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집행 재개’ 언급에 윤석열 독재자 소환…여권 주자들 다수 이론적 폐지 입장
대체적으로는 국민 여론은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대체형벌 전제 사형제 폐지 의견이 66.9%나 됐다. 그렇지만 충격적인 강력 범죄가 불거질 때마다 관련 기사 댓글과 SNS(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드러나는 국민감정은 사형제 유지는 물론이고 사형 집행을 원하는 방향이다. 최근 몇 년 강력 범죄가 거듭되면서 이런 여론이 더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사형 집행 필요성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실시했는데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0.2%였다. 사형 집행이 ‘필요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9.1%였고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0.4%였다(관련기사 [9월 여론조사] ‘사형 집행 필요성’ 찬성 70.2% 반대 19.1%). 여론조사는 9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자세한 사항은 조원씨앤아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다소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사형제도가 존재하는 국가다. 그렇지만 1997년 이후 24년째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그러다 보니 논쟁은 우선 사형제 유지와 폐지 여부에서 먼저 시작돼, 유지할 경우 사형 집행 부활 여부로 이어진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는 대선 ㅈ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후보들 사이의 설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설전은 ‘20개월 영아 성폭행 및 학대 살해범’을 향해 8월 31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키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면서 시작됐다.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홍 의원은 “사형제는 폐지할 수 없다. 사형은 집행되어야 동일 범죄에 대한 경고와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1997년 12월 이후 24년째 사형 집행이 중단된 상태를 홍 의원은 ‘법무부 장관의 사형집행 의무 직무유기 사태’라고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6월에는 사형이 확정된 흉악범의 ‘6개월 내 집행’ 의무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9월 1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형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우리 시스템이 흉악범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돼 있다면 대통령은 시스템의 문제를 잘 파악해서 국회와 협조로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면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형사처벌과 관련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좀 두테르테식”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이 즉각 반발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확정된 흉악범 사형수를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하여 형사소송법에 의거, 사형 집행을 하겠다는데 뜬금없이 나를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라며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이다. 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었다”고 강하게 공격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역시 ‘20개월 영아 성폭행 및 학대 살해범’과 관련해 “사형 집행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을 통해 “20개월 된 영아를 강간하고 살해한 범인에게 법정최고형을 요구한다”고 밝혔던 유 전 의원은 9월 3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사형 집행 부분은 정치인이 얘기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선 사형 집행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사형제 폐지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판결이 있었고 사형제 존속을 원하는 국민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사형제 완전 폐지는 충분한 국민적 합의 아래 진행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개진했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최근 불거진 강력 범죄에서 사형제 관련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사형제 폐지 입장이다. 2017년 10월 10일 세계사형폐지의 날 당시 국회의장이던 정세균 전 총리는 “국회도 헌법 개정과 법안 심의 과정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요청을 감안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전 장관은 “사형제 폐지를 하나의 국가 이념으로 명문화해서 어떤 경우에도 생명을 존중하자고 함으로써 복지제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총리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의원 시절에 사형제 폐지운동 회원 중 한 사람이었다”며 “사형 집행이 수십 년 동안 없었는데 그런 태도가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만 2017년 광주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도전 의지를 밝히며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집단학살을 저지른 권력자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적당히 봐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추세이며, 유럽연합은 모든 회원국이 사형제를 폐지했고 사형제 폐지를 가입조건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세계적 추세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9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며 헌법재판소에 사형제 폐지 의견을 제출했다. 그렇지만 당시 정부는 불수용 답변을 내며 ‘국민 여론과 법 감정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해 3월에는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서도 한국 정부는 사형제 폐지 권고에 대해 “형사법의 본질과 연관돼 중요하므로 여론과 사형제의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 요구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올해 1월 법무부는 사형제 폐지 헌법소원을 3년째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사형제는 특수한 사회악을 영구히 제거해 사회를 방어하는 공익 목적이 있고 중대한 불법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정의 실현’이라고 밝혔다. 사형제 폐지 논란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존치로 나온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형제가 흉악범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박범계 전·현직 법무부 장관 역시도 사형제 폐지 법안까지 낸 적이 있다고 한다”며 “단순히 사형제를 폐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앞에 정직한가, 거짓말하는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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