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 뚜렷한 캐릭터로 쌓아 올려진 성장 서사도 시청 포인트
25일 'D.P.'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한준희 감독과 배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가 참석했다. 정해인은 군대 내 부조리를 겪은 뒤 D.P.조에 차출되면서 군대 안의 실태와 밖의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안준호 이병을 맡았다. 김성균은 수사과의 군무이탈담당관으로 입에 늘 험한 말을 달고 다니지만 사실은 사병들을 매우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서라면 상관에게 맞서기도 하는 '츤데레' 박범구 중사로 연기한다. 이들 둘은 원작에서도 등장하는 캐릭터다.
반면 드라마판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있다. 구교환이 맡은 한호열 상병은 D.P조 조장으로 능청스러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능글맞음으로 작품의 웃음을 담당한다. 또 손석구의 임지섭 대위 역시 드라마 'D.P.'에서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로, 박범구 중사와 '톰과 제리' 같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실제 군복무를 마친 청년들 사이에서도 'D.P.'라는 말이 생소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만큼 배우들 중 대다수도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D.P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구교환은 직장 동료가 D.P. 출신이라는 기막힌 우연으로 캐릭터 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장 동료 분이 실제로 군 복무 시절 D.P. 활동을 하셔서 그런 팀이 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고, 출연 확정 후 어떤 식으로 활동하시는지를 물어봤다. 그런 인터뷰를 바탕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한준희 감독은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님이 전설적인 D.P. 출신이다. 또 조단역 배우 분들 중에서도 D.P. 출신들이 계셨고, 어떤 배우의 매니저 분도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며 "사실 원작인 'D.P. 개의 날'은 긴 시간 동안 (드라마 화) 하고 싶어했던 작품이었다. 이번에 기회가 닿아서 하게 됐는데 가장 중요했던 건 작품을 만들면서 어떤 공감을 만들어내느냐 였다.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니까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함께 사회적 함의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원작에서는 상병이었던 안준호가 드라마 'D.P.'에서는 이병부터 시작하게 된 것도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한 감독은 "저는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처음부터 같이 진입할 수 있는 이야기면 좋겠다 싶었다"라며 "그래서 안준호라는, 이웃에 있을 것 같은 이 청년이 입대하고 훈련을 받고 이등병이 되고 그런 과정들을 묘사하고 싶어서 이병으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안준호 역의 정해인은 "안준호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것 중 하나가 복싱 장갑이다. 복싱을 했던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하면서 "복싱 능력을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열심히 연습했다"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군대라는 또 다른 사회로 들어가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나와있다. 그걸 보시면서 시청자들이 같이 많이 이입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호열 역의 구교환은 "처음 대본을 받을 때 유출되지 말라고 대본 페이지에 '구교환'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제가 그걸 혼자 오해했다. '왜 구교환이라고 써 있지?' 싶어서 저에게 주는 러브레터라고 생각했다"면서 "또 감독님이 보여주시는 따뜻한 시선이나 그런 것들이 저를 그렇게 몰입되도록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섭 대위 역의 손석구는 "저는 사실 정해인, 구교환 두 분의 열렬한 팬이다. 그 둘의 조합이 어떻게 나올지가 너무 궁금했다"라며 "안 어울릴 것 같은 분들이 어울리는 게 재미있지 않나. 아직 작품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공개되고 나면 제가 제일 기대하고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 바로 둘의 모습이다"라며 두 주연의 케미스트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런 케미스트리에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구교환의 애드리브였다는 게 출연진들의 이야기였다. 정해인은 구교환의 애드리브를 다 받아치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서 한참동안 촬영이 멈춰있었다는 후일담도 있었다. 그는 "제가 촬영장에서 웃음이 한 번 터지면 잘 못 참는 편이라 그걸 참는 게 힘들었다"며 "교환이 형이 어떤 장면에서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기가 막힌 애드리브를 치는데 제가 그걸 계속 받아서 리액션을 하다가 한 번 삐끗했다. 그때 터지는 바람에 진짜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박범구 중사 역의 김성균은 "교환이가 애드리브를 정말 많이 하는데 해인이는 후임병이라 캐릭터 상 그걸 다 받아줄 수 밖에 없어서 웃음이 많이 터졌다"라며 "저는 안 받아줬다. 실없는 소리를 해도 박범구는 무시하고 갈길을 가는 캐릭터라서 그렇다. 감독님이 그런 애드리브를 듣지 말라고 벽을 쳐줬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D.P.조 콤비의 케미도 그렇지만 박범구, 임지섭의 '톰과 제리' 케미도 'D.P.'에서 놓쳐서 안 될 백미 중 하나다. 김성균은 "손석구 배우와의 앙숙 케미가 있는데 이건 군 간부들끼리의 기 싸움이다. 우리에겐 이 사회가 직장이니까 거기서 기 싸움을 펼치는데 손석구 배우가 아주 사람 약을 잘 올리더라. 바짝 약이 올라서 재밌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손석구 역시 "서로 앙숙이니까 얼굴 마주 보고 싸우는데 집에 가면 성균 형의 참 초롱초롱한 눈빛이 자꾸 생각났다. 매 신이 톰과 제리 같은 느낌이어서 재미있었다"고 주거니 받거니를 이어가기도 했다.
구교환이 D.P.조 연기를 위해 출신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면 손석구는 군 복무 시절 자신의 소대장을 찾아가 다양한 조언을 얻었다. 그는 "제가 병 출신인데 장교를 연기해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 어떻게 하면 간부처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 소대장님을 찾아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소대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꼭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감사의 인사와 함께 '충성' 경례로 마무리했다.
'D.P.'에서 더욱 기대되는 점은 각 캐릭터들의 성장이다. 안준호와 한호열, 박범구와 임지섭의 눈으로 보는 군대 안팎의 현실과 부조리, 그리고 이를 통해 캐릭터들 각자가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가 시청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준희 감독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소년 같은 모습을 지닌 준호가 있고, 약간 청년 같지만 그 또한 성장하고 있는 호열이 있다. 정해인과 구교환이란 두 배우가 충돌하면서 보여주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들이 다른 종류의 연기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충돌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재미있게 느껴지는, 그런 모습들을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D.P.'는 넷플릭스에서 8월 27일 공개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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