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하기’ 매출 급증에 풀필먼트 사업 검토…네이버·쓱·쿠팡 3강 구도 깰지 주목
#물류 솔루션 인력 모으는 카카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B2B 물류사업을 위한 플랫폼 개발 운영 및 물류 솔루션 설계 인력을 모집 중이다. 물류센터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입출고·실시간 재고 관리·송장처리 등 물류 프로세스를 설계해 기업 대상 물류사업을 강화하겠다는 행보로, 향후 물류센터나 배송망을 보유한 업체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와 인프라를 확보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풀필먼트 사업을 할 것인지 검토하는 중으로, 관련 인력을 뽑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업 진출 여부는 미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하더라도 엔터프라이즈는 AI(인공지능) 회사로 커머스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기 때문에 직접 창고를 운영하거나 배송하는 형태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커머스 사업을 확장하면서 플랫폼 내 셀러들을 ‘록인(Lock-in, 이용자를 묶어두는 것)’하기 위해 풀필먼트 사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커머스 사업으로 크게 △선물하기 △쇼핑하기 △라이브커머스 △카카오프렌즈 △메이커스 △패션 등을 영위하고 있다. 선물하기는 제품이나 쿠폰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지인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다. 쇼핑하기는 타 오픈마켓과 달리 2인 이상 모이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톡딜(공동 구매)’을 주력으로 하는 서비스로, 주문한 만큼 판매해 재고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자체 스튜디오에서 제작·기획해 송출하는 라이브커머스 서비스에도 집중하고 있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소비자들이 질문하면 사회자나 카카오 MD 및 기획자가 직접 답변하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지인과 선물을 주고받고, 지인은 물론 안면 없는 타인과 물건을 함께 구매할 수 있는 ‘관계형 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은 커머스 사업에서 입점업체들의 플랫폼 이용 수수료 및 광고수수료로 수익을 얻는다”라며 “입점한 셀러들이 늘어날수록 카카오가 받는 수수료 이익도 커지기 때문에, 카카오 입장에서는 기존 셀러들을 묶어두는 동시에 신규 셀러들을 꾸준히 유입할 요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물류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형 셀러들을 대상으로 풀필먼트를 대행해주고 재고 예측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들을 카카오 플랫폼 내 록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출 방식을 두고는 다양한 방식이 거론된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류 솔루션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캐나다의 쇼피파이는 기존 플레이어들과 손잡고 물류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아마존의 대항마로 성장했다. 쇼피파이는 셀러에게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USPS, UPS 같은 배송 업체들은 물론 3PL(3자물류) 업체들과도 물류 연합 체계를 형성했다. 네이버가 선택한 전략으로, 네이버는 올해 7월 물류업체 7곳과 손잡고 데이터 기반 통합 물류관리 플랫폼에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만들어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여태까지 커머스 분야에서 부각되는 사업은 선물하기 말고는 없었지만, 선물하기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고 카카오 커머스 매출 볼륨도 확대되고 있다”며 “커머스 파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 풀필먼트 사업도 검토 중인 듯하다”고 해석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도 “AI 기술로 물량을 예측하는 것은 플랫폼 업체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다. 광고 노출량 등도 물량 예측 요인 중 하나로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물량예측 서비스도 재고 관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셀러들을 자사 채널에 묶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태풍에 기존 3강 구도 깨지나
유통 물류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네이버와 쿠팡, 쓱닷컴 3강 구도를 깰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플레이어라고 보고 있다. 카카오톡만 다운로드 받으면 물건 구매 시 별도 회원 가입과 로그인이 필요 없고, 카카오페이로 간편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선물하기 상품 구성은 과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등 테마별로 상품을 구성했다면 지금은 명품과 생필품, 패션뷰티까지 대부분의 영역으로 확장돼 있다. 여기에 물류 경쟁력까지 확보하면 언제든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당장은 위협적이지 않지만 카카오는 확장력이 매우 높은 메신저 플랫폼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가 늘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카톡 내 판매 상품 품목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선물하기 시장이 계속 커진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카카오커머스는 2018년 12월 출범해 당해 매출 226억 원에서 2019년 2961억 원, 2020년 5735억 원으로 매출 규모를 키웠다. 영업이익도 2018년 41억 원, 2019년 757억 원, 2020년 1595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용자도 늘었다. 2020년 12월 기준 플랫폼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선물하기 2173만 명, 쇼핑하기 1300만 명, 메이커스 600만 명을 기록했다.
퀵커머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7월 유통전문기업 hy(옛 한국야쿠르트)와 손잡고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hy의 통합 물류체계 구축을 위해 IT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카톡에서 판매 중인 음료나 신선식품 등을 hy의 물류망을 활용해 배송하기 위해 손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hy는 1만 1000명에 달하는 프레시 매니저(FM)를 통해 전국 단위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한 업체다. 전체 FM이 하루에 처리하는 제품 수는 500만 개에 이른다.
9월 1일부로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가 재합병된 만큼 커머스 사업 속도는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2018년 12월 커머스 부분을 별도로 떼어내 카카오커머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커머스 서비스를 다 카톡 채널 안에서 제공 중이고, 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에 대응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합쳤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풀필먼트 사업에 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물류사업은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인데, 카카오는 물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물류업계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진출 시 너무 많은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풀필먼트업체 한 관계자는 “풀필먼트 시장은 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강자들이 버티고 있고 쓱닷컴은 이베이도 인수하며 이커머스 볼륨을 키우는 중이다. 쿠팡과 네이버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데 카카오가 뛰어든 상황”이라며 “물류 파트너사를 잘 만나거나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갖고 진출하지 않는 이상, 풀필먼트 사업은 자칫하면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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