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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6일 부산저축은행 피해대책위 회원들이 금융감독원 건물 앞에서 피해보상과 정권 반대를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최근 검찰은 예금보험공사(예보)와 함께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 등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임직원 73명의 금융자산 90억 원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7개 저축은행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 5곳(부산 대전 부산2 중앙부산 전주)과 보해저축은행 도민저축은행이다. 가압류 대상엔 금융자산과 함께 이들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부동산 437필지도 포함됐다. 회수 가능한 자산을 파악하는 동시에 향후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자금 회수 조치가 얼마나 큰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이들 부실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부동산들이 대부분 가압류나 압류, 혹은 거액의 근저당권 설정에 묶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예보에 앞서 채권자들이 영업정지 저축은행 명의 부동산에 ‘찜’을 해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점거 농성 중인 부산 동구 초량동 1146-5 소재 부산저축은행 본사 5층 건물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법원의 가압류 처분을 받은 상태다. 부산저축은행 명의로 된 이 건물에 대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채권자 신한은행, 청구금액을 50억 원으로 하는 가압류 처분을 내렸다.
이어서 지난 3월 17일엔 채권자를 K 사모펀드, 청구금액을 200억 원으로 하는 가압류 처분을 서울남부지방법원이 내렸다. 예보에 앞서 은행과 사모펀드가 부산저축은행 보유 부동산에 선수를 친 셈이다. 이 건물을 상대로 지난 5월 18일엔 부산지방법원이 채권자 최 아무개 씨, 청구금액 1억 1200만 원의 가압류 처분을 추가로 결정했다. 부산저축은행 본사 건물과 토지에 걸려 있는 법원 가압류 청구금액만 총 251억 1200만 원인 셈이다.
보해저축은행 본점이 있는 전남 목포시 명륜동 11-1 소재 5층 건물에 대해선 법원의 강제경매개시 처분이 떨어진 상태다. 보해저축은행 명의인 이 건물에 대해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지난 3월 29일과 4월 22일, 채권자를 각각 H 상사와 윤 아무개 씨로 하는 강제경매개시 결정을 내렸다. H 상사는 지난해 매출액 863억 원, 당기순이익 10억 원을 기록한 석유화학업체다.
H 상사와 윤 씨 이름은 보해저축은행 광주지점이 있는 광주시 서구 치평동 1238-1 광주디오빌 101호 등기부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부동산의 소유주는 교보생명이다. 그런데 이 부동산을 담보로 교보생명은 지난 2008년 1월 29일 근저당권자를 보해저축은행, 채권최고액을 15억 3792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맺었는데 아직 채무가 이행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이 사무실에 대해 지난 4월 5일 채권자 H 상사 명의, 5월 6일 채권자 윤 아무개 씨 명의의 압류가 각각 결정됐다. 두 건 모두 ‘근저당권부 채권 압류’라고 등기부에 나와 있다. 교보생명이 보해저축은행에 채무를 불이행한 상태에서 보해저축은행 영업이 정지되고 이 은행으로부터 채무를 받지 못한 채권자 H 상사와 윤 씨가 교보생명 명의 사무실에 대한 압류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보해저축은행 본점 건물엔 채권최고액 30억 원의 근저당권 설정도 돼 있다. 채무자는 물론 보해저축은행이며 근저당권자는 상호저축은행중앙회다. 보해저축은행 본점 건물은 물론, 보해저축은행 지점들이 입주해 있는 목포시 소재 8필지가 공동담보로 설정돼 있다. 이 8필지는 모두 보해저축은행 명의로 돼 있다.
도민저축은행 역시 부동산을 담보로 상호저축은행중앙회와 채무 관계를 맺고 있다. 도민저축은행 본점이 위치한 강원도 춘천시 운교동 179-7 소재 도민저축은행 명의 8층 건물에 근저당권자를 상호저축은행중앙회로 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것이다. 이 근저당권은 지난 2월 18일자로 설정됐으며 채권최고액은 167억 7000만 원이다. 이 근저당권 설정엔 도민저축은행 명의로 된 강원 일대 지점들 소재 부동산들이 대거 공동담보로 포함돼 있다.
보해·도민저축은행 부동산에 대한 상호저축은행중앙회의 근저당권 설정에 대해 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 되기 전 중앙회에서 긴급자금을 지원했는데 이에 대한 담보 성격”이라며 “지금은 다 상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부산저축은행 명의로 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211-21 소재 6층 건물과 전주저축은행 명의의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685-44 소재 5층 건물도 지난 1월 26일과 1월 27일 차례로 서울중앙지법의 가압류 결정 처분을 받았다. 청구금액은 각각 127억 원과 15억 원.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가압류 건의 채권자가 투자 업체인 I 사로 동일하다.
이 회사 이름은 영업정지된 다른 저축은행 명의 부동산 등기부에도 등장한다. 대전저축은행 본점이 있는 대전 중구 선화동 12-3 소재 5층 건물에 대해 청구금액 49억 원의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압류 결정이 지난 1월 26일자로 내려진 상태다. 이 가압류 대상엔 대전저축은행의 천안지점(충남 천안시 오룡동 150, 153), 논산지점(충남 논산군 논산읍 반월동 121-31), 서산지점(서산시 동문동 317-5)도 포함돼 있다. 모두 대전저축은행 명의 부동산들이다.
그밖에 부산2저축은행의 부산 해운대 지점이 위치한 부산 해운대구 우동 603-19 소재 2층 건물에도 지난 1월 27일자로 채권자를 I 사로 하는 청구금액 9억 원 규모의 서울중앙지법 가압류 결정이 내려져 있다.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을 상대로 I 사를 채권자로 하는 법원 가압류 처분 내역의 청구금액은 총 200억 원에 이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