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시절까지는 그렇다고 치고 당선자 시절부터는 엄청난 힘이 붙기 마련이다. 실제로 민주당 후보 시절까지 그가 방송국에 왔을 때 현역의원이 따라온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당선자가 되어 방송국에 나타났을 때 나는 너무 놀랐다. 그의 주변에 구름처럼 많이 따라붙은 사람들 때문에. 그것이 말로만 듣던 권력이었다.
그런데 그 엄청난 권력 한가운데 있었을 때조차 그에게 미리 준비된 질문지는 없었다. 그는 방송국에 이런 질문을 끼워달라든가, 이런 질문이면 좋겠다든가 하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 아니,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도 미리 묻는 법이 없었다. 그는 살아 있는 대화를 좋아하는 솔직하고 담백한 인간이었다. SBS 방송을 마쳤을 때 나는 생각했다. 대통령 임기 마치고 한 번 더 만나면 좋겠다고. 그는 인간 노무현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이상한 정치인이었다.
퇴임 후에 가끔 화면에 나오는 그를 보면 행복해 보였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국민으로 돌아온 그는 귀향이 어울리는 로맨티스트 같았다. 그의 집에는 늘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았다. 언젠가 나도 내려가 봐야지, 생각했다. 어쩐지 그는 반갑게 맞이해 줄 것 같았다. 그런 차에 그가 떠난 것이다. 그런 모습으로 그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 정말 몰랐다.
그가 그리운 것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그가 둘도 없이 적격한 대통령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꿈을 꿀 줄 알았던 남자, 대화를 할 줄 아는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가 똑똑하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바보처럼 ‘올인’할 수 있는 뚝심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를 진심으로 추모하는 것은 그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지만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울 줄 아는,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매력은 진정성이었다. 여전히 그가 아깝고 문득문득 그가 보고 싶다.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