수는 존재한다. 고소득 국가와 최빈국 사이의 백신 공급에 심각한 불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들은 2022년치 백신은 물론이고 올해 사용할 부스터샷 백신까지 확보했으며 이미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다. 반면 아직 백신 접종률이 10% 미만인 국가들도 많다.
8월 4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이미 전 세계 백신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한 일부 국가들이 3차 접종까지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9월 전까지 선진국들이 부스터샷 접종에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미국은 저소득 국가 백신 공급과 미국 내 3차 접종은 상충하지 않는다며 WHO 방침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미 이스라엘은 8월 들어 60세 이상 연령층의 부스터샷을 시작했으며, 영국과 독일도 9월부터 고령자와 면역력이 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칫 우리가 이런 논란의 사이에 끼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장처럼 선진국들은 부스터샷을 강행하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저소득 국가 백신 공급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대한민국을 비롯한 그 중간에 있는 국가들의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한 터라 계속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국산 백신 개발이 절실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8월 2일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안정적인 공급기반이나 타 제약사와의 협상 문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을 고려할 때 어떤 형태로든 자국 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백신을 보유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아직 국내 기업의 백신 개발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정부는 어느 정도 국내 제약사의 백신 개발 관련 임상 결과가 나오면 선구매를 진행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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