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조력자 집 대문에 법정 출두 명령서 붙여…“법정 서면 사형 처해질 것” 덜덜
최근 영국의 ‘메일온라인’은 탈레반이 부역자로 의심받는 사람들의 집에 ‘밤편지’를 붙여 놓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밤편지’란 탈레반이 밤에 대문 앞에 붙이고 가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당장 자수해서 법정에 출석할 것을 명령하는 통보문이다. 사실 말이 좋아 통보이지 문제는 법정에 선다고 해도 사형에 처해질 위험이 높다는 데 있다.
최근 ‘밤편지’를 받은 6남매의 아버지인 나즈(34)는 “그 편지는 탈레반의 도장이 찍혀 있는 공식 문서였다. 나를 죽이고 싶다는 확고한 메시지였다. 만일 내가 법정에 출석한다면 나는 분명 사형당할 것이다”라며 두려움에 떨었다.
영국군이 헬만드에 도로를 건설하고 캠프 바스티온에 활주로를 건설하는 것을 도왔던 나즈는 영국에 난민 자격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나즈는 “내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탈레반은 나를 죽일 것이다. 내가 몸을 숨기고 탈출할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난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피해자인 전 영국군 통역관은 자신이 ‘이단자의 첩자’ 역할을 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탈레반은 그에게 찾아와 당장 자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바치라고 협박했다.
이런 ‘밤편지’는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세력이 오래전부터 이용해온 협박 방법이다. 과거 구소련 점령 기간 동안 무자히딘 전사들이 사용하던 방법을 탈레반이 선전 도구이자 위협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헬만드 최전방에서 일했던 시르(47)라는 이름의 남성은 “나는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지만 결국 비행기에 올라탈 수 없었다”면서 “내 딸이 문에 꽂혀 있던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탈레반 법원의 심판을 받기 위해 자수하라는 명령이 담겨 있었다. 만약 내가 자수하지 않으면 그들은 나를 사냥꾼처럼 추적해 결국에는 죽일 것이다”라며 떨었다.
언제 탈레반이 들이닥칠지 몰라 공포에 떨고 있는 나즈는 “밤편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탈레반에 복종하거나 죽거나 둘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반드시 아프간을 탈출해야만 하는 이유다”라고 호소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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