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연배우 서로가 서로의 팬 ‘기적’…“첫 사투리 연기 부담 ‘원어민’ 선생님 특별 과외 받아”
“가장 공감이 많이 됐던 점이라면 라희가 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모습, 그런 게 저와 비슷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물론 라희가 훨씬 적극적이고 앞뒤를 재지 않는 성격을 가졌고, 저는 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신중했다는 점이 다르죠. 그런 면에서 라희의 모습이 굉장히 멋있어 보이기도 했어요(웃음). 그리고 소품적인 면으로도 공감이 많이 됐는데 멜빵치마 같은 거요. 저도 어렸을 때 멜빵바지를 정말 많이 입었거든요. 그게 한때 유행이었어요(웃음). 또 카세트테이프, 워크맨을 쓰는 모습도 저한테는 참 익숙하더라고요.”
기찻길은 있지만 기차역은 없는 경북 봉화의 작은 마을. 그리고 그곳에 위치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역 ‘양원역’이 만들어지게 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기적’에서 임윤아는 누군가의 뮤즈(Muse·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은 여고생 송라희 역을 맡았다. 다른 부분은 영 젬병이지만 수학과 물리 영역만큼은 천재적인 같은 반 남학생 정준경(박정민 분)의 뮤즈를 자처하며 양원역을 세우고 싶어 하는 그의 소원에 힘을 더하는 존재로 활약한다. 해를 거듭하며 완고한 아버지와의 사이에 쌓이는 오해와 갈등,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지만 이 작은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현실처럼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준경의 이야기 안에서 라희는 반짝반짝 빛나는 반딧불이 같은 모습이다. 준경에게도, 관객들에게도 힘을 불어 넣어 주는 인물이다.
“아무래도 사투리 연기가 가장 어려웠죠(웃음). 처음으로 도전하는 거였거든요. 게다가 봉화 사투리는 평소에 제가 자주 들어왔던 경상도 사투리랑은 또 다른 사투리였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해야 했어요. 다른 하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라희가 가진 사랑스러움, 순수함, 귀여움, 당돌함, 그런 매력들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는 점이에요. 그런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라희만의 매력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매력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도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공감과 연기는 별개의 영역일 수밖에 없었다. 임윤아의 말대로 그는 이번 ‘기적’에서 첫 사투리 연기를 펼쳤다. 시나리오를 읽다가 경북 영주가 언급된 것을 보고 돌아가신 영주 출신의 조부모님이 이끈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막상 사투리 연기를 하려니 그 억양과 조금 생소한 높낮이를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흔히 알려진 대구 사투리와는 또 다른 봉화, 영주, 안동의 옛날 사투리를 구사해야 했기 때문에 파트너인 박정민과 함께 사투리 원어민(?) 선생님 과외를 받아야 했다고 한다.
“사투리 연기 가운데 제일 어려웠던 게 라희와 준경이가 ‘장학퀴즈’를 준비하는 신이었어요. 라희가 수학 문제를 내야 하는데 사투리로 그 숫자를 하나하나 말하는 게 억양이 다 다른 거예요. ‘몇 만 몇 천 몇 백 곱하기 또 몇 만 몇 천 몇 백은?’ 하는데, 그 숫자를 외우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억양도 다 다르니까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또 라희가 준경이한테 ‘대단타~’ 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 대사는 저희 사투리를 봐주시던 선생님과 상의 하에 만든 애드리브 대사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나중엔 저희 촬영 현장에서 유행어처럼 된 거예요(웃음). 무슨 일을 마치고 나면 다들 ‘대단타’라고 자동적으로 말하고 그랬어요.”
사투리라는 큰 난관을 함께 넘겼기 때문일까. 임윤아는 이번 ‘기적’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춘 박정민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다. 현장에서 임윤아와 박정민이 만들어낸 케미스트리가 송라희와 정준경으로 이어지며 좋은 시너지를 낳기도 했다. 심지어 박정민은 소녀시대의 오랜 팬이기도 했으니, ‘성덕’(성공한 팬)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이야기에 임윤아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이런 말 때문에 정민 오빠가 자꾸 저한테 그러는(놀리는) 것 같아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저는 정민 오빠가 소녀시대 팬인 걸 몰랐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정말 팬이시더라고요(웃음). 오빠 인터뷰를 봤는데 ‘임윤아와 연기한 것은 기적과도 같았다’ ‘윤아는 내 마음 속 스타’ 이런 말을 하셨던데요(웃음). 파트너가 그런 말을 해준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저도 역시 정민 오빠의 팬이었기 때문에 파트너가 서로서로 힘이 돼 주고, 팬으로서 응원해주는 사람끼리 만난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더 친근하게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촬영할 때 보니까 오빠가 계속 소녀시대 근황을 물어보더라고요. ‘나중에 개봉하면 소녀시대가 보러 오나?’ 그러면서(웃음).”
박정민의 바람 덕이었을까. 소녀시대 멤버들은 ‘기적’ 시사회에 참석해 임윤아와의 끈끈한 의리를 자랑했다. 비록 스케줄 문제로 티파니와 써니 두 명만 함께할 수밖에 없었지만 마치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영화가 끝나자마자 한 번, 집에 돌아가서 또 한 번,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슴 벅찬 감상을 이어갔다고.
“시사회 날 티파니 언니랑 써니 언니가 왔었는데, 시사회라서 감정을 컨트롤 하느라 힘들었다 그러더라고요. 그냥 보는 거였으면 혼자 엉엉 울면서 봤을 건데 주변 분들이 방해 될까봐 참았다고(웃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작품도 너무 좋았다는 말도 해주고 티파니 언니는 ‘이건 모두가 다 봐야 하는 영화야!’ 그랬어요(웃음). 집에 가서도 계속 마음이 울컥한다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고, 너무 좋았다고 해주는 게 참 고마웠어요.”
2007년 데뷔 이래 이처럼 두터운 정과 의리를 자랑하는 멤버들을 모두 다시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이제는 ‘배우 임윤아’로서의 모습도 익숙하지만, ‘소녀시대 윤아’도 그저 추억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만나고 싶은 대중들의 마음을 임윤아도, 멤버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아직 빗장을 완전히 걸어두지 않은 열린 결말인 만큼 이들의 완전체를 무대에서 보는 날도 머지않을 것처럼 보인다.
“늘 항상 똑같은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완전체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희는 항상 열려 있는 마음이거든요. 요즘엔 다들 개인 활동이 많아서 스케줄을 맞추기 쉽지 않아 미리미리 얘기해서 준비해야 할 것 같긴 한데(웃음). 그러다 보니 언제가 될 것 같다고 딱 명확하게 얘기드릴 순 없겠지만 언젠간 컴백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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