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오카 지정폭력단은 세가 강해 야마구치 구미조차 손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야마구치 구미 보스가 지난 4월 출소하는 모습. 니혼TV 방송 캡처 |
지난 4월에는 오무타 시내 한 초등학교 앞을 지나던 신문배달원이 새벽에 수류탄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초등학생 등굣길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5월 8일 자정 무렵에는 규슈 공립대 등 대학가 근처 한 고깃집에 총탄이 난데없이 날아들었다. 길거리에서 4발의 탄환이 발사됐는데, 식당 옆방에서 컴퓨터를 하던 식당주인의 서른셋 된 아들이 손목에 총을 맞았다. 경찰에서는 야쿠자 조직이 세력다툼 중인 다른 조직원으로 착각해 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일본신문> 규슈 지역판은 최근 일련의 총기 사건의 배경으로 ‘후쿠오카 현 경찰의 대대적인 야쿠자 토벌에 대한 규슈 최대 야쿠자 조직 공등회(工藤會)의 반격’과 ‘규슈 지역 토착 야쿠자 조직 내부 세력다툼’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저녁 7시경 기타규슈시(北九州市) 시미즈 건설회사 현장 사무실. 갑자기 총을 든 남자가 들이닥쳐 근무 중이던 직원의 배에 총을 쐈다. 다행히 직원은 목숨을 건졌으나 사건 현장이 시청 앞에서 불과 800m 떨어진 곳이라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튿날 후쿠오카 현 지사가 “현 전체에 대한 도전”이라며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기존의 후쿠오카 현 경찰청 내 ‘폭력단 대책본부’를 아예 독립시켜 ‘폭력단 대책특별본부’로 발족시켰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3월 5일 자정 무렵에는 규슈지역 가스공급업체 ‘세이부(西部)가스’ 사장의 집 현관문 앞에서 불발 수류탄이 발견됐다. 이곳은 후쿠오카시 번화가 일대에서 1㎞ 남짓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다. 신고를 받은 관할 후쿠오카 현 경찰서는 기동대와 폭발물처리반을 급파했다. 같은 날 새벽 4시에는 규슈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규슈전력의 회장 자택 차고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차고가 무너지고 20m 떨어진 이웃집에도 부서진 차고 콘크리트가 날아왔다고 한다. 5월 6일 새벽에는 도다건설 회사 직원 집에서 총성이 6번이나 울려 퍼지며 현관유리가 깨졌다.
후쿠오카 지역은 총기 사건이 유달리 많기로 악명이 높다. 2007년에는 나가사키 시 현직 시장이 선거 유세 도중 시 당국의 행정에 불만을 품은 조직폭력배가 쏜 총탄을 맞고 숨져 세계적 뉴스거리가 됐다. 한 스포츠센터에서는 2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는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도 일어났다.
이에 후쿠오카 현 당국은 ‘야쿠자를 송두리째 뿌리 뽑겠다’며 폭력단 제거를 골자로 하는 지자체 조례안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슈 지역에는 ‘지정폭력단’이 5개나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일본에서도 가장 많은 숫자다. 지정폭력단이란 국가에서 더 엄격하게 규제하는 야쿠자 조직으로 일본 전역에 22개 가 있다.
특히 최근 후쿠오카 경찰의 단속 타깃이 된 ‘공등회’는 예로부터 일본 유수의 건설 회사들과 하청공사와 노동자 관리·공급 등으로 얽혀있는 규슈 최대 조직이다. 공등회는 이번에 총기류 사고가 일어난 일본의 5대 건설업체인 시미즈 건설과 도다 건설 등과도 지속적인 밀월관계를 맺어 왔는데, 후쿠오카현이 워낙 강경하게 나와 건설회사 측이 공등회와의 관계를 끊으려 하자 공등회 쪽에서 반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사장 자택 앞에서 수류탄 소동이 있었던 세이부 가스 회사의 사옥은 시미즈 건설에서 시공해 건축했다.
또 세이부 가스 회사에서는 올 초 규슈 지역에 액화천연가스 설비를 지을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총 700억 엔(약 9300억 원)의 공사비용이 들어가는 소위 ‘빅 프로젝트’로 세이부 가스 회사 측은 올 6월에 착공에 들어간다고 한다. 후쿠오카 경찰은 이 공사의 하청업체로 참여하고자 하는 공등회와 세이부 가스 회사 사이에 갈등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류탄이나 총기 사건의 배후에 공등회가 있는지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한편 후쿠오카 지정폭력단인 도인회(道仁會)와 성도회(誠道會)와의 피비린내 나는 세력다툼도 계속되고 있다. 이 싸움은 워낙 커 ‘항쟁’이라 불릴 정도다. 지금까지 양 폭력단의 조직원 총 8명이 살해됐다. 처음 시작은 지난 2006년부터 도인회의 차기 최고 보스 선정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가진 도인회의 중간급 보스들이 나와 결성한 성도회와 도인회가 싸운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갈등이 커지며 당시 도인회 최고 보스는 후쿠오카 시내에서 사살됐으며, 보복에 나선 도인회의 한 조직원은 병원에 입원 중이던 일반 시민을 성도회 조직원이라 착각해 사살하기도 했다.
야쿠자 조직의 이권다툼과 내부 갈등이 커지는 배경으로 일본 정부의 단속으로 세력이 점차 약해졌고, 최근 10여 년간 경기불황을 겪으면서 과거 전성기 60~70년대 등에 비해 야쿠자 일감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사정 탓에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야쿠자의 전통적 사업 영역인 건설·항만 부역 하청, 성매매, 사설 도박, 사채, 각성제 밀매 등을 지키거나 확장해가는 동시에 일용직 근로자 용역 사업 진출 등 부단히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만큼 행정당국과의 마찰도 크고 조직 내 내분, 조직 간 갈등도 잦다는 이야기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