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이어 하이브·SM 해외 오디션 진행…윤제균 감독 할리우드에서 K팝 소재 영화 협업도
#미국·일본에 K팝 유전자 심는다
최근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가수는 케이(K)팝 그룹이다. 그들의 이름은 니쥬. 9인조로 구성된 이 걸그룹 멤버는 모두 일본인이다. 주로 일본을 거점으로 활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K팝 그룹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이 멤버 선발부터 트레이닝, 앨범 제작 전반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박진영은 일본의 최대 음반사인 소니뮤직과 손을 잡고 현지에서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의 일환으로 오디션을 개최했다. 한국에서 SBS ‘K팝 스타’에 출연해 심사위원을 맡던 박진영이 일본 방송에 출연해 유창한 일본어로 심사하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니쥬는 곧바로 일본 오리콘 차트를 석권했고, 이 성공을 기반으로 박진영과 소니뮤직은 ‘니지 프로젝트’ 시즌2를 진행해 이번에는 보이그룹을 론칭할 계획이다.
이는 ‘한류 3.0’ 단계라 할 수 있다. 1차 한류는 모두 한국어 멤버로 구성된 K팝 그룹의 해외 진출이다. 아직 해외 시장이 불모지였기 때문에 의도를 갖고 적극적으로 공략하기보다는 해외에서 반응이 오자 간간이 공연이나 팬 미팅을 열며 현지 팬들과 만나는 수준이었다.
2단계로 접어들며 각 그룹들은 해외 멤버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니쥬를 배출한 JYP엔터테인먼트의 간판스타인 걸그룹 트와이스가 대표적이다. 이 그룹의 경우 사나, 모모, 미나 등 멤버 9명 중 3명이 일본인이다. 이들은 일본 활동에서 센터로 나선다. 이로 인해 트와이스에 대한 일본 팬들의 거부감을 줄이며 일본 그룹으로 여기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특정 국가를 공략하기 위해 시작부터 외국인 멤버들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니쥬처럼 아예 현지인으로만 구성된 그룹을 결성해 현지에서 활동하는 것이 3.0단계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하이브는 미국을 공략한다. 하이브는 이미 미국 유니버셜뮤직그룹과 협업해 현지 오디션을 준비 중이다. 과거 미국 팝시장을 호령했던 뉴키즈온더블럭, 백스트리트보이즈 등과 같은 보이그룹을 만들어 K팝 그룹의 DNA를 심겠다는 의지다. 당연히 현지인이 대거 포함될 것이고, 미국을 포함한 미주 지역에서는 ‘자국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
SM엔터테인먼트 역시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인 마크 버넷과 손잡고 대형 제작사 MGM Worldwide Television(MGM)이 선보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SM과 MGM은 지난 5월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활동할 NCT-Hollywood 론칭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 빌보드, 할리우드리포터 등은 “미국에 기반을 둔 K팝 그룹을 론칭하기 위해 미국 회사와 공동으로 제작해 선보이는 첫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고, 버라이어티는 “NCT-Hollywood 멤버 탄생을 전 세계가 TV로 지켜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이들을 ‘K팝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니쥬는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이처럼 두 나라의 온도차가 뚜렷한데 “니쥬는 K팝 그룹”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가요 관계자는 “물론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이제 K팝은 국경을 넘어선 콘텐츠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한국 뮤지션들도 힙합, 레게, 팝 등 다양한 음악을 다루듯, 반드시 한국 가수가 부르지 않더라도 K팝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불릴 수 있다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감독의 K팝 할리우드 영화
영화 ‘국제시장’ ‘해운대’ 등으로 유명한 윤제균 감독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와 협업해 K팝 소재 글로벌 영화 ‘K-팝:로스트 인 아메리카’(K-Pop: Lost in America·가제)를 만든다. 이 프로젝트는 수많은 히트작을 만든 할리우드 베테랑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Lynda Obst)와 한국의 JK필름 윤제균 감독이 각각 프로듀서와 연출자로 참여한다. 린다 옵스트는 국내에서도 1000만 고지를 밟은 영화 ‘인터스텔라’(2014)를 비롯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콘택트’ 등을 만들어 아카데미 3회, 골든글로브 4회, 에미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유명 제작자다.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음악 시장을 호령하면서 K팝의 위상은 달라졌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르며 영화 시장에서도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겼다. 이처럼 한국 크리에이터에 대한 신뢰가 쌓이며 K팝과 영화를 접목시킨 ‘K-팝:로스트 인 아메리카’ 프로젝트가 가동된 셈이다.
그 중심에는 국내 최대 규모 콘텐츠 기업인 CJ ENM이 있다. ‘기생충’뿐만 아니라 봉 감독의 해외 프로젝트인 ‘설국열차’를 기획·제작했던 CJ ENM은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역량과 네트워크를 집중해 글로벌 스튜디오와 협업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다. CJ ENM은 “K팝과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전세계의 높은 관심과 다문화주의 트렌드가 반영된 신선한 영화가 탄생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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