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사장 취임 후 비주력 계열사 과감히 정리…KT “코로나19로 운영 어려움 있어”
#KT, 중국·폴란드 자회사 청산한 까닭
KT는 2003년 중국에 자회사 ‘Korea Telecom China(KT차이나)’를 설립했다. 당시 KT는 KT차이나를 기반으로 중국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중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정보통신(IT) 업체를 대상으로 각종 현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할 계획이었다. KT차이나는 통화연결음 서비스, 국제전화용 선불카드 등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화웨이 등 중국 통신 업체가 급부상하면서 KT차이나의 회사 규모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T차이나의 자산총액은 2010년 말 26억 원에서 2020년 말 3억 8100만 원으로 감소했다. KT차이나는 2020년 4억 92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도 부진하다. 앞서 2019년에는 흑자를 거뒀지만 흑자 규모가 2억 원도 채 되지 않았다. KT그룹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은 셈이다. 최근 5년 동안 KT차이나의 평균 연매출은 약 8억 원에 그치고 있다.
KT가 2014년 고속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폴란드에 설립한 법인 ‘KBTO Sp.z o. o.(KBTO)’도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KBTO는 설립 이래 한 번도 흑자를 거두지 못했고, 지난해 매출도 5억 원에 불과했다. KT는 이외에도 여러 국가에 법인을 설립했지만 2016년 설립된 홍콩 법인(KT홍콩)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를 기록 중이다. KT홍콩은 지난해 매출 164억 원, 순이익 13억 원을 기록했다.
KT 내부적으로 중국·폴란드 법인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KT 관계자는 “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면 모르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경영 효율화를 위해 (중국·폴란드 법인을) 청산했다”라고 전했다.
나름 규모가 있는 해외 법인도 앞날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KT는 1999년 설립한 일본 현지법인 KT재팬을 통해 일본에서 선불제 전화카드 판매 사업, 데이터 통신 음성 재판매 사업 등에 나섰다. KT재팬은 2000년대 초반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 장비 공급 사업에도 나섰다. 2010년대부터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IT 관련 장비를 수출하는 IT 종합상사 역할을 했다. 동시에 일본 내 유통망을 제공하는 등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 통로 역할도 수행했다.
KT재팬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매출 347억 원, 253억 원을 거뒀지만 수익성은 좋지 못했다. 2017년부터는 매출 규모도 10억 원대로 줄어 사실상 KT 실적에 기여하지 못했다. 이번에 구현모 사장이 중국 법인과 폴란드 법인을 청산하면서 일본 법인도 청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의 KT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경영진이 판단하겠지만 아직까지 청산을 구체적으로 논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전했다.
#관심에 멀어진 해외법인, 이제는 콘텐츠로?
KT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20년 3월 취임한 구현모 사장은 실적을 내지 못하는 계열사에 대해 과감한 정리를 시작했다. KT는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현지 법인 ‘Super iMax LLC’를 다른 우즈베키스탄 현지 법인인 이스트텔레콤에 합병시켰다. 이어 인도네시아 법인 ‘PT. KT Indonesia’와 벨기에 법인 ‘KT ORS Belgium’을 청산했고, 올해 초에는 다른 벨기에 법인 ‘KT Belgium’도 청산했다.
구현모 사장은 2020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KT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구조적 변화를 준비하면서 그룹 전체의 리스트럭처링(사업 구조개편), 계열사 이합집산 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기업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KT 해외법인에는 낙하산 논란 등 구설수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KT 내부에서 해외법인 청산 관련해 특별한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KT새노조 한 관계자는 “(중국·폴란드 법인을) 청산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지만 특별히 반감은 없다”며 “그간 해외 계열사는 실질적인 수익도 없고, 크게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지만 고위 공무원 자녀가 취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라고 전했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통신망 사업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지적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나 IT 업체와 협업을 하고는 있지만 통신망 관련해서는 해외에서도 국내 업체에 큰 관심이 없다”라며 “통신은 국가 차원에서 주파수 자원을 갖고 관리하는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해외 진출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KT는 최근 들어 콘텐츠 사업을 통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2월 콘텐츠 계열사 스토리위즈를 설립했다. 스토리위즈는 2020년 10월 사업전략 설명회에서 “일본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유통망을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일본 시장은 출판만화와 라이트노벨 등 기존 콘텐츠 사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최근 K-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웹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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