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노사갈등 등 호실적 뒤 가려진 불안 요소 적잖아…기업가치 하락 시 공적자금 회수 멀어져
#CB 전환 후 불거지는 HMM 매각설
산은은 지난 6월 3000억 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를 HMM 주식 6000만 주로 전환했다. CB는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HMM은 CB 발행 당시 전환가액을 액면가인 주당 5000원으로 결정했다. 현재 HMM의 주가는 주당 4만 원 수준이지만 산은은 주당 5000원에 HMM 주식을 취득하면서 2조 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했다.
증권가에서는 산은의 금전적 이익보다 지분율 변화에 주목한다. CB 전환 후 HMM에 대한 산은의 지분율은 12.94%에서 24.96%로 늘었다. HMM 인수 기업이 12.94%의 지분만 인수할 경우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24.96%의 산은 지분을 인수하면 강화된 지배력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나민식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산은의 CB 전환 당시 “CB 전환과 함께 산은의 (HMM) 매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라며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HDC그룹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각각 지배구조 개편, 해운사 내재화,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7월에는 산은은 2조 6000억 원 규모의 HMM 영구채를 단계적으로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HMM 인수를 고려하는 기업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영구채란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배당만을 지급하는 채권으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영구채 배당으로만 876억 원을 지출했다. 산은은 입장자료를 통해 “HMM의 영구채와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이동걸 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CB를 전환하면 이익의 기회가 있는데 이것을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HMM 매각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사안이나 접촉한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산은의 부인에도 매각설이 불거지는 것은 현재 HMM의 몸값이 과거에 비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2020년 중순까지만 해도 HMM의 주가는 주당 5000원 수준이었지만 해운 운임 상승 덕에 실적이 개선되면서 현재 주가는 주당 4만 원에 이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B 만기를 연장할 수도 있는데 주식으로 전환한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정반대의 분석도 있다. 이동걸 회장 체제의 산은이 관리하고 있는 기업 중 규모가 큰 곳은 HMM뿐이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의 향후 거취와 해운업 투자 로드맵 때문에 당장 HMM 매각은 힘들다는 것.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간의 사례로 미루어 보면 이동걸 회장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내년 대선 후 사퇴할 가능성이 높고, 이 회장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임기 내에 서둘러 마무리하려면 졸속 매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텐데 굳이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목표인 2025년까지 컨테이너 시장규모 120만 TEU(Twenty foot Equivalent Unit·길이 20피트 규모 컨테이너) 달성은 현재 수준에서 선복량을 50% 이상 늘려야 가능하다”라며 “아직 정부의 계획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해운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시점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경쟁력 강화 갈 길 먼데…
산은은 그간 HMM 경영 정상화에 투입된 공적자금 3조 8000억 원을 회수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CB 전환으로 2조 원 이상의 차익을 얻었다지만 아직 현금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HMM 주가 변화에 따라 차익 규모도 언제든지 달라진다. HMM의 주가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만 7월 5일 4만 8100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다. HMM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산은의 목표도 어려워진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MM은 올해 1분기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해운 운임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운임 수준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와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SK증권은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수에즈 운하 사고와 옌티엔항 사고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컨테이너선 운임의 조정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HMM을 둘러싼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 HMM의 부채비율은 401.50%에 달한다. 2020년 말 455.11%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하면 높다. 일례로 글로벌 업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의 부채비율은 3월 말 기준 93.20%에 불과하다.
선박 발주도 적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8월 9일 기준 HMM의 발주 잔량은 16만 3200TEU(12척)이다. 선복량(420만 9732TEU)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는 머스크를 제외하고 세계 선복량 10위 안에 드는 업체 중 HMM보다 발주 잔량이 적은 곳은 대만 양밍해운(9만 7820TEU·9척)뿐이다.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선복량은 이른바 규모의 경제에서 HMM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해운업계 다른 관계자는 “HMM은 초대형선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운송할 수 있는 효율성이 있어서 발주를 상대적으로 적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HMM이 경쟁사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노사가 임금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의 갈림길에 서있다. HMM해상노조와 육상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월급 100%의 격려금을 제시했다. 사측은 HMM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이유로 임금 대폭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동종업체인 현대글로비스, 팬오션 등과 비교해 평균 연봉이 1000만~2000만 원 낮고, 산은이 CB 전환으로 어느 정도 공적자금을 회수했다고 강조한다.
2019년까지 HMM 육상직원은 8년, 해상직원은 6년 동안 임금이 동결됐고 경쟁사와의 임금 격차로 인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 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HMM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HMM 직원 141명이 퇴사했다.
HMM 해상노조 관계자는 “최근 MSC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경험이 있는 한국인 선원을 구인하는데 조건에 맞는 회사는 HMM밖에 없다”라며 “적지 않은 조합원이 협상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이직한다고 하고, 연차가 높은 베테랑들마저도 이직을 생각하고 있어 대형 컨테이너선 인력 배치에도 회사가 신중을 기하는 등 사태가 심각하다”라고 전했다.
노조 측은 산은의 부정적 입장 때문에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의 HMM 해상노조 관계자는 “산은이 공식적으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협상할 때 사측은 항상 산은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HMM 관계자는 “임금협상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협상”이라며 “원만한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HMM 노사 임금 협상에 산은이 개입하지는 않는다”라며 “매각 관련해서도 현재로는 특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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