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 변론, 수임료보다는 미래 투자 차원…지인 할인 케이스도 “애매한 관행”
#이재명 논란 왜 불거졌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직을 지낸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인 송두환 신임 인권위원장은 2019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수임료 받지 않고 상고심 변호인단으로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송 위원장은 8월 30일 후보자 청문회에서 “변론은 이 지사가 요청했고 선임 약정할 때 금액 이야기는 없었고 받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며 “(이 사건의 수임료가) 100만 원 이상인지 이하인지 제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만약 그때 생각했더라도 수고의 대가가 100만 원이 넘을 것이라고 당시에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만 원을 기준으로 송 위원장이 답변한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어떤 금품도 받아서는 안 되고,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법조계는 송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송 위원장 정도 되는 인물들은 실제 재판에 참여하지 않고 이름만 올린다고 하더라도 2000만~3000만 원 이상에서 시작하고, 정말 가까운 지인이라고 해도 500만 원은 받는다”며 “100만 원 이하로 생각했다는 얘기는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결국 사건은 경찰 수사로 판단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민단체는 이재명 지사와 송 위원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발했는데, 경기남부경찰청이 사건을 담당할 예정이다.
#김경수 변호인단도 ‘초호화’
사실 정치인 사건에 유명 변호사들이나 대형 로펌들이 이름을 올리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가장 법조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사건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재판이다. 보통 소형 로펌이나 유명 변호사들만 이름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었던 정치인 사건에 대형 로펌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1심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직선거법 모두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지사. 댓글 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2심에서 태평양 변호사 4명, LKB 이광범 대표 변호사 등을 변호인단에 합류시켰다. 법조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법원 대응 전문 부티크 로펌’ LKB의 합류는 단연 화제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 성향이 강해진 대법원 구성까지 고려한, 김 지사의 당연한 선택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2심에서는 김 지사의 전략이 ‘반’만 주효했다. 댓글 조작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을 받아냈지만, 실형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에 김 지사는 상고심을 앞두고 태평양, LKB에 이어 김앤장까지 합류시켰다. 대법관까지 지낸 이광범 변호사의 친형인 이상훈 변호사까지 변호인단에 투입한 것이다. 국내 4대 로펌 중 2곳과, 강남의 김앤장이라고 불리는 LKB까지 합류한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한 셈이다.
익명의 대형 로펌 관계자는 “김경수 지사 정도의 변호인단을 구성하려면, 로펌들마다의 판단이나 전략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단 구성하는 것 자체부터가 어렵다”며 “대기업 오너가 저 변호인 명단으로 세팅했다면 최소 10억 원, 최대 50억 원은 들었을 변호인단 구성 비용”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결국 김경수 지사는 실형이 선고된 2심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돼 구속됐다.
변호인단에 포함된 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역시 “김경수 지사 상고심 사건의 정확한 선임료는 모르지만 내부에서 ‘한 번 변론을 위한 미팅을 하면 선임료는 이미 다 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돈이 목적이 아니라 정당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보험 차원에서 맡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인 사건 왜 맡나
그러면서도 법조계에서는 정치인 사건을 놓고 ‘뇌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얘기한다. ‘인연’이 있는 경우들이 많아 저렴하게 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진 국회의원의 검찰 사건을 변론 중인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 검사 시절, 인연이 있어 알게 된 국회의원이 수사 단계에서의 대응을 요청하기에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그냥 변론을 맡게 됐다”며 “수임료는 기대도 안 했지만, 정말 수백만 원 수준이더라. 그래도 이런 사건은 인연이 있어 맡게 된 편이라 그러려니 한다”고 털어놨다.
앞선 고등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전관들은 최소 2000만~3000만 원에서 선임료가 시작되는데, 정치인 사건은 5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을 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래도 변호사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거나, 해당 정치인의 미래에 기대하는 게 있다면 사건을 맡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건 때 법조계가 변호인단을 궁금해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윤 전 검찰총장이 재직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받은 징계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나서자 ‘믿고 있는 법조계 인연이 누구인지’를 모두 궁금해 한 바 있다. 이미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만일 윤 총장이 나한테 의뢰하면 돈을 안 받고도 해줄 수 있다”고 언급한 변호사들도 적지 않았다. 변호사들이 송 위원장 사건에 대해 ‘무료라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내놓는 이유다.
앞선 검찰 출신 변호사는 “그냥 이름만 올려달라고 부탁을 받고 변론 과정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한 번이라도 의견서를 썼거나 변론 관련 회의에 참여했다면 무료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뇌물로 볼 수도 있고, 친분에 따른 선물 성격으로도 볼 수 있는, 법조계에서는 ‘애매한 관행’ 같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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