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이후 논의 가속화…윤석열 외 다른 후보 반대할 이유 없어 귀추 주목
이준석 대표는 9월 6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최고위원들이 검증단 형태의 기구를 두는 것에 동의해서 (대선후보 검증단) 구성에 실무적 착수를 하려 한다”고 밝혔다. 설치 목적은 여권의 전방위적 네거티브 공세에 후보와 당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검증, 대선 본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검증단장에) 특정 인물이 검토된 것은 없다”며 “다만 선거 과정에서의 각종 검증 수요에 대해 당무감사위나 윤리위원회보다는 (검증단 같은) 특수기구를 두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당초 이준석 대표는 후보검증단을 당 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설치하는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거절했다고 한다. 당대표 직속 기구로 하는 게 낫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대표는 “당 선관위와 협의를 통해 (검증단을) 추진하려 했으나, 정홍원 위원장은 선관위 업무 과중으로 인해 지도부가 이 일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후보검증단은 이미 한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준석 대표는 8월 초에도 대선후보 검증단 설치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단장 후보로 김진태 전 의원을 언급했다. 그러자 윤석열 캠프가 강하게 반발했다.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김 전 의원이 ‘윤석열 저격수’ 역할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8월 초는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 측 간에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어서, 이 대표가 윤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후보검증단 설치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후보검증단 설치는 무산됐다. 그런데 한 달 만에 후보검증단 설치 논의가 다시 나온 것이다.
경선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당 선관위와 후보들 간 내홍이 가까스로 봉합된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의 후보검증단 구성이 당내 경선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당 지도부 차원의 후보검증단 출범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정성 시비 때문이다. 후보 자질은 후보와 캠프 간 검증에 맡겨야지 당 지도부 직속으로 설치하면, 특정후보를 밀어준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전략통은 “검증단을 통한 사전 검증을 하면 오히려 자당 후보의 약점을 상대 당에 드러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에 이로운 행위를 왜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후보검증단 실효성에 의문부호도 달린다. 한 대선 후보 캠프 중진 의원은 “후보검증단 설치가 네거티브 공세로부터 후보를 보호하고 검증, 본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후보들이 이미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다 했는데, 후보검증단이 검증을 통해 후보의 문제를 발견했다고,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강제할 수 있겠느냐.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하면서 이준석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이미 경선을 관리할 선관위가 구성됐다. 후보를 검증하고 싶으면 선관위가 내실 있는 후보 간 토론회를 진행하면 된다. 그럼 후보 간 공방을 통해 자질 검증이 된다. 후보검증단은 불필요하게 왜 또 구성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대선 경선에서 주인공은 대선 후보들이다. 당대표는 선관위에 경선을 맡기고 뒤로 물러서 있는 게 맞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선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간 검증 공방이 격화되자 당 차원의 후보검증단 구성 제안이 나왔다. 정세균 후보 등 일부 후보들은 “네거티브 대응 차원”이라고 설치를 요구했지만, 추미애 후보 등은 “(검증단이) 특정 후보를 겨냥하듯이 갈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당이 중간에 개입하면 되겠나”라며 당 차원의 후보검증단 설치를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이준석 대표는 후보 검증을 위한 기구의 돛을 띄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9월 9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명선거추진단’을 출범해 운영하기로 의결했다. 이준석 대표는 “단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공명선거추진단 산하에 검증특위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가 한 달 만에 검증 기구 설치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은 최근 불거진 윤석열 후보의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명선거추진단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 조직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명선거추진단 출범이 이준석 대표의 독단적 결정인지, 당내 충분한 협의를 통한 결정인지를 놓고도 잡음이 무성하다. 국민의힘 최고위 한 관계자는 “회의 전날까지만 해도 공명선거추진단 출범 의결 안건이 없었다. 당일 회의 직전 통보가 됐다”며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 인사들이 후보검증단 구성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는데,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 한 최고위원은 9월 8일 ‘후보검증단’ 설치 문제에 대해 “나는 모른다. 아는 바가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증의 대상이 될 후보들 역시 아직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경선 후보들과도 공명선거추진단 운영과 관련해 논의를 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후보들이 반대 입장을 낼 가능성도 존재한다. 후보 및 당 안팎의 반발로 공명선거추진단의 설치가 무산될 경우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엔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한 달 전과 상황이 달라진 만큼 공명선거추진단 및 검증특위가 출범해 운영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의 최고위 관계자는 “8월 초 후보검증단 설치 제안이 나왔을 때는 윤석열 후보를 중심으로 다른 후보들도 공정성 문제를 들며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관심이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의혹에 쏠려있다”며 “검증특위가 만들어져도 1위 주자인 윤석열 후보 견제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이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윤석열 후보 역시 반발할 명분이 약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도부 차원의 후보 검증을 위한 기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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