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 오징어' 사업 명목으로 투자자들에게서 116억 원대를 가로챈 사기꾼 김 아무개 씨. 그는 재력가 행세를 해왔지만 모두 거짓이었고 수산업에 종사하지도 않는 '가짜 수산업자'였다. 그리고 언론, 법조, 정치계의 유력인사들이 김 씨로부터 금품, 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들은 과연 어떤 사이었으며 단순 사기범이었던 그는 어떻게 화려한 인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일까.
2008년부터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진 김 씨. 그는 7년간 도피 끝에 구속되었다. 그리고 수감된 교도소에서 전 언론인 송 아무개 씨를 만났다. 김 씨는 그를 통해 김무성 전 의원과 그의 친형 등을 소개받았다.
그 이후로도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사학재단 이사장 등 유력 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해나간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포항으로 돌아간 그는 자신이 1000 =억대의 유산을 상속받아 어선 수십 척 및 풀빌라, 고가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가장했다.
그렇게 속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동 오징어 사업에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제작진은 포항 현지 취재를 통해 이것이 얼마나 허황된 사기 사건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투자한 유력인사들은 왜 아무 의심도 없이 그를 믿고 거액을 투자했던 것일까.
한 제보자는 "김무성 의원님 등이 포항에 오면 김 씨가 항상 배를 태워줬어요. 진짜 조업하는 배. 그런데 그거는 미리 다 섭외를 해놨었죠"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이 언론사 부회장이자, 3X3 농구위원회 회장 등을 맡고 있고 다문화 봉사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그가 해당 분야에서 아무런 관련성이 없음에도 그러한 경력을 쌓은 데는 그의 황금인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직책과 경력은 그가 더 큰 사기행각을 벌이는데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김 씨는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이 인맥을 유지하기 위해 고가의 수산물과 시계, 골프채 등 건넸고 고급 차량까지 무상으로 대여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에 찍힌 김 씨의 사진 속에는 눈길을 끄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바로 이방현 검사였다. 경찰 수사에 의하면 이 검사는 김 씨로부터 고급 시계, 고가의 수산물 등을 받았다고 한다.
취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사기전과가 있던 김 씨와 이 검사가 포항에서 친분을 쌓고 있던 2019년경 김 씨가 고발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각하' 처리된 과정을 두고 친구였던 이방현 당시 포항지검 부장검사가 입김을 넣었다는 의혹도 있었다는 것이다.
희대의 사기꾼 김 씨와 검사 친구의 만남은 과연 적절한 것이었을까. 피해자들이 거액의 사기를 당하고도 나서서 피해를 드러내지도 못했던 한 편의 블랙 코미디 같았던 오징어 사기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고위 인사들이 어떻게 그들만의 관계를 만들어왔는지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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