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바란 영입 측면공격·중앙수비 약점 보완…‘솔샤르로는 우승 불가’ 의구심 떨쳐내야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한 맨유는 그의 은퇴 이후 우승권과 거리가 멀어졌다. 영원한 강자일 것 같았던 이들은 때론 4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고, 준우승을 했어도 우승팀과 10점 이상 승점 차이가 벌어질 정도였다. 길고 긴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와 지난 시즌 2위에 오른 이들은 이번 여름 대형 영입으로 왕좌를 노린다.
#과거 위용 잃은 맨유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5회, 리그컵 우승 4회. 퍼거슨 감독이 맨유에서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다. 이전까지 7번의 우승 경력이 있던 맨유는 퍼거슨 감독 부임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잉글랜드 최강팀의 지위에 올랐다. 그는 리버풀이 자랑하던 잉글랜드 역대 최다 우승 기록도 깨버렸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후, 맨유로선 그의 빈 자리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퍼거슨 이후 부임하는 감독마다 신통치 않은 성적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퍼거슨이 직접 후계자로 지목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고 이후 명장으로 불리던 루이스 반 할, 조세 무리뉴 등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이들 역시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 FA컵, 유로파리그 등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으나 리그 성적은 처참했다.
'과거 맨유의 정신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은 퍼거슨 감독 지휘 아래 선수로 활약했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었다. 솔샤르 감독은 하위권에 처져 있던 팀을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며 첫 시즌을 마무리했고 이후 꾸준히 리그 4위권 이내 성적을 냈다.
흔들리던 맨유에 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퍼거슨 은퇴 이후 앙헬 디마리아, 앙토니 마샬, 폴 포그바, 로멜루 루카쿠, 해리 매과이어 등 이적시장마다 큰돈을 투자해 선수를 보강했다. 하지만 비싼 몸값에도 스타 영입생들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일쑤였다. 자연스레 맨유의 성적도 흔들렸다.
#이번엔 다르다
2020-2021시즌을 리그 2위로 마친 맨유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어'들을 영입했다. 맨유를 지켜보는 이들도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평가를 내린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9년 만의 우승을 노려볼 만한 전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팀의 약점으로 지적된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 제이든 산초를 영입했다. 산초는 현재 잉글랜드 최대 유망주로 평가받는 선수다. 2000년생으로 만 21세에 불과하지만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 연속 공격 포인트 20개 이상을 생산해냈다. 지난 4시즌간 분데스리가 106경기에 나서 38골 51도움을 기록했다. 즉시 전력감인 동시에 미래 전력이다. 2018년 18세의 나이에 이미 성인 대표팀에도 데뷔했다. 대표팀에서도 22경기 3골 5도움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맨유는 또 하나의 약점인 중앙 수비수 자리도 메웠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수비수 라파엘 바란을 데려왔다. 산초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영입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맨유는 2019년 여름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 영입에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투자 효과는 있었다. 매과이어는 곧바로 맨유 수비 핵심으로 도약했지만 그의 파트너가 문제였다. 솔샤르 감독은 에릭 바이, 빅토르 린델로프 등을 번갈아 기용했지만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새 얼굴 바란은 매과이어와 최적의 호흡을 보일 선수라는 예측이 나온다. 레알 마드리드와 프랑스 대표팀에서 뛰며 챔피언스리그, 월드컵 등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인물이다. 레알에서 9시즌 반 동안 활약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잉글랜드 무대로 넘어왔다. 자신의 동기부여를 끌어올릴 팀으로 맨유를 선택했다. 제공권, 수비력에 비해 스피드가 부족한 매과이어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수비수다.
#솔샤르는 적절한 감독인가
염원하던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판은 깔렸다. 이제 공은 솔샤르 감독에게 넘어왔다.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집결했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일부에선 솔샤르 감독의 능력에 의문을 표한다. 흔들리던 팀을 안정시킨 공로는 인정하지만 '맨유가 우승을 원한다면 솔샤르가 적절한 감독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솔샤르 감독은 맨유 부임 이후 준수한 성적을 내왔지만 중요한 길목에서 실패를 해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2019-2020시즌 유로파리그 4강, 2020-2021시즌 유로파리그 결승 등에서 이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패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FA컵, 리그컵 등에서도 4강, 8강 등 상위 라운드에 올랐지만 라이벌들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다. 리그 내 우승 경쟁을 하는 팀들인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레스터 시티, 아스널, 토트넘 등을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중 리버풀, 아스널과는 감독으로서 역대 전적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이 같은 문제를 보이는 이유로는 적절한 로테이션의 부재가 꼽힌다. 맨유는 시즌을 치르면서 리그, 유럽대항전, 국내 컵대회 등 여러 대회를 병행해야 하는 빅클럽이다. 스쿼드 내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며 경기력을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솔사르는 일부 선수들에게 과도한 출전시간을 부여, 핵심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발생하고 백업 선수들은 경기력이 저하되는 문제를 만든다.
이는 그가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 빅리그,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맨유의 전 감독들(반 할, 무리뉴) 등과 달리 솔샤르의 감독 경력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우승 경력은 있지만 유럽 내에서도 하위 리그로 간주되는 노르웨이 리그 우승이었다. 2014년에는 카디프 시티 지휘봉을 잡으며 야심차게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지만 강등이라는 불명예를 경험했다.
이 같은 이유로 솔샤르 감독은 '우승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의심을 사는 솔샤르 감독에게는 이번 시즌이 중요하다. 이는 화려했던 '퍼거슨 시대' 이후 우승을 염원했던 맨유에도 마찬가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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