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영화 리메이크…주연 김선호-신민아, 원작의 김주혁-엄정화와는 또 다른 매력 발산
‘홍반장’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한국 영화사에 남긴 이 영화는 고 김주혁이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면서 더 아련한 작품이 됐다. 그리고 이 영화가 17년여 만에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로 리메이크 됐다. 첫 회를 6.8%의 시청률(닐슨코리아)로 시작한 ‘갯마을 차차차’는 4회에서 8.7%를 찍으며 곧 두 자릿수에 접어들 기세다.
사실 드라마를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다. 영화가 드라마로 리메이크되는 것인데 108분짜리 영화를 16부작 드라마, 한 회를 70분으로 놓고 대략 계산해도 1100분이 넘는다. 원작보다 10배 이상 긴 러닝타임으로 리메이크되는 만큼 캐릭터와 이야기의 흐름만 가져왔을 뿐 대부분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108분 영화 vs 1100분 드라마’ 핵심은?
종종 영화 자체보다 더 호평을 받는 예고편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를 패러디한 ‘홍반장’ 예고편이다. 워낙 인상적인 예고편이기도 했지만 더 눈길을 끈 까닭은 홍반장이 그만큼 미스터리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긴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홍반장’ 홍두식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장르를 히어로물로 구분할 순 없는 영화지만 살짝 히어로 같은 캐릭터다. 물론 영화에서 어느 정도 사연이 공개됐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홀로 남은 홍두식을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밝고 구김살 없는 선한 청년으로 키워냈다. 뿐만 아니라 못하는 일이 없을 만큼 유능하기도 하다. 결국 홍두식은 자신을 키워준 마을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저렴한 일당만 받고 마을 모든 일에 앞장서는 동네반장이 됐다.
그럼에도 남는 의문은 있다. 마을을 위해 희생하고 살며 은혜를 갚는다는 설정은 이해가 되지만 어떻게 못하는 게 하나 없을 만큼 완벽하고 유능한 청년이 되었는지다. 영화는 이런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군 전역 이후 3년의 공백을 설정했다. 아무런 기록도 없는 3년을 두고 마을에선 한미 정상회담 동시 통역관이었다는 소문, 유명 가수의 보디가드였다는 소문, 단신으로 수영해 대서양을 건넜다는 소문 등이 떠돌기도 한다. 영화는 끝까지 이 부분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홍반장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강조한 ‘X파일’ 패러디 예고편이 화제가 됐던 것이다.
108분이면 끝나는 영화에서 이런 주인공에 대한 기막힌 설정은 그냥 미스터리로 남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그렇지만 16부작 드라마에서도 그러기는 힘들어 보인다. 러닝타임이 10배 이상 길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홍반장은 아무도 행적을 모르는 기간이 3년이 아닌 5년으로 설정돼 있다. 주기적으로 약을 먹고 병원에 가기 위해 서울에 가는 설정 등이 홍반장의 감춰진 5년에 대한 복선이라는 추측만 난무한 상황이다.
만약 영화에서 미스터리로 남았던 홍반장의 비밀이 드라마에서 그려진다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사실 영화 ‘홍반장’의 가장 큰 매력이 끝까지 신비감을 유지한 홍반장의 캐릭터임을 감안하면 다소 위험한 도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납득이 되고 공감이 갈 만큼 성공적으로 홍반장의 비밀을 풀어낸다면 영화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대체불가? 각기 다른 매력
영화 ‘홍반장’의 홍두식 역할은 고 김주혁이 맡았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인 고인이지만 고인의 대표작으로 ‘홍반장’을 언급하는 영화인들이 많다.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김주혁이기에 가능한 능청스러운 연기를 통해 완성된 홍반장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온 뒤 가장 많은 이들이 걱정한 부분 역시 김선호가 김주혁의 홍반장을 대체할 수 있느냐였다.
엄정화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배우로 데뷔했지만 가수 활동을 하며 스타덤에 오른 엄정화는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그동안 엄정화는 악역부터 코미디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온 배우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드러난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런 캐릭터는 2003년 ‘싱글즈’와 2004년 ‘홍반장’을 통해 완성됐다. 그만큼 ‘홍반장’에서 엄정화가 그려낸 윤혜진 캐릭터는 매력적이었다.
과연 김선호와 신민아가 고 김주혁과 엄정화를 대체할 수 있을까. 사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제작 소식과 김선호 신민아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대체불가’라는 반응이 많았다. 요즘 김선호와 신민아의 인기는 충분히 당시의 고 김주혁과 엄정화에 필적할 만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완벽한 캐릭터를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충무로에서 이런 반응이 많았는데 그만큼 홍반장이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캐릭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드라마가 시작된 뒤 이런 반응은 많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김선호와 신민아가 완벽하게 고 김주혁과 엄정화를 대체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드라마 속 홍반장과 윤혜진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 작이지만 17년의 시간차가 존재하는 만큼 오늘날에 맞게 캐릭터도 달라져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김선호와 신민아가 새롭게 만들어 가는 홍반장과 윤혜진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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