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지분투자 경영권에 한계에 기술유출 우려·균주 출처 논란도 걸림돌…GS “우리가 유일한 SI”
#글로벌 ‘쩐주’ 손잡고 바이오 진출
휴젤 최대주주인 LIDAC는 CBC 컨소시엄과 휴젤 지분 46.9%를 약 1조 700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지난 8월 25일 체결했다. LIDAC는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인캐피탈이 휴젤을 인수하기 위해 과거 아일랜드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2017년 9300억 원을 투자해 휴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계약으로 휴젤은 CBC 컨소시엄 품에 안기게 됐다. 휴젤은 국내 1위 보톡스 업체로, 현재 중국 일본 동남아 중동 유럽 러시아 등 해외 27개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CBC 컨소시엄에는 다양한 국적의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했다. GS와 국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출자한 SPC, 중국계 투자회사 CBC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사실상 CBC그룹이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다. 인수 후 경영은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GS도 이사회 멤버이자 SI로서 경영에 참여한다.
GS는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초 국내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6곳을 선발해 초기 육성 및 사업화 추진에 나섰다. 미국에 벤처 투자법인 GS퓨처스를 설립해 해외 바이오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바이오 액셀러레이터인 인비다이오가 조성한 펀드에 투자한 바 있다. 다만 직접 의료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룹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GS는 인수 이유로 미래 동력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사업은 성장세가 무척 가파르지만,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임상 단계에서 변수가 많다. 이번 휴젤 인수를 통해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허태수 GS 회장은 “휴젤은 검증된 제품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며 “GS그룹의 바이오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 신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화학과 정유업이 성장 한계에 도달했고,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기조에 부딪쳐 전망이 좋지 않다”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바이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번에 휴젤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인수금 중 10% 출자…소수지분 한계
다만 인수 주체는 해외 투자사로 GS는 소수 지분을 투자한 SI라는 점에서, 사업 의사결정에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전체 인수금에서 GS가 출자한 금액은 10%에 그친다. 경영권 인수 구조를 보면 GS와 IMM인베스트먼트의 SPC는 각각 1억 5000만 달러(약 1700억 원)를 출자한다. 이 3억 달러는 CBC가 설립한 해외 SPC(아프로디테SPC)로 흘러들어가, GS와 IMM인베스트먼트가 아프로디테SPC의 지분 총 27.3%를 확보한다. 나머지 72.7%는 CBC와 무바달라 측 몫이고, 최대주주는 CBC다. GS도 이런 점을 고려해 ‘휴젤에 대한 소수 지분 투자’라고 공시했다.
GS가 휴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콜옵션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사항은 계약 기밀 유지로 외부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GS 측에서는 ‘공동으로 경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경영권 행사 주체는 CBC가 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소비 수준의 향상에 따라 의료미용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휴젤의 기술이 현지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같은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부는 보툴리늄 독소 제재 생산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했다. 국가 핵심기술이란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관련 기업이 해외에 M&A(인수합병)될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미국 투자기업에서 중국 투자기업으로 넘어간 것으로, 국가 핵심 기술이 국외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투자사인 베인캐피탈에 매각됐을 때도 승인을 받은 만큼, 이번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GS가 경영 주체가 되더라도, 바이오 사업을 영위한 경험이 없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계열사도 눈에 띄지 않아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사업을 하지 않았던 기업에서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시너지를 어찌 창출할 수 있는지가 관심 포인트”라며 “미리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어떻게 시너지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휴젤의 기업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처럼 소송전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휴젤의 경쟁 업체인 메디톡스는 최근 보툴리눔 톡신 물질 관련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의 소송 전문 로펌 퀸 엠마누엘을 선임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균주와 제조공정 등 자사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들로부터 권리를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휴젤의 경우 질병관리청에 ‘부패한 통조림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신고했지만, 이후 균주 출처에 대해 여러 의혹이 일었다. 휴젤이 미국 진출 시 메디톡스 등 경쟁사가 균주 출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휴젤은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당국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균주 출처에 대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 진출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 요인”이라며 “균주 발견자와 발견 경로 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S는 휴젤의 경영에 참여하는 데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GS 관계자는 “M&A에서는 FI인지 SI인지가 중요하다. 지금은 소수 지분 투자로 해외 투자사들이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FI는 수익을 내기 위한 차원이고, 실제 사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한 SI는 GS뿐”이라고 말했다. 균주 출처 논란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인수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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