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본선 리그전’ 호반그룹 후원 기전 탄생…최·조 일인자 경쟁과 오유진·김채영 추격전 볼만
호반그룹이 후원하는 여자최고기사결정전은 예선, 본선, 결승 5번기의 3단계로 치러진다. 그중에서도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본선은 8인 리그전으로 운영해 상위 2명이 결승전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토너먼트가 아닌 본선 리그로 결승 진출자를 가리는 건 1993년 제1기 프로여류국수전 이후 28년 만이다.
과거엔 대부분의 기전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리그전은 대국 수가 늘면서 대국료가 많이 책정된다. 또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속전속결의 토너먼트 기전이 대세였다. 그렇지만 여자 기사들은 리그제 부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생각시간(각자 2시간)이 넉넉하고 대국료도 늘어나니 직접 뛰는 선수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 호반 여자최고기사결정전의 창설로 국내 여자바둑대회는 대호황을 맞고 있다. 단체전인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를 필두로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역시 올해 창설돼 지난 8월 예선을 시작해 본선 토너먼트에 들어간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마스터스 등 총 5개로 늘어났다.
현재 남녀 프로기사가 모두 참가할 수 있는 국내 종합기전이 GS칼텍스배, 쏘팔코사놀배, 명인전, 용성전 등 4개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여자바둑대회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여자 기전 인기 폭발
여자 기전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팬들의 반응이 좋고, 바둑을 후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여자바둑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자바둑리그의 경우 스폰서는 넘쳐나는데 선수가 부족해 팀 수를 늘리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본선을 리그전으로 진행하면 결과에 따라 기사들의 서열과 현 위치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 재미있다. 초대 여자최고기사결정전에는 8명의 기사들이 본선에 올랐다. 시드 3명, 예선통과자 4명, 와일드카드 1명. 예선엔 여자 프로기사 41명이 참가했다.
시드는 7월 여자랭킹 기준으로 1위 최정 9단, 2위 오유진 7단, 3위 김채영 6단이 받았고 조승아 4단, 이민진 8단, 김은선 5단, 정유진 초단이 예선을 통과했다. 마지막은 와일드카드를 받은 조혜연 9단이 합류했다.
상대를 바꿔가면서 개인당 7판씩 소화해 1위와 2위가 결승5번기로 초대 우승자를 가린다. 우승상금은 3000만 원.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마스터스와 같다. 본선리그의 승자에게는 70만 원, 패자도 30만 원의 대국료를 받는다.
#조승아, 최정 연거푸 격침
8월 28일 열린 개막전은 랭킹 3위 오유진 7단과 2위 김채영 6단이 장식했다. 둘 다 목표는 최정 9단이지만 일단 이겨야 최정을 만날 수 있는 법. 8월 랭킹에서 오유진이 오랫동안 지켜온 2위 자리를 김채영에게 내줬다. 통산 전적은 김채영이 8승 6패로 앞서고 있었는데 개막전은 오유진의 승리로 끝이 났다.
3일에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의 조승아 4단과 ‘바둑여제’ 최정 9단의 대결이 있었다. 통산 아홉 번째 만남으로 둘 간의 상대 전적은 7승 1패로 최정의 절대적 우위. 그런데 그 1패가 가장 최근에 당한 것이어서 문제다. 조승아는 8월 25일 열린 삼성화재배 국내 선발전 여자부 결승에서 최정을 꺾고 세계대회 첫 본선에 올랐다. 뼈아픈 패점을 안은 최정으로선 단단히 설욕을 별렀을 텐데 또다시 206수 만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최정의 연패를 두고 바둑계에선 두 가지 평이 나온다. 일시적이라는 예상과 조승아의 등장으로 여자바둑계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최정은 2018년 제1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김채영에 0-2로 패한 적이 있다. 최정이 여자기사에게 2연패를 당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시에도 김채영이 최정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각성한 최정은 더욱 강해져서 돌아와 예상을 무색케 만들었다. 때문에 조승아가 신흥세력의 선두주자임은 틀림없지만 정상급 남자 기사들과 대등하게 겨루는 최정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조승아는 다르다고 보는 한 바둑 관계자는 “최정을 상대하는 다수의 여자 기사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주눅이 들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즉 최정 프리미엄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런데 이게 조승아에겐 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흥미롭다. 바둑 내용을 살펴봐도 최근 2연승을 포함한 4국은 조승아가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여자바둑리그 포스트시즌과 여자국수전 등에서도 최정과 조승아는 계속 부딪칠 텐데 조승아가 지금처럼만 버텨준다면 향후 여자바둑계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여자바둑계는 최정과 조승아의 불꽃 튀는 일인자 경쟁과 더불어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는 오유진, 김채영의 추격전. 그리고 11월 AI(인공지능)를 이용한 치팅으로 1년간 자격정지를 받았다가 돌아오는 김은지 초단의 재등장 등 풍성한 화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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