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여세 몰아 사업 확장 모색, 확정된 건 없어…LX홀딩스 최대주주 여전히 구광모, 지분 교환 이슈 상존
#구본준 회장, 반도체 신사업 추진 나서나
LX그룹의 핵심 계열사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 5960억 원, 영업이익 1258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2분기(매출 2조 3073억 원, 영업이익 303억 원)에 비해 매출은 7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15.2% 늘었다. 구본준 회장으로서는 첫 시작이 좋은 셈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최근 살아난 것이 LX인터내셔널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입 증가로 산업재·솔루션 부문의 매출이 회복했다”며 “에너지·팜 부문은 석탄과 팜의 판가 상승으로 당초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해운선사의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상사 물류 마진이 하락하는 분위기”라며 “석탄의 경우 현재는 가격이 높지만 언제 조정될지 모르고, 석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아 일종의 사양 산업으로 분류된다”고 전했다. 당장은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LX그룹이 언제까지 LX인터내셔널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인지 구본준 회장은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구 회장은 계열사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을 통해 반도체 사업 확장을 모색 중이다. 그는 지난 5월 LX세미콘 미등기 상근 임원에 취임했고, 양재캠퍼스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LX홀딩스 관계자는 “구 회장은 LG광화문빌딩과 LX세미콘 양재캠퍼스 두 곳에 집무실을 두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곳에 방문한다”고 전했다.
구본준 회장은 과거에도 반도체 사업에 애정을 보인 바 있다. 구 회장은 1997년 11월부터 1999년 7월까지 LG반도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LG반도체가 IMF 외환위기 영향으로 1999년 7월 현대전자산업에 매각될 당시 구본준 회장은 “LG의 경우 전기·전자를 주력 업종으로 하고 있어 반도체 경영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반대했다. LG반도체 매각은 고 구본무 회장 등 LG그룹 오너 일가가 매각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한동안 발길을 끊어버릴 정도로 깊은 앙금을 남겼다.
LX세미콘의 주요 제품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다. DDI는 디지털 신호를 RGB(적녹청) 아날로그 값으로 전환해 스마트폰이나 TV 디스플레이 패널에 전달해 영상을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X세미콘의 지난해 매출 1조 1619억 원 중 86.38%인 1조 36억 원이 DDI 사업에서 발생했다.
LX세미콘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8549억 원으로 2020년 4317억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DDI는 최근 공급이 부족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으로 DDI 가격 인상이 매분기 이뤄지고 있다”며 “그간 LX세미콘의 주 매출처가 LG디스플레이였지만 계열분리가 됐으니 고객도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DDI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DDI 사업이 호황을 맞은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노트북과 태블릿PC 등 IT기기의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상승으로 대면 활동이 늘어나면 DDI 사업은 지금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인지 LX세미콘이 DDI 외에 반도체 제품군을 추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에 대해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차량용 반도체, 2차전지용 반도체 등 시장으로의 저변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LX세미콘도 반기보고서에서 “디스플레이 외에도 가전, 자동차, 배터리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지속적으로 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LX세미콘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구광모·구본준 회장 지분 교환 언제?
구본준 회장의 야심찬 계획에도 LX그룹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LX인터내셔널이 그룹 공식 출범 직후 상승세를 보이며 3만 5000원 선을 넘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는 2만 원 후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LX홀딩스도 상장일인 5월 27일 시초가 1만 2650원에서 현재는 1만 원 전후 수준이다.
LX세미콘의 현재 주가는 지난 7월 27일 장중 한때 13만 원 선을 넘보기도 했지만 8월 27일에는 11만 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이후 11만 원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에 반영되지는 못한 것이다.
(주)LG의 주가 역시 그룹 분리 이후 주가 흐름이 신통치 못하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LG 주가 약세의 주된 배경은 LX홀딩스 편입 계열사들의 순자산가치가 제외된 것”이라며 “LX홀딩스와의 지분 정리 이슈 해소 등이 수반돼야 보다 의미 있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회장의 지분 교환 이슈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X홀딩스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리됐기 때문에 (주)LG와 지분구성이 동일하다. 현재 (주)LG와 LX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5.95%의 구광모 회장이고, 2대주주는 7.72%의 구본준 회장이다. 추후 구본준 회장은 보유 중인 (주)LG 지분을 구광모 회장의 LX홀딩스 지분과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독립 경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구광모 회장이나 구본준 회장 입장에서 지분 교환을 급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분 교환 자체가 주가 흐름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면서 일부 주주들의 반발도 감지된다.
이에 대해 앞서의 LX홀딩스 관계자는 “(지분 교환의)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LG그룹 관계자 역시 “아직 정해진 구체적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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