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 게재
[대구=일요신문] 경북대병원은 이 병원 생명의학연구원 오지원 교수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공동연구팀이 전장유전체 기술을 이용해 인간 발생과정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8월 2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인간 배아에 존재하는 소수의 세포들이 인체에 존재하는 총 40조 개의 세포를 어떻게 구성하고 각각의 장기로 언제 분화하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결과이다.

특히 예쁜꼬마선충의 배아 발생과정 연구는 2002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종 간 차이로 이들로부터 인간의 발생과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DNA 돌연변이에 주목했는데,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무작위적 돌연변이가 매 세포에 누적되는 것을 발견했고, 이렇게 발생한 돌연변이는 성체의 자손 세포에도 전달되기 때문에, 온몸에 퍼진 성체 단일세포의 DNA 돌연변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면 이들을 세포의 바코드로 삼아 배아 세포들의 움직임을 재구성해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7명의 시신 기증자에서 총 334개의 단일세포 및 379개의 조직을 기증받아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세포 전장유전체 분석을 수행한 것.
이번 연구로 연구팀은 인간 배아발생 과정에 발생하는 현상들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고, 특히 배아 내 세포들이 발생 초기부터 서로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전장 유전체 빅데이터를 이용해 윤리적인 문제 없이 인간의 초기 배아발생 과정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쾌하게 증명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응용하면 개인마다 발생과정 중 나타나는 세포들의 움직임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되고, 이 기술은 향후 발생과정에서 생기는 희귀질환의 예방, 선별검사 및 정밀치료 시스템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지원 교수는 "죽음에 이른 신체로부터 인간 생명의 첫 순간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놀라운 연구로,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본인의 신체를 기증한 분들이 없었다면 본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주영석 교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 20년 만에 단일세포 유전체에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정확히 규명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한 유전체 기술의 쾌거이다.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향후 지속해서 더 높은 해상도의 인간 배아 발생과정 추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