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론 여전” vs “구심점 약화”…전 당원 투표 경선룰 조직력 우위 이정미에게 유리 관측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대선 본선행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진보진영 내부에선 “심상정 역할론은 여전하다”는 전망과 함께 심 의원의 구심점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뒤섞여 있다. 내부 권력구도에 따라 정의당 간판이 교체될 수도 있다.
심상정 의원 최대 경쟁자는 정의당 대표를 지낸 이정미 전 의원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들고 나온 이 전 의원은 8월 23일 차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 전 의원의 최대 강점은 조직표다. 옛 민주노동당 시절 민족자주파(NL) 인천연합 소속이던 이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논란 때 노·심(노회찬·심상정)의 민중민주파(PD), 유시민 계열의 국민참여당과 함께 탈당한 뒤 2012년 10월 21일 진보정의당(현 정의당)을 창당했다.
정의당 한 당직자는 “조직력은 그쪽(인천연합)이 아무래도 비교우위에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전 의원은 진보진영 내에선 심 의원 다음으로 대중성을 갖춘 정치인으로 꼽힌다. 진보진영 한 관계자는 “포스트 주자가 없던 정의당이 한때 ‘이정미 키우기’에 나섰던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 전 의원이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정의당 당 대표를 지냈던 것도 이런 당내 위상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제21대 총선 때 인천 연수을에 출마해 낙선(득표율 18.4%)했다. 이후 절치부심 끝에 대선 출마 준비에 돌입했다.
이 전 의원이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또 다른 이유는 ‘룰’이다. 정의당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은 온라인과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한 전 당원 투표다. 당내 일부 정파는 선거인단 모집 카드를 주장했지만 시기적으로 늦은 데다, 지역에서 ‘여력이 없다’는 의견이 빗발치면서 전 당원 투표로 회귀했다.
조직력에서 강점이 있는 이 전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집어보면 진보진영 인사 중 가장 대중성이 높은 심 의원으로선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심 의원의 출마는 2007년(민주노동당)과 2012년(진보정의당), 2017년(정의당)에 이어 네 번째다. 다만 2007년 대선 땐 권영길 당시 후보에게 패했다. 2012년 대선 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고 중도 하차했다.
심 의원은 내년 3·9 대선 출마를 “마지막 소임”이라고 규정했다. 8월 29일 공식 출마 선언에선 “양당 체제의 불판을 갈아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심 의원은 “국민이 삼분지계(三分之計)를 만들어주셔서, 심상정이 34% 득표로 대통령이 되도록 해 달라”며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심 의원 측 관계자는 “9월 한 달 동안 전국 각지 당원들을 만나 ‘왜 심상정인가’를 증명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당 최종 대선 후보는 10월 6일 결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땐 같은 달 12일 결선투표를 통해 승자를 가린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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