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미스코리아 지역예선 출신 20대 여성이 ‘조건 만남’을 빙자해 남성들을 유혹한 뒤 지갑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파문이 일고 있다. 영등포 경찰서는 지난 3월 15일 채팅 사이트를 통해 남성 회원들에게 성매매를 하자고 속여 모텔로 유인한 뒤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의 지갑을 턴 혐의(특수절도)로 박 아무개 씨(여·22)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박 씨의 도주를 도운 박 씨의 연인 석 아무개 씨(25)도 공범으로 구속했다. 미코 예선 출신이 절도범으로 전락한 사연 속으로 들어가봤다.
박 씨는 P 채팅사이트에 가입해 남성들에게 “스튜어디스와의 조건 만남을 주선해 주겠다”는 제목의 대화방을 열었다. 그리고 직접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자신의 사진을 올려 회원들의 믿음을 샀다. 박 씨는 “스튜어디스 외모와 몸매, 학벌에 따라 비용에 차이가 있다. 100만~200만 원선에서 본인들과 합의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A 씨는 “박 씨가 부른 조건 비용이 꽤 높아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스튜어디스인데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A 씨는 20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박 씨가 지정해준 모텔로 갔다.
모텔에서 A 씨를 기다리고 있던 여성은 사이트에서 스튜어디스라고 소개한 박 씨였다. 박 씨는 A 씨가 샤워를 하고 있는 사이 200만 원이 들어있던 지갑을 훔쳐서 나왔다. 밖에서는 박 씨의 동거남 석 씨가 미리 봉고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1월 28일과 2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남성 피해자 2명에게서 각각 100만 원과 200만 원 등 300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박 씨와 석 씨를 구속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빚을 지게 됐다”며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의 신고를 접수, 해당 채팅 사이트의 아이피 추적과 탐문수사를 통해 3월 9일 박 씨와 석 씨가 함께 살고 있던 서울 당산동 주택에서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박 씨는 2009년과 2010년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에서 두 차례 입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일부 매체들은 박 씨의 범행에 대해 ‘성매매로 남성을 유인한 미코 출신 구속’ ‘미코 출신 20대의 절도 행각’ 등의 제목으로 박 씨의 미스코리아 출전 경력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특히 한 방송사는 뉴스를 통해 ‘미스코리아 입상자가 조건 만남을 미끼로 절도 행각’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또 박 씨의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 당시의 멘트를 인용해 “미스코리아가 되는 순간 인생이 바뀔 것 같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그런 것은 아니에요”라는 박 씨의 말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박 씨의 경력과 범행 수법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박 씨의 미모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조건 만남’ 한 번 하는데 100만 원, 200만 원씩 들고 가고 본 게임도 치르지 못하고 돈을 털렸다니 대단한 꽃뱀”이라며 “얼마나 예쁘게 생겼으면 거금을 하루 만에 쓸 수 있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얼굴 한번 보고 싶다. 우리 모두 저런 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자”며 경각심을 심어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3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씨가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며 “남성 피해자들이 거액의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욕심을 낼 정도”라고 귀띔했다.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미스코리아대회 주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주최 측의 한 관계자는 “미스코리아라는 칭호는 본선 진출자 중 진·선·미를 포함해 7명에게만 붙일 수 있다”며 “때문에 박 씨를 미스코리아라고 보도한 일부 언론사들은 잘못된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인들은 ‘부산 진’ 등 지역 예선 진·선·미 입상자, 본선 진출자 등 ‘미스코리아 후보자’를 미스코리아 출신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공식적으로 미스코리아라고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그는 “박 씨의 경우 2009년과 2010년 지역 예선에 입상만 했을 뿐, 본선 무대에조차 진출하지 못한 ‘지역 예선 후보자’일 뿐”이라며 “박 씨 때문에 미스코리아 출신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듯해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7년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 수상자인 B 씨는 “박 씨를 미스코리아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다”며 “언론사에서 제대로 된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일보사 등 대회 주최 측은 지역 본부를 통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더불어 박 씨의 프로필을 검토해 미스코리아 대회에 타격을 줬다고 판단되면 그의 지역 대회 수상 경력도 박탈할 방침이다. 더불어 일부 언론사들이 박 씨를 ‘미스코리아’라고 보도한 데 대해 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정 요청을 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 측은 박 씨의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 중이다.
우선미 프리랜서
지난 2008년 8월 미스코리아 대회 주최사인 한국일보사는 2008년 미스코리아 미 김희경 씨(당시 23세)의 자격을 박탈했다. 그가 성인용 모바일 화보를 촬영한 경력에 이어 과거 누드모델로 활동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05년 서마린이라는 가명으로 누드 화보를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당시 김 씨가 찍은 누드 화보는 <플레이보이>를 통해 전세계로 서비스한다는 계획이 알려져 화제가 됐고, 김 씨는 최연소 누드모델이라는 타이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당시 김 씨는 “주최 측은 나의 경력을 이미 알고 있었고, 괜찮다고 해서 참가한 것”이라며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강력하게 항변했었다.
미스코리아 자격이 박탈된 이는 김 씨뿐만 아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2007년 미스코리아 미로 선발됐던 김주연 씨(당시 24세)의 낙태 스캔들이 돌았다. 그는 미스코리아 선발 직후 다양한 활동을 벌이던 중 ‘교제 중인 축구선수 H 씨가 낙태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미스코리아협회 측은 “김주연 씨가 낙태 스캔들 이후 미스코리아로서 활동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신 자격 박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