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일 1설화, 최재형 준비 안된 모습…당내의 홍준표·유승민 ‘흘러간 가수’ 취급받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은 없는 법. 너무 많은 가수들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면서 좌충우돌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히트곡이 가장 많다는 톱 가수는 무대 안팎 곳곳에서 ‘입방정’ 논란에 휩싸이고, 목청이 좋아 영입한 또 한 명의 톱 가수는 도무지 히트곡이 터지질 않고 있다. 히트곡도 있고, 무대 장악력도 뛰어난 당 내부 가수들은 일찌감치 원로 취급을 받으면서 팬들의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윤석열, 1일 1설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세론을 형성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정치 초보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말실수를 연발하면서 국민의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놓치지 않고, 집중 공격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8월 4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윤 전 총장에게 맹폭을 가했다.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일본 총리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질타했다.
윤 전 총장이 7월에 이뤄진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소득층이 부정식품이라도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사실도 8월 2일 뒤늦게 알려지자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을 난타했다. “건강과 위생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빈부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냐”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 발언은 인터뷰 당시에는 기사화되지 않았지만 전문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여권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뒤늦게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과 갈등을 이어온 추미애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가난한 자에게 부정식품 먹을 권리를 달라는 말인가”라며 윤 전 총장 발언을 파고들었다.
윤 전 총장 측은 “자유주의 경제학의 관점에서 단속 기준을 과도하게 높여 처벌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선택권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취지였다”며 여권의 공세에 대해 “어이없다”고 반격했지만 파장은 컸다.
윤 전 총장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 이른바 ‘120시간 노동’ 논란까지 만들어냈었다. 민주당은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주 98시간 노동을 했는데 아유슈비츠로 가자는 말이냐”면서 공세를 가했다.
8월 2일 윤 전 총장 강연 때 발언 역시 또다시 여당의 공격감이 됐다. 국회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 모임에 나가 강연했는데 이때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저출산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윤 전 총장은 8월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제가 앞으로 좀 많이 유의할 생각이다”라면서 몸을 일단 낮췄다. 그러나 기자들이 또 구설 관련 질문을 던지자 중간에 말을 끊으면서 “같은 질문은 좀 그만하시고, 다른 거 하나만 (질문받겠다)”이라고 발언, 감정조절이 안 되는 모습까지 드러냈다는 평가도 낳았다.
윤 전 총장 태도 점수가 나쁘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진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8월 2일 국회 의원회관을 돌면서 인사를 한 윤 전 총장과 5분가량 비공개 대화를 나눈 뒤 기자들 앞에서 “다리를 조금만 오므리시라. 이건 정말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했다. 양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는 윤 전 총장의 ‘쩍벌’ 버릇을 지적한 것이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연이어 난타당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을 두고 “솔직 담백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내지만 “경계 모드로 들어가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윤 전 총장에게 너무 기대서는 안 된다는 말도 뒤를 잇는다. 국민의힘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8월 2일 윤 전 총장이 의원회관을 다니면서 입당 인사를 했는데 사전 방문 예고가 없었던 터라 국회의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국회 보좌진 익명 게시판에 올라왔다. 더욱이 의원이 자리에 없고 보좌관만 있었던 방은 그냥 지나치는 식이어서 솔직히 실망했다는 내용의 글까지 게재됐다. 정치판은 작은 매에도 장사가 없는데 윤 전 총장이 말과 행동에서 대세론 후보답게 정제되고 조심스런 태도가 필요하다.”
#최재형, 히트곡은 언제쯤
윤 전 총장이 매일 실수를 한 방씩 낸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치 참여 선언 한 달이 되도록 “한 방이 없다”는 곤혹스런 지적에 직면했다. 그는 6월 28일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속전속결로 7월 7일 정치 참여를 선언했고 8월 4일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고품격 인물론’을 강조하면서 최 전 원장을 띄우던 정치권 인사들의 예상과 달리 ‘확 뜨는’ 모습을 연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정치권 인사들은 그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애를 먹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첫 행보에서 화려한 컨벤션효과를 만드는데 실패했고, 이는 언론의 무관심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최 전 감사원장은 7월 17일 부산을 찾아 지역 당원들과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정치 첫 발걸음’을 뗐다. 이날 행보는 여러 가지 포석이 깔린 준비된 행사였다. 자신의 연고지라 할 수 있는 부산·경남(PK)을 찾아 보수 핵심지지 기반인 영남의 맹주는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평당원으로서 낮은 곳에서 겸허하게 출발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었다. 또 부인을 동행시키면서 ‘처가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윤 전 총장과 차별화 효과를 얻겠다는 판단도 깔려있었다.
