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관리자들, 노조원 재입사 배제·노조 탈퇴 종용 의혹…SPC “노조 간 갈등일 뿐…관여한 적 없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파리바게뜨지회)는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SPC빌딩 앞에서 사측의 노조 와해 공작에 항의하는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직급은 본부장과 제조장, 현장관리자인 BMC와 FMC, 지원기사, 제빵·카페기사 구조로 이뤄져 있다. BMC는 제빵기사를, FMC는 카페기사를 한 명당 30~40명 관리한다.
최근 파리바게뜨지회가 공개한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 화면을 보면 BMC들은 지난 6월 제조장에게 ‘금일 노조 특이사항’이라며 ‘○○지역 김○○ 한국노총 가입’, ‘○○지역 이○○ 민주노총 탈퇴’ 등의 상황을 보고했다. 같은 달 파리바게뜨 노조 파괴 공작 보도가 나가자 제조장은 BMC들에게 “이 방에서 나가세요. 다시 만듭니다”라고 전했다. 해당 대화방은 BMC들이 제빵기사들의 민주노총 탈퇴 실적을 공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파리바게뜨지회는 “2017년 SPC 파리바게뜨가 제빵·카페기사의 불법파견 논란에 휘말렸을 때도 업무를 지시한 단체 대화방을 모두 없애고 관련 전산기록을 삭제한 이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SPC그룹은 이 같은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며 처음 이를 제보한 화섬식품노조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유경 파리바게뜨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노조 와해 정황이 제보자들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고 있는데 사측에선 강경 대응한다더니 이젠 ‘우린 관여한 적 없으며 노조끼리 갈등이야’라는 식으로 회피한다”고 말했다.
SPC 측에서 ‘노조끼리 갈등’으로 몰아가는 건 BMC와 파리바게뜨지회가 속한 노조가 다르다는 데서 비롯한다. 현장에서 제빵기사들에게 노조 와해 공작을 한 BMC와 FMC는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노조로서 민주노총 산하인 파리바게뜨지회와 다르다.
SPC는 과거 도급업체를 통해 가맹지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소개받아왔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2017년 9월 이러한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이후 SPC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파리바게뜨가맹점주협의회, 파리바게뜨지회 등은 2018년 1월 ‘피비파트너즈’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현재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인력을 공급하는 SPC 자회사 피비파트너즈에는 3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피비파트너즈노조와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그리고 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지회다. 교섭대표노조는 피비파트너즈노조와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다. SPC 측은 파리바게뜨지회의 노조 와해 공작 폭로 이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갈등이다. 사측은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파리바게뜨지회 주장은 다르다. 파리바게뜨지회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민주노총 소속 제빵기사들이 타 지역의 제빵기사로 재입사할 때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이유로 서류에서 탈락했다. 과거엔 인력이 부족한 지역으로 재입사를 조건 없이 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사측에서 ‘민주노총인데 서류 왜 올리냐?’면서 서류 합격 자체를 금지시켰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BMC들은 본인들이 담당하는 지역의 제빵기사 중 파리바게뜨지회에 속한 제빵기사들에게 찾아가 탈퇴 압박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앞의 관계자는 “제빵기사 리스트에서 파리바게뜨지회 제빵기사들만 다른 색깔로 표시해 이들이 탈퇴할 때까지 찾아간다”고 털어놨다.
일부 BMC들은 파리바게뜨 점주를 언급하며 제빵기사들을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BMC가 제빵기사에게 찾아가 ‘너 파리바게뜨지회 소속인 거 점주가 알면 싫어할 텐데?’ ‘점주들은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안 좋아해’라고 말한다”며 “제빵기사가 ‘점주들이 어떻게 (내가) 파리바게뜨지회 소속인 걸 아냐’라고 물으면 BMC는 ‘다 방법이 있어’라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지회 측은 BMC들이 휴직·퇴사한 기사들에게도 찾아가 회유작업을 했다고 주장한다. 한 BMC는 휴직한 제빵기사에게 식사를 하자며 접근해 “복직해야지”라며 노조 탈퇴를 권유했으며, 퇴사를 앞둔 직원이 본인의 연차를 소진한 뒤 퇴사하겠다고 밝혔을 땐 “한 달에 조합비 1만 5000원 내는 거 아깝지 않냐. 탈퇴하고 연차 사용하면서 퇴사 준비 하라”고 종용했다고 파리바게뜨지회 측은 설명한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지낸 김태기 일자리연대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조합비를 월급에서 공제해 사측에서 노조 가입 직원을 알 수 있으며 노조 리스트도 생긴다”며 “하지만 이 리스트를 가지고 노조 가입 직원을 제재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건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부당노동행위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지배 또는 개입하는 등 노동자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말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BMC의 주업무는 파리바게뜨 지점 관리와 현장 관리다. BMC가 업무 시간에 제빵기사들에게 파리바게뜨지회를 탈퇴하라고 종용하는 행위는 주 업무가 아니기에 SPC 본사 차원에서 적절한 지적을 해야 하고 필요하면 조치도 필요하다. SPC 측이 이미 BMC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노조에서 실시하는 일로 사측이 개입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은 스스로 BMC의 현장관리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파리바게뜨지회에서 받은 노조단체협약서에 따르면 조합활동은 근무시간 외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해당한다. 최유경 수석부지회장은 “SPC 측 주장대로 BMC의 노조 와해 공작이 ‘노조 업무’라면 BMC는 업무 시간에 노조 업무를 했고 이는 단체협약을 어긴 것”이라며 “단체협약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파리바게뜨지회에 따르면 사측은 사내 시스템에 'BMC 단체협약 위반'과 관련해 '단체협약서 제3장 8조 및 9조에 의거하여 조합원의 활동은 근무시간 외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근무시간 도중에 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회사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공지문을 게재한 바 있다.
BMC들의 행동과 관련한 앞의 사례들을 이 게재문에 근거해 해석해 보면, △BMC가 업무시간에 제빵기사들을 찾아가 노조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노조활동에 해당하기에 단체협약을 어긴 것이거나 △단체협약을 어긴 것이 아니라면 BMC의 이 같은 행동을 회사는 노조활동이 아닌 현장관리 업무로 해석하고 있거나 △BMC의 행동들이 비록 업무시간 내 노조활동이지만 문제 삼을 수 없다면 이는 회사가 사전에 허락했다는 것이 된다. 어떤 식으로도 SPC 사측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일요신문i는 SPC 관계자 여러 명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업계는 파리바게뜨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노사 양측이 하루 빨리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 소비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나 가치관이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노사관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기업 문화가 알려지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극단적 상황에선 불매운동이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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