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선수 양첸 착용한 머리핀 큰 인기…스포츠 선수들 발언 새긴 그릇도 화제
‘사격의 신성’ 양첸은 도쿄 올림픽 1호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랐다. 양첸은 금메달을 하나 추가해 2관왕에 올랐다. 왕첸의 실력 못지않게 이목을 사로잡은 게 있었다. 바로 왕첸이 시합 때 착용한 오리 모양 머리핀이었다. 왕첸은 이 머리핀을 꽂고 금메달 시상대에도 올랐다.
온라인에서 헤어 액세서리를 파는 천겅핑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양첸이 우승을 확정지은 후 1시간 만에 오리 모양 머리핀이 한 쇼핑몰에 올라왔다. 중소 상인의 놀랍고도 신속한 반응이었다. 주인공은 온라인에서 헤어 액세서리를 파는 천겅핑이었다.
천겅핑은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머리핀만 눈에 들어왔다. 양첸이 금메달을 딴 후 머리핀이 잘나갈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천겅핑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이 머리핀 판매를 시작했다.
머리핀 판매가 1만 개가 넘어서며 물량이 부족해지자 천겅핑은 직원을 도매시장으로 급히 보냈다. 오리 모양, 또는 그와 비슷한 머리핀을 쓸어 담아오라고 지시했다. 또 양첸이 머리를 묶었던 당근 모양 머리끈도 판매 물품에 추가했다. 언론과 인터넷 등에 양첸 액세서리가 계속 화제를 모으면서 천겅핑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보통 핫이슈로 떠오른 물품은 1시간 이내에 판매목록에 오른다. 24시간 내에 재생산에 들어가야 흥행 성공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검색 순위에 오른 뒤 며칠이 지나 뛰어들면 소용이 없다. 발 빠른 업체들은 이미 주문을 마친 상태”라고 했다.
중국 최대 도매시장인 이우시장은 과거 90%가량을 해외에서 물건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이젠 전자상거래를 대상으로 하는 업체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검색 순위를 따라가기 바쁘다. 최근 이우시장이 생산해낸 양첸의 머리핀은 하루 50만 건에 달한다. 1초당 6건이다. 한 전문가는 “이우시장 상인들은 올림픽 경제를 빠르게 만들었고, 새로운 소비 패턴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광둥 지방에서 도자기 공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차이융쉰은 젊은이들 트렌드에 맞는 도자기로 유명세를 끌었던 인물이다. 1990년생인 차이융쉰은 최근 올림픽 스타로 떠오른 선수들의 발언이 새겨진 그릇을 내놨다. “새우튀김이 먹고 싶어요(가장 먼저 무엇이 먹고 싶느냐라는 질문에 양첸이 답한 말)” “내 별명은 작은 대포(남자 역도 금메달리스트 리파빈)” 등이다.
차이융쉰은 “올림픽 용사들이 전선에서 뛰는 모습을 보며 내 스스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장면을 기록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를 모방한 제품들이 쏟아졌다. 올림픽 선수들의 말이 새겨진 그릇, 쿠션, 휴대폰 케이스 등이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올라갔다. 차이융쉰은 “소비자들이 천편일률적인 것보단 개성 강한 제품을 선호한다”고 했다.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지켜보던 판옌쥔은 TV 화면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개막식에 등장한 자전거가 자신이 팔고 있는 것과 외형이 흡사했기 때문이다. 여러 번 확인해본 결과 그 자전거는 판옌쥔 회사인 진화에서 생산한 것이었다. 그는 흥분해서 주위에 이를 알렸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진화는 중국 최대 건강 레저 업체 중 하나다. 자전거, 러닝머신, 마사지 관련 제품을 생산한다. 올림픽 시작 후 진화의 매출액은 크게 늘었다. 올림픽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디지털경제 싱크탱크의 후치무 연구원은 “올림픽 경제 중 나타난 활약상은 국가 산업 발전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상인들이 갈고 닦은 기술, 디지털 활용 등이 올림픽을 맞아 꽃을 피웠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바이두가 발표한 ‘도쿄 2020 올림픽 검색 빅데이터’에 따르면 개막 후 올림픽 관련 검색어는 개막 전보다 170% 늘었다. 배구, 수영, 탁구, 배드민턴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 주를 이룬다. 일례로 탁구 라켓 판매는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 증가했다. 선수들이 입었던 유니폼, 운동화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 역시 매출액이 대폭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1990년대생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연령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중국 경제의 주요 소비층이다. 상인들의 ‘올림픽 마케팅’이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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