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결과가 1차 슈퍼위크 및 추석 후 호남 경선에 영향…이재명-이낙연 득표율 격차 관전 포인트
민주당 경선의 첫 번째 분수령은 1차 슈퍼위크다. 1차 선거인단 70만 명가량의 투표 결과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대세론’을 굳힐 수 있느냐가, 이낙연 전 대표는 추격을 할 수 있느냐가 달려 있다. 일부 후보들의 중도하차, 합종연횡 등도 벌어질 수 있다. 이재명 이낙연과 함께 ‘빅3’로 분류되긴 하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는 정세균 전 총리 행보도 주목을 받는다.
그 중심에 충청이 있다. 과거 민주당 경선은 텃밭인 호남이 최대 승부처로 꼽혔다. 2002년 ‘노무현 신드롬’은 광주에서 시작됐다.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충청에서 가장 먼저 경선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9월 4일엔 대전과 충남, 5일엔 세종과 충북이다. 그 뒤를 대구·경북(9월 11일)과 강원(9월 12일)이 잇는다. 이른바 ‘1차 슈퍼위크’로 불리는 9월 12일엔 앞서 모집했던 70만 명의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도 나온다. 충청이 경선의 출발점이자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충청은 현재로서는 대선 본선에서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망론'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당원이 많은 호남을 승부처로 보고 갈 가능성이 크지만, 제가 볼 때는 충청이 ‘결선 투표로 가느냐 마느냐의 포인트”라면서 “거기(충청)서 만약에 이낙연 전 대표가 의미 있는 승부를 보지 못하면 호남에서도 무너질 것이다. (이 지사가) 뭐 50% 수준이면 그냥 끝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석에서 만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충청 표심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곳에서의 이재명-이낙연 간 격차, 그리고 나머지 후보들 득표율에 따라 다음 경선 일정이 정해질 것이다. 모든 캠프가 경선 시작과 동시에 주요 인력을 충청에 배치했다. 특히 반이재명 세력의 중심축인 친문계가 충청 조직 풀가동에 나섰다고 들었다. 이변이 일어난다면 충청이 그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후보 6명 중 충청 출신은 없다. 지역적 고리로만 봤을 땐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더욱 충청 표심에 시선이 쏠린다. 조직 등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무엇보다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이 투표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에서다. 이는 가장 많은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포진해 있는 호남 경선과도 직‧간접적으로 맞물릴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호남 지역 역시 ‘될 사람을 뽑는다’는 기류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캠프는 결과를 자신하는 모습이다. 충청 압승을 바탕으로 고향인 대구‧경북을 거쳐 강원까지, ‘1차 슈퍼위크’에서 기선을 제압할 것으로 기대한다. 황교익 인사 파동, 이천 화재 당시 ‘먹방’ 출연 논란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음에도 지지율이 꺾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세론’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고 자평한다. 캠프는 이 지사 장인이 충북 충주라는 것을 강조하며 ‘충청 사위론’도 부각시키고 있다.
이재명계 한 의원은 “한때 이낙연 전 대표 추격으로 긴장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갈수록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대세론은 깨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안 깨진다. 이는 경선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충청에서 과반 이상을 얻을 것”이라고 점치면서 “결선은 없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도 “충청은 좀처럼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민주당 지지층 중에는 흔히 말하는 ‘샤이 이재명’이 제법 있다. 충청에 유독 많다. 밑바닥 민심은 이재명”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는 역전을 노린다. 충청에서 ‘이재명 대세론’에 균열을 낸 뒤, 2차 경선 지역인 호남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이낙연 전 대표 부인 김숙희 씨는 일찌감치 충청으로 옮겨 와 선거 운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내에선 충청지역 민주당 의원들 중 대부분이 이 전 대표를 지원하고 있어, 조직표가 움직일 경우 이 지사와 접전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낙연계 한 의원은 “자체 조사로는 이 지사와 오차 범위 내 차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충청에서 이낙연 지지가 높다. 이는 다음 지역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 캠프는 충청에 사활을 걸었다. 이재명 지사가 충청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목표는 결선이다. 결선으로 가면 우리가 유리하다. 그 갈림길이 충청이다. 전국 여론조사에선 이 지사에 비해 밀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충청에서 선전할 경우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상으론 이재명 지사가 우위에 있다. JTBC 의뢰로 리얼미터가 8월 21~22일 실시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 32.4%, 이낙연 전 대표 21.4%였다. 충청지역에서는 이 지사가 32.7%, 이 전 대표가 20.4%였다. 충청에서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여론조사도 있긴 하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8월 21~22일 실시한 결과에선 이 지사 충청 지지율이 26.8%, 이 전 대표는 21.5%였다. 둘의 차이는 5.3%포인트(p)였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충청지역) 격차는 대략 5~13%p로 나오고 있다. 이 지사가 앞서고 있긴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희망을 버리긴 이르지만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초반에 승부가 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면서 “투표가 시작되는 8월 31일 직전 주말인 8월 28~29일이 중요하다. 후보 본인은 물론 모든 캠프가 충청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나머지 후보들 역시 충청지역에서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각오를 내비친다. 특히 정세균 전 총리 측은 배수진을 쳤다. 충청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완주 자체가 힘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친문을 중심으로 이낙연 전 대표와의 단일화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세균 캠프 관계자는 “정세균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잘라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경선 초반부터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등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충청권 끌어안기에 나선 바 있다. 8월 들어서만 충청을 4차례 방문했고, 8월 25일부터는 상주하고 있다. 앞서의 정세균 캠프 관계자는 “여론조사 수치와 체감하고 있는 밑바닥 정서는 다르다. 이낙연-이재명 네거티브 공방에 실망한 충청 유권자들이 정세균 쪽으로 오고 있다”면서 “충청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만 나온다면, ‘정세균 신드롬’이 경선 판을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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