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제휴 효과로 적자폭 줄였지만 암호화폐 시장 상황에 실적 좌우…“은행 본업 강화해야”
KT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 잠정 당기순이익 39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4월 출범 이후 4년여 만에 사상 첫 분기 기준 흑자다. 당기순손실 123억 원을 낸 지난 1분기에 비하면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상반기 누적 손실은 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449억 원) 손실 규모가 5분의 1로 감소했다. 케이뱅크는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해 2023년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흑자 전환에는 가상자산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 업비트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업비트에서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실명계좌를 이용하기 위해 케이뱅크에 가입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고객 400만 명을 유치했다. 6월 말에는 고객 수가 619만 명을 넘겼다. 자산 규모도 커졌다. 상반기 수신과 여신은 각각 7조 5400억 원, 2조 1000억 원 늘어 6월 말 현재 잔액 기준 각각 11조 2900억 원, 여신 5조 900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자금이 케이뱅크로 모이면서 수신 잔액이 급증했다. 입출금 거래량이 대폭 늘면서 수수료 이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봤다.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펌뱅킹 이용 수수료와 가상계좌 이용 수수료를 수취한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흑자 전환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평가한다. 업비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코인 열풍으로 수신 잔액은 5월 말 기준 12조 9600억 원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그러나 투자 열기가 식자 6월 말 수신 잔액은 11조 2900억 원, 7월 말 10조 6200억 원으로 감소했다. 부침이 심한 암호화폐 시장 상황에 따라 케이뱅크가 영향권에 놓인 셈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류 코인들이 거래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멋대로 만들어 다른 나라에서는 거래하지 않는 코인들이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기형적이다.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상품이 많다”며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려고 케이뱅크 계좌를 만들었지만 불안하면 언제든 돈을 뺄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구조라고 볼 수 없다.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뱅크의 여·수신 규모가 불균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기인한 문제다. 6월 말 수신잔액은 여신잔액보다 2배가량 많다. 은행은 수신(예적금)으로 확보한 자금을 여신(대출)으로 돌려 예대마진을 키우면서 수익성을 높인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수신 자산이 급증과 급감을 반복하면서 여신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된다.
여수신간 불균형은 사업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수신자금이 11조 원대인데 대출이 5조 원대라는 것은 끌어들인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으로 은행들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도 우려 요인이다. 특금법상 은행이 암호화페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연결해주려면 자금세탁방지 리스크 등 안정성을 자체 평가해야 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평가자인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기관마다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 맺기를 꺼려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추진도 변수로 거론된다.
금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부실펀드 판매가 이뤄지면 은행들이 피해를 보상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소비자 권익이 중시되고 있다”며 “암호화폐가 망했는데 투자자들이 코인을 믿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 실명계좌를 내준 은행의 신용도를 보고 거래했다고 주장하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케이뱅크도 이 같은 지적에 대응해 10일 KT 컨퍼런스콜에서 자구안을 내놨다.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제휴로 유입된 고객들을 락인(Lock-in)하기 위해 안심대출, 중금리 대출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자체 신용평가모델(CSS)을 고도화해 리스크 관리로 여신 성장세를 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주주사를 비롯해 암호화폐 거래소·자산관리회사 등과 제휴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내놓은 전략도 위험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케이뱅크에 가입한 고객이 많다. 공격적 투자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니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앞서의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미술품 등 가상자산 시장 자체를 겨냥하겠다는 뜻이라면 몰라도,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제휴를 늘린다는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고 전했다.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은행 본업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등 디지털 여신업무를 확대하거나 해외 송금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 등이 꼽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케이뱅크가 개인사업자(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대출 서비스로 영업하겠다고 했다는데 초반기 자본 확충을 하지 못해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로 인해 이를 하지 못했다”며 “카카오뱅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 대상 온라인 대출에 신경 쓰지 않고, 이 서비스를 하겠다는 토스뱅크도 아직 출범하지 않았다. 지금 이러한 특화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송금을 얼마나 편의성 있고 비용 최소화하는 쪽으로 제공하느냐가 요즘 금융권의 화두”라며 “케이뱅크는 해외송금 거래 서비스에 취약한 만큼 개선 필요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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