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스타 안산·김제덕 15개 프로 제안받아…점괘 ‘똥’ 뽑고 동 딴 전웅태 등 과거 출연 방송 화제
#‘펜싱 F4’ 먼저 움직였다
예능 섭외 1순위는 단연 메달리스트다. 성적 지상주의를 탓할 수도 있지만, 메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태극전사들이 대중의 기억에 더 깊이 각인되는 건 당연지사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듯, 절체절명의 순간에 내로라하는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쥔 태극전사들에게, 특히 금메달리스트에게 섭외 우선권이 가는 건 수순이다.
‘펜싱 F4’라 불리는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일찌감치 귀국한 이들은 8월 8일 방송된 KBS 2TV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했다. 14일 방송되는 JTBC ‘아는 형님’의 녹화도 이미 마쳤고, SBS ‘집사부일체’와 E채널 ‘노는브로2’ 등도 이미 이들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나름의 규칙은 있다. 섭외 제안이 온다고 무조건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나 ‘집사부일체’, ‘노는브로2’ 등은 이미 다양한 스포테이너 등이 참여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꾸준히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남자 유도 100kg급 은메달리스트 조구함과 73kg급 동메달리스트 안창림은 케이블채널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녹화에 참여했다. 중량급의 격기 선수로서 먹는 데 일가견이 있는 터라 출연진들과 함께 남다른 먹방을 선보였다는 후문이다.
도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인기 스타인 여자 양궁 3관왕 안산, 남자 양궁 2관왕 김제덕 등도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미 양궁협회를 통해 15개가 넘는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은 이미 귀국 직후 지상파 간판 뉴스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을 포함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목에 건 남녀 양궁 대표팀도 예능 나들이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SBS ‘집사부일체’ 등에 출연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측은 8월 10일 “강채영, 김우진, 김제덕, 안산, 오진혁, 장민희 등 양궁 국가대표 6명이 방송에 출연한다”고 밝혔다. 남녀 대표팀으로 나눠 2회에 걸쳐 송출된다. 또한 이들은 ‘집사부일체’에도 참여한다.
태극전사들의 메달 소식과 함께 덩달아 주목받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김제덕은 과거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될성부른 떡잎을 보인 바 있고, 새로운 탁구요정으로 떠오른 신유빈이 출연했던 MBC ‘무한도전’과 SBS ‘스타킹’ 역시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 여자 체조로 메달 소식을 전한 여서정의 경우 아버지인 여홍철과 MBC 예능 ‘세바퀴’에 동반 출연한 적이 있고, 대한민국 최초로 근대5종 동메달을 딴 전웅태는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녹화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전웅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근대5종을 알리기 위해 출연했다고 밝혔고, MC인 서장훈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답”이라고 조언했다. 당시 MC들은 점괘로 ‘똥’을 뽑았기에 전웅태가 동메달을 획득한 후 “예언이 맞아떨어졌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출연 당시 전웅태는 “재방문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실제 메달을 수확한 그가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다시 출연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메달 지상주의는 가라!
매번 올림픽이 끝난 후 스포트라이트는 메달리스트에게 쏟아진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다르다. 메달을 목에 걸진 않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긴 선수들 역시 수많은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대표적이다. 그는 여자 배구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상위 랭커들을 제치고 4강까지 진출했다. 특히 여자배구는 올림픽 출전에 앞서 주축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퇴출되는 등 내홍을 겪었던 터라 이번 올림픽을 통해 ‘원팀’ 정신을 보여주며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태극 마크를 반납한 김연경은 이미 MBC ‘나 혼자 산다’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남다른 예능감을 보여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를 잡기 위한 물밑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나 혼자 산다’ 측과 재출연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고, 그의 업적을 집중 조명하는 KBS 1TV 다큐멘터리 ‘다큐인사이트-국가대표’가 12일 전파를 탄다.
의미 있는 성적을 기록한 이들을 향한 러브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에서 47초 56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고 최종 5위를 차지한 황선우를 비롯해 2m 35cm를 뛰어넘어 한국 신기록을 세운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등도 메달리스트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상혁은 현재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TV 출연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한국 체육의 불모지로 불렸던 육상 종목을 개척했다는 측면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외에도 탁구 요정 신유빈 역시 주요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 섭외자 명단에 포함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부분 현역 선수들이고 컨디션 조절 및 또 다른 경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 섭외에 응하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라며 “화제를 모으기 위해 일회성으로 그들을 섭외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올림픽을 통해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한 선수들의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한 취지”라고 전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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