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결렬 B 사모펀드 “금감원 회계지적 숨기고 가족에 특혜 용역” 한승표 대표 등 사기미수 고소
리치앤코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상품을 비교 판매하는 GA다. GA는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소비자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법인보험대리점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상품의 제작과 판매 분리 목적으로 자회사 GA를 설립하면서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후 보험업법 개정으로 생보, 손보 교차 판매 등이 허용되며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리치앤코는 2020년 보험설계사 보유 기준으로는 업계 12위다. 설계사는 약 3700명이지만 설계사 수 대비 매출액을 의미하는 설계사 생산성은 1위를 기록했다. 2020년 매출액은 약 3111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약 113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리치앤코 기업가치는 2000억 원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고 알려졌다.
그런 리치앤코가 B 사에 피소된 것은 지난 5월이다. 지난해 12월 15일 B 사는 리치앤코 경영진과 지분 100% 인수 조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당 양해각서 핵심은 지난 3월 말까지 B 사가 리치앤코 인수 거래의 독점적 우선협상권을 보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점 우선협상권을 보유한 기간이 지나면서 거래가 깨졌고 B 사는 이 책임이 리치앤코에 있다고 주장했다. B 사가 리치앤코를 사기 미수 혐의로 고소한 이유다.
지난해 11월 리치앤코는 과거 모집수수료에 대한 수익인식 회계 처리 내용에 대한 금융감독원 측의 소명요구를 받았다. 양해각서 체결 직전인 2020년 12월 11일에는 추가 소명 요청을 받았음에도 한승표 리치앤코 대표 등 경영진이 이를 B 사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B 사는 “회계 감리 지적은 회사 존폐와 직결되는 중요 사항인데 이를 알리지 않은 의도가 불순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B 사는 리치앤코가 금융감독원의 회계 지적을 받은 사항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고소했다. B 사가 지적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현재 GA 업계 대부분 회사는 회계 처리상 현금주의 또는 실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현금주의는 정부회계 방법으로 현금을 수취하거나 지급한 시점에서 거래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보험업은 중도 해약이나 취소, 철회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리치앤코는 회계 처리 기준으로 발생주의를 선택했다. 발생주의는 현금 수입이나 지출과 관계없이 수익과 비용이 발생한 시점에서 기간 손익을 인식하는 기준이다. 계약이 이행되지 않더라도 당장은 장부상 이익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계약해지, 취소 등이 발생하면 회계상 매출이 과대하게 잡힐 수 있다.
2020년 11월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이 지적한 사항도 ‘발생주의가 아닌 현금 수취액에 한정해 재무제표를 수정할 것’이었다. B 사는 “만약 이에 따라 재무제표를 수정할 경우 실사해 본 바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리치앤코 자산은 1428억 원에서 372억 원으로, 자본 355억 원에서 마이너스(-) 398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29억 원에서 -55억 원으로 당기순이익은 55억 원에서 -84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2020년 12월 해당 문제가 불거졌을 때 리치앤코는 B 사에 “당사는 이미 T 회사 투자를 전제로 D 사로부터 1년간 철저한 실사를 받았으며 실사 과정에서 당사가 발생주의로 계상한 매출채권에 대해 철저히 검증받은 바 있다. 실사 결과 발생주의를 보수적으로 적용해 오히려 리치앤코가 계상한 매출채권보다 더 많은 현금유입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B 사는 또 다른 혐의들도 경찰에 고소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B 사는 리치앤코의 배임 혐의가 있다며 고소했다. 리치앤코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자문 또는 용역 계약 명목으로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B 사는 2018년 2월 리치앤코가 경영진 가족 지인인 김 아무개 씨와 해외현지조사업무 대행 계약을 체결하면서 5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김 씨는 계약 당시 만 26세에 불과한데 대규모 보험대리점업을 영위하는 리치앤코를 대신해 미국 현지 보험시장 조사를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결과물도 받기 전에 계약 즉시 대금을 지급하는 조건 또한 특수하다고 지적했다. B 사는 이외에도 용역 계약 여럿이 이와 유사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B 사는 리치앤코가 회사 부사장의 아내와 체결한 컨설팅 계약도 배임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B 사는 “리치앤코가 부사장의 아내인 김 아무개 씨에게 2018년 7월 약 1800만 원, 8월 1700만 원을 지급한 바 있고 2019년에도 계약한 바 있다. 규모가 큰 리치앤코가 컨설팅을 맡기기에는 사업자도 없는 개인인 데다 회사 임원의 배우자에게 단독 의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라면서 “만약 부사장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그런 특혜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사는 배임 혐의 등을 종합해보면 그 액수가 1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리치앤코 관계자는 “해당 내용 전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경영진에 확인해보겠다”라고 했지만 이후 답변은 없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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