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채무상환은 대위변제” vs 시행사 “공사지연 책임은 삼부토건…계약상 배상일 뿐”
#풍천프라자, 완공 늦어지는 사연
씨유산업개발은 2014~2015년 몇 차례에 걸쳐 인천광역시 남동구 만수시장 인근 토지를 매입한 후 이곳에 풍천프라자 상가 건물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씨유산업개발은 2019년 삼부토건을 시공사로 선정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씨유산업개발은 지하 4층~지상 9층에 연면적 1만 2111.05㎡(약 3664평) 규모로 풍천프라자를 건설한 후 분양할 계획이었다.
자본력이 크지 않았던 씨유산업개발 측은 특수목적법인(SPC) 동우풍천개발을 설립한 후 금융권으로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삼부토건은 동우풍천개발과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을 체결했다. 해당 채무는 부동산 PF 원리금에 대한 것으로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할 시 삼부토건이 상환한다는 내용이었다. 풍천프라자가 계획대로 완공되면 삼부토건의 상환 의무는 없다.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채무인수 약정을 맺는 것은 건설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시행사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금융권에서 일종의 안전장치를 걸어놓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프로젝트금융의 경우 연대보증의 대안으로 채무인수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행사는 시공사의 채무인수 약정을 통해 시공사의 신용도에 맞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풍천프라자는 올해 8월 초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완공은커녕 현재까지 완공률은 20%도 되지 않는다. 삼부토건이 책임준공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삼부토건은 지난 8월 10일 동우풍천개발이 대출받은 100억 원을 채무인수 후 상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부토건 측은 공사 지연 이유로 주변 민원과 지하 매설물 철거 등을 들었다. 하지만 씨유산업개발 측은 사소한 민원이 몇 차례 있었을 뿐, 공사에 지장을 줄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씨유산업개발은 삼부토건이 임의로 설계를 변경하는 위법 시공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계를 변경하려면 시행사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삼부토건은 공사부터 한 후 변경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인천 남동구청 관계자는 “풍천프라자 관련 설계변경이 처리된 건은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가 어렵다”라고 전했다.
씨유산업개발은 임의로 구조를 변경한 삼부토건과 이를 감리한 H 사를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유산업개발 관계자는 “공법, 자재 등을 삼부토건이 임의로 바꾸는 바람에 해당 부분은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라며 “천재지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민원도 안전모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등 대부분 안전 관련 민원으로 공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었으며 삼부토건의 책임으로 공사가 늦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H 사 관계자는 “시행사와 시공사 분쟁에 지쳤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지난 7월 풍천프라자 관련 업무에서 하차했다”라고 밝혔다.
#우선수익자 언급한 삼부토건…씨유 “처음부터 노렸나”
삼부토건은 공시를 통해 “향후 1순위 우선수익자 지위를 취득해 신탁공매를 통한 사업장 매각, 신탁사 감정평가 후 일괄매각 등을 통해 채무인수 후 상환한 금액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씨유산업개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채무인수를 대위변제로 간주해 풍천프라자 관련 우선수익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위변제란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한 후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할 때 대신 갚아주는 것을 뜻한다.
풍천프라자 관련 신탁계약서에는 “위탁자(시행사)의 채무를 시공사가 인수하거나 대위변제한 경우, 위탁자에게 부도·파산신청 등의 상황이 발생한 경우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시공사는 위탁자의 사업 관련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기로 한다”며 “시공사의 고의적인 공사 중단이나 지연으로 예정대로 공사 완공이 어렵다고 수탁자가 판단하는 경우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시공사가 책임진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민법에서는 “채권자를 대위한 자는 자기의 권리에 의해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법원에서 삼부토건의 채무 상환을 대위변제라고 판단하면 삼부토건이 대출 담보인 풍천프라자 관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게 된다.
씨유산업개발 측은 삼부토건 책임으로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에 대위변제가 아닌 계약에 따른 배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삼부토건이 공사 지연의 책임이 있는 만큼 시공사 교체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앞서의 씨유산업개발 관계자는 “우리가 부도난 것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우선수익자 지위를 취득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당초 예정대로 건물이 완공됐으면 지금쯤 수백억 원의 분양 수익을 얻었을 텐데 삼부토건이 처음부터 풍천프라자 사업권을 노리고 고의로 공사를 지연했다는 의심이 든다”라고 전했다.
삼부토건과 씨유산업개발의 분쟁이 겹치면서 풍천프라자의 완공 시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사가 장기화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공사로 인한 소음과 이동의 불편함을 호소한다. 안 그래도 풍천프라자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중학교가 있고, 만수시장까지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한 빌라에서는 “삼부토건 소음먼지 지금까지 참았지만 더 이상은 못 참겠다”라는 현수막을 걸어 놨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삼부토건 관계자는 “현재 담당자가 휴가 중인 관계로 답변이 어렵다”고 전했다. 삼부토건의 풍천프라자 공사 현장 대리인 측은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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