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북한 담화가 발표된 이후, 여권 정치인들은 연판장까지 돌리면서 훈련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권 정치인들의 이런 모습에 대해 야당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기서는 누구의 주장이 맞다 틀리다를 판단하지는 않겠다. 다만, 현재 여권 정치인들의 이런 행동이 대선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분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8월 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7월 30일부터 3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 응답률은 7.0%.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54.5%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잘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2030세대의 대북관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6월 9~12일 전국 만 18~39세 남녀 1000명(남성 522명, 여성 478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를 보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민족 동포’라는 대답이 17.1%, ‘적성 국가’라는 답이 17.3%, ‘(우리와) 상관없는 남과 같은 국가’라는 응답이 31.0%, ‘이웃 국가’라는 답은 19.7%, ‘관심 없다’는 답은 14.9%였다.
그러니까 북한을 부정적인 존재로 보거나 우리와는 상관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MZ세대가 63.2%에 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재 여권이 북한 관련 이슈에 집착하는 것은 대선과 관련해서는 그다지 효과적인 행위는 아닐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물론 핵심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는 핵심 지지층만을 가지고는 이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여권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합리적인 정치적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현재 집권 여당 혹은 여권에 속하는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연판장을 돌리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좋게 비치기는 힘들다. 한미연합훈련은 두 국가가 함께 실시하기로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외교란 기본적으로 양측이 약속을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국가의 권력을 가진 측이 연기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면 약속이 어긋나는 셈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시점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준비가 상당부분 진행돼 있고, 훈련을 위해 일부 병력은 이미 들어와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집권 여당의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이 적다. 또한, 지금 여권 정치인들의 이런 정치행위는 우리의 시급한 실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의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인데, 효용성 높은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물론 사기업이 백신을 생산하고, 그 기업이 다른 국가들의 정부와 계약을 맺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미일 정상회담 직후 스가 일본 총리가 화이자 측과의 통화를 통해 상당량의 백신을 확보한 것을 봐도 이런 추론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존재는 동맹이라는 차원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미국과 연합훈련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처사는 아닐 수 있다.
설령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 하더라도, 코로나19에 의한 생존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 역시 평화에 대한 희구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념적 경직성이 국민적 이익을 능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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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