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들은 무엇을 먹고살았을까. 무령왕릉이 전하는 백제의 문화와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서, 백제의 숨겨진 역사를 밥상 위에 올린다.
과거를 오늘에 되살린 공주 향토밥상을 만나기 위해 공주 소학동을 찾는다. 최초의 한류라 일컬어지는 백제의 미마지탈춤은 백제의 무용가인 미마지가 일본에 건너가 사쿠라이에서 살면서 가르쳤다고 전해지는 백제의 기악무다.
삼국 가운데 가장 높은 문화적 성취를 이루고 동아시아에 전파자 역할을 했던 백제. 당대의 문화를 오늘에 되살려보기 위해 백제 춤 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당시의 춤사위를 함께 경험해 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백제 춤 보존회 회원들 가운데는 공주여고 동문이면서 사제 간이기도 한 김용복 씨(70)와 강희자 씨(62)가 있다. 그 옛날 스승님과 오순도순 이웃사촌처럼 살아가는 강희자 씨의 대를 이어온 밥상도 만나본다.
강희자 씨(62)는 매년 가을이면 소금과 무를 일대일의 비율로 섞어 강짠지를 담근다. 젓갈보다도 염도가 높아 3일을 우려내야 먹을 수 있다는 강짠지는 염장무의 최강자다. 겨우내 무와 소금이 어우러지면서 깊은 맛을 더하고 이것을 물김치의 형태로 우려내 밥상 위에 올리면 무더운 여름 밥도둑이 따로 없다.
공주에서 '퉁퉁장'이라고 부르는 청국장도 묵은지를 넣어 깊은 맛을 더한다. 공주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 공주에서 키웠다는 토종 벼도 자랑거리다. 모양이 능수버들을 닮아서 '버들 벼'라 불리는 공주 지역의 토종 벼는 낟알이 단단하고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잡곡과 함께 밥을 지으면 낟알이 고소하게 씹히는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여고 시절 추억의 음식인 개빵도 만들어본다. 밀가루 반죽에 막걸리를 넣고 강낭콩을 넣어 만드는 개빵은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던 시절 최고의 간식거리이자 먹을거리이기도 했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청국장 냄새 구수한 향토 밥상을 차려본다. 옛 추억은 밥상의 맛을 배가시키는 최고의 조미료다.
공주시 정안면 월산리에는 공주시 최고령의 밤나무가 있다. 110년 수령의 이 밤나무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재래종 밤나무로 1958년 전국적으로 그 폐해가 컸던 밤나무 혹벌도 이겨낸 내력 있는 나무다. 정안면은 밤으로 유명하다.
1100여 농가 중 60%가 밤나무 재배 농가일 정도로 밤의 주산지. 눈길 닿는 곳마다 밤나무 일색이다. 가을을 맞아 밤 수확을 준비하는 정안면 월산리 사람들과 함께 밤 밥상을 차려본다. 정안면에는 대를 이어 밤 농사를 짓는 이들이 많다.
1970년대 국토 조림사업의 일환으로 밤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토질과 기후가 밤나무 농사에 적합해 삼한 시대에 배만한 밤이 자랄 정도였다던 옛 명성을 오늘에까지 되살렸다. 6년 전 고향으로 귀농한 정진국 씨(71)도 이맘때면 굵은 밤 수확을 위해 가지치기를 하느라 분주하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픈 수확 철 다행히 장남 정원순 씨(45)가 이맘때면 찾아와 아버지의 손을 거든다. 대전에 사는 처제도 먼 걸음을 했다. 수확의 계절은 가족이 모이는 계절이기도 하다. 더불어 행복한 알밤 밥상을 가족 모두와 함께 맛본다.
밤 수확 철이면 정안면에서는 밥이며 반찬이며 김치를 담을 때도 밤이 주인공이 된다. 밤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깍두기를 담기도 하고 찜닭에도 밤을 듬뿍 올려서 수확의 맛을 즐긴다.
