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 목적으로 현대카드 지분 20% 확보…푸본과 현대차 간 관계정리 주목
현대카드 지분 24%를 보유하던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지분 20%는 대만 푸본에, 4%는 현대커머셜에 매각하기로 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이 투자수익이 목적인 재무적투자자(FI)였던 것과 달리 푸본은 경영에도 참여하는 전략적투자자(SI)다. 현대커머셜은 정태영·정명이 씨 부부가 현대자동차와 함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회사다.
이번 딜을 주도한 것은 정명이 씨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을 겪던 현대라이프(현 푸본현대생명)에 푸본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영입한 것도 정 부회장이다. 현대라이프는 정 부회장 주도로 인수한 녹십자생명이 이름을 바꾼 회사다. 정 부회장 덕분에 푸본은 국내 금융시장에 잇따라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앞서 푸본은 우리금융지주 지분도 인수했다.
현대커머셜은 정태영 부회장 부부와 현대차가 각각 3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5%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다. 어피니티 등은 현대커머셜 지분은 아직 매각하지 않았다.
다만 푸본이 어피니티의 현대커머셜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현대카드 지배구조에 변화의 여지가 생긴다. 푸본이 인수할 지분 20%, 기존 현대커머셜 보유 지분 24.54%와 새롭게 추가되는 지분 4%를 더하면 푸본과 현대커머셜 측의 현대카드 지분율은 48.54%가 돼 현대·기아차(48.44%)를 추월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에서 정태영 부회장 부부가 독립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는 셈.
어피니티의 현대카드 지분 매각 계약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이 이행되어야 한다. 선행조건 완료 시한을 내년 6월까지 10개월 이상으로 길게 잡았다. 쉽지 않은 조건일 수 있다.
푸본과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분인수 가격은 주당 1만 3532원으로 2017년 1월 어피니티의 주당 매입가 9730원 대비 약 40% 오른 가격이다. 투자금 회수가 다급해진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조건이다. 하지만 푸본 입장에서는 소수지분인 데다 유동화가 어려운 비상장 주식치고는 상당한 값을 치르는 것이다.
어피니티는 현대카드 최대주주인 현대차와 서로 콜옵션과 풋옵션 계약을 맺고 있었다. 비상장사에 투자할 때 일반적인 형태다. 새로운 주주가 될 푸본과 현대차 간에도 관계정리가 필요하다. 특히 푸본이 SI를 자처한 만큼 사외이사 2명을 둔 어피니티보다 더 깊이 경영에 참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카드 이사회 9명은 사내이사 2명, 현대차 측(기타비상무) 2명, 어피니티 측(사외이사) 2명, 외부 사외이사 3명이다. 푸본이 몇 명의 이사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사회 지도가 달라질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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