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입학전형공정위원회가 2015학년도 입학전형에 대해 자체조사를 진행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1일 자녀입시 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조민 씨가 입시에 활용한 동양대 표창장 등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부산대 공정위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그간의 자체조사와 정경심 교수 항소심 판결문 검토를 종합해 결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본부는 공정위로부터 결과를 보고 받고 학사행정상의 검토 과정을 거쳐 이날 ‘입학취소’ 결론을 내린 것.
부산대는 종합적 검토 결과 사실심의 항소심 판결을 근거로 행정처분을 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 존중’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조 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공정위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여부 등에 대해 독자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정경심 교수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원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부산대는 조 씨의 입학을 취소했지만, 조 씨의 허위 서류가 주요 합격요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2015학년도 의전원 신입생 모집요강’에 따르면 ‘지원자 유의사항’에 “제출서류의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른 경우 불합격 처리를 하게 돼 있다”는 문항을 근거로 삼았다.
박 부총장 역시 “서류 평가에서는 조민 학생이 1차 서류 통과자 30명 중 서류평가 19위를 했고, 전적 대학의 성적이 3위, 공인 영어성적 4위였다”며 “조민 학생이 서류를 통과한 것은 전적으로 허위스펙을 이용한 서류평가보다는, 대학 성적과 공인 영어성적이 크게 좌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산대의 발표는 행정절차법상 예비행정처분이다. 향후 청문절차를 거쳐 최종처분이 확정된다. 보통 청문절차는 2~3개월이 소요된다.
박 부총장은 “대법원 판결에서 판결이 뒤집히면 행정처분 결과도 바뀔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는 대로 판결취지를 살펴보고 결정할 내용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부산대 의전원의 입학 취소로 조민 씨가 지난해 취득한 의사 면허도 박탈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의료법 5조에는 의사면허 취득 자격은 의대, 의전원 졸업자여야 한다고 정의한다.
보건복지부는 부산대가 실제 입학 취소 처분을 하면 의사면허 취소 사전통지 등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오늘 부산대 발표는 입학 관련 조사결과 및 향후 조치방향을 밝힌 것으로, 의사면허 취소를 위해서는 부산대의 입학 취소처분이 있어야 한다”며 “부산대의 조민 씨 입학 취소 처분 이후 법률상 정해진 행정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부산대 발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아비로서 고통스럽다”며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 예정된 청문절차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 씨는 올해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현재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