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법원 “피해자가 성폭행 이전에 다른 남성과 데이트한 것 처럼 보여”
8일 스위스 현지 언론과 10일 야후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스위스 바젤 거리에서 시민 500여 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스위스 바젤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벌어진 강간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에서 판사가 가해자의 형량을 감경해준 데에 대한 반발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33살(현지 기준)의 포르투칼인 A 씨와 17살 B 씨는 스위스 바젤 인근 한 아파트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피해자를 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한 명은 피해자를 붙잡고, 다른 한 명은 머리카락을 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만든 뒤 성폭행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체포돼 징역 4년 3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으나 이번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으며 다음 주 수요일 석방을 앞두고 있다. 한편 10대 청소년인 B 씨는 미성년자로 소년법원에서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항소심을 맡은 리슬롯 헨즈 판사가 “피해자가 강간당한 시간은 11분으로 상대적으로 짧았다”면서 “피해자는 영구적인 신체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판사는 “피해자가 남성들에게 특정한 신호를 보냈고 ‘불장난’을 한 것”이라며 “성폭행 이전에 다른 남성과 데이트를 한 것처럼 보이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에 분노한 시민 500여 명은 8일 법원 앞에 모였다. 이들은 ‘11분은, 11분은 너무 길다(11분도 길다)’, ‘간단한 성폭행은 없다’ 등의 글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거나 11분간 침묵하는 등 피해자와의 연대를 의미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바젤 사회민주당의 마르셀 컬럼브 부대표는 이번 판결이 모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징역 4년은 충분히 가벼운 형이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피해자가 이번 범죄와는 무관한 사람에게 보인 태도가 형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젤의 페미니스트 단체인 프라우엔스트라이크 바젤은 “개인의 의사에 반해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결정은 가해자 혼자서 한 것”이라며 “강간이 11분이든 몇 시간이든 이는 굴욕적이고 폭력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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