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깔끔하지만 개성은 부족…다소 민감한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적응 필요
EV6의 외관은 전기차 특유의 첨단 이미지를 담는 데에 주력했다. EV6의 전면부는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적용돼 한층 세련된 느낌을 준다. 아이오닉5가 직선을 강조했다면 EV6는 곡선을 살린 디자인이 돋보인다. 실제로도 EV6 외관에는 각진 모습이 보이지 않고 대부분 모서리를 곡선으로 처리해 부드러운 볼륨감을 강조했다. 후면부에는 리어 데크 스포일러에 LED 램프를 장착해 스포일러 자체에서 빛을 낼 수 있다. 흡사 로봇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내부 디자인은 깔끔했지만 아이오닉5처럼 파격적이지는 않았다. 아이오닉5가 운전자와 동승자 사이에 있는 변속기 위치를 핸들 옆 레버로 옮겼다면 EV6는 다른 차량처럼 통상적인 위치에 변속기를 뒀다. 또 아이오닉5가 사이드미러를 디지털 화면으로 구성해 차량 내부에 뒀다면 EV6의 사이드미러는 다른 차량과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와이드하게 배치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운전자 전면에는 계기반이 위치하며, 센터콘솔 측은 내비게이션 화면을 포함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 조작 모드에서 음악·라디오 등을 조작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터치식 전환 조작계로 편의성을 높였다. 전자식 다이얼 변속기가 적용됐으며 시동 버튼은 변속기 바로 위에 위치해 있다.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한 느낌을 받는다. 물리적인 버튼이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구성이 깔끔하지만 EV6만의 개성이라고 부를 만한 요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
EV6는 주행 중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속도가 빠르게 줄었다. 액셀을 밟는 세기에 따라 속도 변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다 보니 저속 주행하는 일반 도심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신경이 쓰였다.
EV6는 패들 시프트 조작을 통해 6가지 회생제동 단계(0~4단계 및 Auto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액셀 페달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반대로 단계가 낮으면 같은 세기로 페달을 밟아도 비교적 빠르게 가속이 이뤄졌다.
회생제동 4단계가 되면 i-페달 모드가 활성화된다. i-페달 모드는 액셀 페달 하나로 주행과 정차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으로 페달을 밟지 않으면 얼마 가지 않아 주행을 멈춘다. i-페달 모드 상태로 주행하던 중 액셀에서 발을 뗐더니 순식간에 속도가 줄어 불과 몇 초 만에 약 100km/h로 달리던 차가 멈췄다. 워낙 빠르게 속도가 감소하다보니 i-페달 모드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위험할 수 있다.
EV6의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상대적으로 스포츠 모드는 가속이 빠르고, 에코 모드는 가속이 느렸다. 주행 습관에 따라 회생제동 단계와 주행모드를 조절하면 속도 조절도 보다 쉬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EV6는 눈길에서 헛도는 바퀴의 구동력을 최적화하는 스노 모드도 제공한다.
EV6는 엔진 소음이 없는 전기차답게 정숙한 환경에서 주행이 가능하다. 노면 소음이 들리기는 했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다른 차량들도 방음 시설을 잘 갖췄기 때문인지 고속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날 기자가 달린 거리는 69.7km, 전비는 5.1km/kWh였다. 기아가 밝힌 EV6의 전비 4.0~5.1km/kWh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이날 기자가 주로 고속도로에서 주행했음을 감안해야 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고속도로에서 전비 효율이 좋지 않다. 전기차의 에너지 소모량은 모터 회전수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고속에서 상대적으로 전비가 낮기 때문이다. 일반 도심에서 주행하면 이보다 효율적인 전비를 기대할 수 있다.
EV6의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모델 △에어 4730만 원 △어스 5155만 원, 롱레인지 모델 △에어 5120만 원 △어스 5595만 원 △GT-Line 5680만 원이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혜택(최대 300만 원)과 구매보조금(서울시 기준 1200만 원) 등을 반영하면 3000만 원대 중반에서 4000만 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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