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복무와 도쿄올림픽 준비 병행…올림픽 두 달 앞두고 코로나 사태로 2주 격리
에페는 두 선수가 동시에 찔렀을 때 양쪽 다 1점씩 얻게 되는 종목이라 지고 있을 때 승부를 뒤집기가 가장 어렵다. 박상영도 리우올림픽 결승 2라운드까지 9-13으로 뒤져 사실상 패배를 확정한 듯했다.
그런데 3라운드를 준비하던 그가 "할 수 있다"라고 거듭 되뇌며 자기 자신에게 절박한 주문을 거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그 후 박상영은 11-14에서 동시타 없이 내리 4점을 따내면서 기적같은 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할 수 있다"가 리우올림픽 최고 명대사 중 하나로 기억된 이유다.
5년 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도 박상영은 또 한 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개인전에서는 8강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단체전에서 독보적인 활약으로 동료들과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럽의 강호 스위스와 맞붙은 8강전에선 30-34로 뒤진 상황에서 마지막 9라운드 주자로 나서 44-39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중국을 만난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4-34 동점으로 시작한 9라운드는 박상영의 '날아 찌르기'와 함께 45-42로 끝났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유독 많이 힘들었다"던 그의 의미 있는 성취였다.
박상영은 귀국 후에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준비 과정이 녹록지 않았던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올림픽 개막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술·체육요원 특기 활용 공익복무 시간을 채워야 도쿄에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때문에 나는 선수촌 대신 경남체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올림픽 준비를 병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 와중에 경남체고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학생들이 2주 격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체육관도 문을 닫았다. 박상영은 "올림픽을 두 달 앞둔 내게 2주의 공백은 너무 길었다.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집 옥상에 나만의 '펜싱클럽'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피스트와 판정 기계는 소속팀 훈련장에서 쓰지 않던 제품을 빌려왔고, 고교 시절 함께 운동하던 선·후배들에게 훈련 파트너를 부탁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면 옥상에 올라가 줄넘기 2단 뛰기와 체력운동, 명상을 했다. 이후 점심식사 전까지 레슨과 보강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직접 만든 피스트 위에서 실전 훈련을 했다. 그는 "야외 펜싱은 처음 해봐서 피부도 많이 타고 무릎도 많이 아팠다. 새들의 배설물이 떨어질 때면 화가 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그 노력의 대가가 올림픽 2회 연속 메달 획득으로 돌아왔다. 박상영은 "나만의 '발버둥'은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다. 그 시기는 평생 잊지 못할 나의 자랑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펜싱 관계자는 "박상영은 보통 수비에 치중하는 다른 에페 선수들과 달리 빠른 발을 이용한 공격적인 플레이가 독보적이다. 3년 뒤 파리올림픽에도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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