정안면에서 유명한 밤 요리는 밤묵이다. 밤을 곱게 갈아 전분 물을 걸러내고 이것을 다시 하룻밤 두어 전분이 가라앉으면 물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정성을 들여 만드는 밤묵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와 중고기로 친구들과 천렵하던 시절의 옛 추억으로 가득한 민물고기매운탕도 끓여본다. 정안면의 가을은 밥상에서 시작된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밤. 삼한 시대에는 배만한 밤이 났다는 거짓말 같은 옛이야기도 정안면의 속살 알찬 밤 맛을 보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곧 가을을 넘어 겨울도 올 것이다. 긴긴밤 군밤 맛을 즐기던 그때의 추억 속으로 가보자.
백제의 생활상을 가장 많이 엿볼 수 있다는 무령왕릉. 올해는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이다. 공산성의 뛰어난 건축술, 금제관식 등 화려한 장신구와 당시의 기록을 엿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백제 시대의 음식문화도 재미있다. 당시의 음식을 10여 년째 연구하고 있는 안연옥 씨(64)를 만나 백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백제인들은 날것을 즐겨 먹었고 육포와 어포도 즐겼다. 당시에는 아욱이 성행했는데 전쟁터에 나간 아들들은 어머니를 생각해서 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젓갈을 담아 집에 가져갔다는 기록도 재미있다.
서동 왕자가 팔았다는 마 또한 성행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유교적 밥상 차림의 시초도 백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을 거슬러 백제 사람들이 만들어낸 뿌리 깊은 밥상을 만난다.
농경문화 형성의 최적지였다는 백제 땅에서 즐겼으리라 추정하는 동아. 동아를 데치고 이것에 마늘과 참기름을 넣어 무치면 담백한 동아 나물이 된다. 동아는 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도 하는데 데친 동아에서 나온 채수에 꿩을 넣어 데치고 이것에 다시 동아와 대파를 넣어 깔끔한 꿩탕의 맛도 즐겨본다.
중국 당나라 역사책인 '수서'의 기록을 보면 백제인은 바다에서 난 것과 소고기도 날것으로 즐겼다는 대목이 나온다. 전복과 소고기 육회, 생밤을 손질해서 백제사람들이 즐겼으리라 짐작되는 밤육회를 만들어본다.
백제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살았을까. 당시의 기록을 찾아 옛사람들이 먹었을 거라 짐작되는 백제 밥상을 차려본다.
계룡산 인근에서 건강에 좋은 요리를 연구하며 생태 농사를 짓고 있는 배성민 씨(39)는 원래 서울의 꽤 이름난 호텔에서 근무하던 요리사. 그런 그가 계룡산으로 귀촌을 결심한 이유는 14년 전 당시 몸이 편찮으셨던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의 건강회복을 돕고 아버지의 농사일을 거들기 위해 귀촌을 감행한 배성민 씨. 그와 함께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밥상을 차려본다. 어머니가 즐겨 드셨던 천년초도 밥상 위에 올린다.
염증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천년초는 가시가 많아 손질은 까다롭지만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식자재. 샐러드로 즐겨도 좋고, 고기와도 궁합이 잘 맞아서 맛은 물론 건강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천년초를 잘게 다져 소고기, 미나리, 풋고추, 대파 등을 다진 것과 함께 섞어 천년초떡갈비를 만들어본다. 천년초의 미끌거리는 식감은 중화되고 다른 식재료와 어우러져 담백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건강한 요리사를 꿈꾸는 성민 씨에게 아버지 배익찬 씨(75)는 가장 든든한 동료. 농사를 짓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식자재의 밑 준비를 하는데 아버지만한 동료가 따로 없다.
가지며 호박이며 표고버섯, 명아주나물 등 아버지가 준비한 말린 나물을 삶고 볶아서 말린나물새우들깨찜을 준비한다. 밤의 고장 공주에서 밤을 빼면 서운하다.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밤을 튀겨먹는단다.
속이 꽉 찬 밤과 버섯을 튀기고 달콤한 소스를 부으면 밤의 폭신한 맛이 일품인 밤탕수이가 완성된다. 친환경 식자재에 아이디어를 더하면 얼마든지 우리의 토종 식재료도 다양한 음식으로 변주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배성민 씨. 그와 함께 건강한 미래를 일구는 토종 밥상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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