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이을 차세대 뉴 히어로의 탄생…MCU 페이즈4의 포문 열었다
9월 1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아시안 히어로 솔로 무비다. 강력한 무기인 '텐 링즈'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 온 아버지 웬우(만다린·양조위 분)의 밑에서 암살자로서 자라 왔으나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진정한 힘을 깨닫게 되는 히어로 '샹치'(시무 리우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딘지 모르게 순박해 보이는 인상을 한 샹치는 절친인 케이티(아콰피나 분)와 함께 호텔의 발렛 파킹 직원으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성실한 청년이다. 마블 스튜디오 속 대부분의 히어로가 그렇듯 그 역시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아버지 웬우의 조직원들에게 습격을 당하게 되면서 절친에게도 숨겨왔던 과거와 초인적인 힘을 드러내며 히어로로 각성하게 된다.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죽은 어머니가 남긴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운 그가 두려움의 근원이었던 웬우를 마주하며 겪는 정신적·육체적 성장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이루는 큰 줄기다.
부자 간의 애증과 갈등, 성장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라는 아버지의 존재는 비단 마블 뿐 아니라 어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식상한 소재일 수 있다. 그러나 악인에게도 평등하게 주어지는 입체적인 서사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웬우와 샹치, 두 캐릭터의 대치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웬우를 빌런으로서 마냥 증오할 수 만은 없게 만드는 양조위의 열연도 여기에 한 몫 하는 것은 물론이다.
히어로로서 샹치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을 꼽자면 그의 액션의 토대가 쿵푸에 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액션에 들어가기 앞서 태극권과 유사한 동작을 취하는 그의 모습은 서양이 한때 열광했던 홍콩 무협 영화 속 캐릭터와 흡사해 보인다. 여기에 마블 스튜디오 특유의 화려한 특수효과와 카메라 워크가 가미되면서 샹치는 21세기 신개념 무협 히어로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해 낸다.
특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좁은 곳에서 벌이는 1대 다수와의 액션 신이 매우 인상적이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유려한 동선을 보여주며 강력한 '한 방'으로 적들을 제압하는 샹치의 모습은 마지막 한 명이 쓰러질 때까지 관객들의 심장을 쥐고 놓아주질 않는다.
이에 더해 샹치의 여동생인 샤링(장멍얼 분)과 함께 합을 맞춰 벌이는 남매의 듀엣 액션 신도 이 영화가 기존의 마블 히어로 무비와 결을 달리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호흡은 화려한 CG에 결코 가려지지 않는 완벽한 하모니로 마지막 결전까지 이어진다. 또 '샹치'가 보여준 새로운 미지의 세계 '탈로'의 수장이자 샹치의 이모 '난' 역의 양자경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액션 배우의 명성에 걸맞게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으로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
이전까지의 마블 히어로 무비 속 히어로들이 인류의 평화와 히어로로서의 정체성, 동료들과의 갈등 등을 고뇌해 왔다면 샹치는 마블 스튜디오의 모기업인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오래도록 강조해 왔던 '가족애'를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삐끗하면 유치한 신파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이 주제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영화의 큰 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는 것은 긍정적인 지점이다. '블랙팬서'의 와칸다, '토르 시리즈'의 아스가르드 등과 마찬가지로 '샹치'의 탈로도 이러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앞으로 모습을 드러낼 뉴 히어로들과 어떤 연계를 펼쳐나갈 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어벤저스의 원년 멤버였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1세대 히어로들이 퇴장한 가운데 그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히어로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이처럼 어벤저스가 막을 내린 뒤 처음 등장한 히어로라는 점에서도 샹치의 존재는 특별하다. 특히 그가 지닌 힘이 앞으로 펼쳐질 마블의 페이즈4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지에도 기대가 모인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4는 어벤저스 시리즈가 주가 되는 '인피니티 사가'의 페이즈1~3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다룬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부터 오는 11월 개봉하는 '이터널스', 연말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과 2022년 개봉을 대기 중인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어벤저스의 이야기가 모두 종료된 이후의 파트인 만큼 '이터널스'를 제외하면 히어로들의 팀 워크 보다 솔로 무비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7월 개봉한 '블랙 위도우'도 페이즈4에 속하긴 하지만, 어벤저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페이즈4의 포문을 연 새로운 시대의 히어로인 셈이다.
이처럼 기념비적인 작품이 출연진들의 95% 이상을 동양인 배우로 캐스팅했다는 것에도 국내 관객들의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 브루스 리와 성룡의 시대가 저문 뒤 동양인 배우가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 산업에서 주류로 떠올랐던 적은 전무했다. 감초 같은 조연 또는 악의 조직의 수장이나 조직원, 주인공의 연인 같은 롤에 그쳤던 이들이 스크린의 사방팔방을 점령하고 장풍 아닌 수퍼 파워를 쓰는 모습을 본다면 은근히 가슴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그들이 모두 중국어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동양과 서양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샹치의 캐릭터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크게 마음을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132분, 12세 이상 관람가. 9월 1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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