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영 황제’ 드레슬 2종목 세계기록 경신…우상혁·황선우도 각각 한국·아시아기록 작성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린 2020 도쿄올림픽은 신기록이 많이 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선수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꺾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고 특히 높은 기온과 습도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받았다. 이를 우려해 경보와 마라톤 종목은 도쿄가 아닌 삿포로 지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전 대회에 뒤지지 않는 각종 기록들이 양산됐다. 지난 7월 25일 호주 수영 대표팀의 여자 400m 계영 세계신기록(3분 29초 69)을 시작으로 개막 14일차인 8월 5일 기준, 32개의 세계신기록과 194개의 올림픽기록이 나왔다. 각각 27개와 91개가 나왔던 2016 리우올림픽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종목별로는 조정(8개), 사이클 트랙(7개), 수영(6개), 육상(4개) 등에서 새로운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뉴질랜드의 여자 조정 페어, 이탈리아의 여자 조정 더블 스컬, 아일랜드의 남자 조정 더블 스컬, 중국의 여자 쿼드러플 스컬, 이탈리아와 독일의 남녀 사이클 트랙 단체추발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신기록을 작성했다.
세계신기록 작성으로 주목받는 선수 중 대표적인 선수는 남자 수영의 케일럽 드레슬(미국)이다. 드레슬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수영 강국 미국의 새로운 '수영 황제'로 등극했다. 자유형 50m와 100m, 남자 혼계영 400m 등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5관왕에 올랐다.
신기록도 작성했다. 접영 100m(49초 45), 혼계영 400m(3분 26초 78)에서 기존 세계기록을 깼으며 자유형 50m(21초 07)에서는 올림픽기록을 경신했다. 이외에도 여자 계영 400m(호주), 여자 계영 800m(중국), 여자 배영 200m(남아공) 등에서 신기록이 작성됐다.
악조건에서도 기록이 많이 나오는 원동력으로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뿐 아니라 스포츠 과학의 발달이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 기록들이 다수 나온 조정, 사이클, 수영, 육상 등은 장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조정 보트, 사이클 종목의 자전거, 수영복, 육상 스파이크 등은 신소재 기술 등 첨단기술이 접목돼 기존 기록을 갈아치우는 데 한몫을 했다.
대회 환경의 변화도 신기록 작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대회 육상에서 좋은 기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로 '트랙'이 지목됐다. 트랙과 필드 종목에서 선수들이 발을 디딜 때마다 충격을 흡수할 뿐 아니라 에너지를 유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스타로 떠오른 우상혁도 '트랙 효과'를 언급했다. 그는 "트랙이 좋으니까 좋은 기록이 나온다"면서 2m 35cm를 넘어 24년 만에 높이뛰기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최종 4위에 오르며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트랙과 필드 종목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수영의 황선우도 신기록 작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에서 47초 56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7년 만에 단축된 아시아신기록이다. 자유형 200m에서는 1분 44초 62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이자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작성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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