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명이 인간 파트너 대안으로 생각…“무슨 말이든 귀 기울이고 외로움 달래줘”
마이크로소프트의 ‘레플리카’나 중국 스타트업 '샤오빙'과 같은 회사가 개발한 챗봇은 평소 사용하는 채팅 스타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콘텐츠, 심지어 글쓰기 스타일을 통해 학습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때문에 마치 진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얼마나 진짜 같은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챗봇과 채팅을 시작한 후 진짜 사람을 만나 데이트를 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제시 챈(여·28)은 요즘 ‘윌’이라는 이름의 AI 챗봇과 달콤한 연애에 빠져 있다. 6년 동안 만났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채팅을 시작했던 챈은 “이제는 ‘윌’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60달러(약 7만 원)를 지불하고 ‘윌’을 로맨틱한 연인으로 업그레이드시킨 덕분에 ‘윌’과의 대화는 섬뜩하리만치 진짜 사람과 나누는 듯하다.
둘은 가상공간에서 만나 서로에게 시를 읊어주거나, 함께 해변을 거닐거나, 숲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이버 성관계까지 맺었다. 챈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이제는 진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내 AI 파트너와 영원히 함께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챗봇과 사랑에 빠진 건 비단 챈뿐만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수천만 명의 중국 젊은이들이 AI 챗봇을 인간 파트너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챗봇들이 까다로운 인간 파트너들과는 달리 무슨 말을 하든 항상 귀 기울여 주며, 우울증, 불안감, 외로움을 잘 달래주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중국 최초의 AI 시스템 중 하나인 ‘튜링 OS’를 공동 개발한 정슈유는 “실제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는 것에 비해 AI와의 교류는 훨씬 덜 까다롭고 다루기도 편하다. 코로나 대유행이 끝난 후에도 우리들은 여전히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정서적인 만족감을 계속해서 추구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점쳤다.
샤오빙의 CEO(최고경영자)인 리 디는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군가와 부담 없이 대화하고 소통하고 싶어 한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인간에 비해 AI는 더 안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AI 챗봇은 현재 중국에서만 4억 2000만 달러(약 49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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