더욱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을 동행시켜 최재형 인품론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도 노렸다. 김 의원은 최 전 원장의 법조계 후배이면서 최 전 원장과 같은 입양 가족이다. 최 전 원장과 김 의원은 각각 2명과 1명씩 아이를 입양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최 전 원장은 나무랄 데 없는 스토리를 가진 분이다. 그런데 첫 행보인 환경정화활동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이 모이기 힘든 행사였고, 말도 많이 꺼내놓지 못했으며, 2시간 내내 똑같은 장면만 연출돼 언론의 카메라도 다양한 화면을 못 만들었다. 그의 가치를 도무지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아쉬운 장면이었다”고 평가했다.
첫 행보도 주목을 끌어내지 못했지만 8월 4일 출마선언 현장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는 “준비가 안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을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대선 후보로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최 전 원장의 진면목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긴 하다. 현장 기자들을 비롯해 그를 한번이라도 대면해본 사람은 무조건 호평을 한다는 게 언론인들은 물론, 일부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의견이다.
최 전 감사원장 측은 지지층과의 폭넓은 접촉을 통해 인지도만 올라간다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을 뒤집는 것은 순식간에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최 전 원장 장점이 알려질 기회가 적었는데 8월 5일부터 그의 고향인 경남 진해와 대구 등 영남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를 마치면 보수 지지층 특유의 ‘점잖은 인물론’이 자연스레 힘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베테랑 가수들은 어쩌나?
국민의힘은 당 내부 전통의 강자들이 혹독하게 저평가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외부 영입 주자들에 비해 모든 역량을 다 검증해도 도무지 모자랄 것이 없는데 ‘흘러간 원로 가수’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정치 초보 외부 주자들이 흔들린다면 언제든지 내부 주자가 나설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러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걱정을 당 관계자들은 하고 있다.
내부 주자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대선 주자들의 캠프 구성만 봐도 감지된다. 지난 대선에 이어 재수를 통해 대권을 노리는 홍준표 의원. 그의 대표적 측근이었던 3선의 장제원 의원은 윤 전 총장 대선캠프에서 종합상황실의 총괄실장을 맡았다. 장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를 지원하면서 그의 입당에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과 가까운 재선의 윤한홍 의원도 윤 전 총장의 종합상황실 총괄부실장으로 갔다. 윤 의원은 홍 의원이 경남도지사를 할 때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내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관계였다. 부산경남(PK)은 홍 의원이 경남지사를 지낸 만큼 홍 의원이 대선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지역이지만 이 지역 대다수 의원들이 이미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쪽으로 이동, 둥지를 텄다.
역시 대선 재수를 노리는 유승민 전 의원도 홍 의원과 비슷한 위기감을 겪고 있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학재 전 의원이 이미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하는 등 ‘유승민계’가 동요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국민의힘 현역 의원의 하소연이다.
“소통에 약하다는 말을 들으면 소통에 나서고, 스킨십을 좀 더 하라고 하면 그대로 따르는 등 유 전 의원이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나름대로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런데 지지율이 꿈쩍을 않고 있으니 본인도, 주변 의원들도 답답한 노릇이다. 정권 교체라는 대의에 따라 현 집권세력에 맞붙을 수 있는 전투적 이미지의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미래를 준비해온 정책 후보가 철저히 소외되고 있어 안타깝다.”
당 내부에서는 경선과 대선 본선까지 시간이 적잖게 남아있는 만큼 한두 번은 베테랑 정치인들에게 역전의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이미 검증이 많이 이뤄진 당 내부 주자들과 달리 외부 주자들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 시작될 경우,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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