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인질’ 등이 살린 극장가 불씨 이어가기…접종 마친 부모님과 스크린 나들이에 ‘딱’
코로나19 여파로 ‘최대 성수기’라는 수식어가 조금 어색해진 상황이지만, 올해 7~8월 여름 극장가는 악전고투 끝에 3편의 영화가 성과를 냈다. 약 350만 관객을 모은 김윤석‧조인성 주연의 ‘모가디슈’와 200만 관객을 넘긴 차승원 주연의 ‘싱크홀’, 150만 관객 성과를 눈앞에 둔 황정민의 ‘인질’이다.
이들 한국 영화 3편이 가까스로 살려낸 극장가의 불씨가 또 다른 극장가 성수기로 통했던 추석 연휴에도 유지될지 주목받는 가운데 2편이 출사표를 던진다. 연휴 직전인 9월 15일 나란히 개봉하는 박정민‧임윤아 주연의 ‘기적’(감독 이장훈‧제작 블러썸픽쳐스)과 변요한‧김무열이 뭉친 ‘보이스’(감독 김곡 김선‧제작 수필름)다.
#박정민‧임윤아 ‘기적’…80년대 배경 따스한 이야기
‘기적’은 1980년대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순수하면서도 따뜻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다.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잔잔하고 뭉클한 휴먼 드라마로 승부수를 띄우고 명절 기간 가족 관객을 공략한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면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볼 만한 감동 스토리다.
영화의 배경은 외지로 나가는 방법이 기찻길밖에 없는 경상북도 봉화군의 한 작은 마을이다. 기찻길은 있지만 정작 기차역이 없는 외딴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인생의 목표인 고등학생 준경(박정민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1988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최초의 민자역인 양원역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소박한 이야기이지만 주연 배우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최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시동’ 등 영화에서 활약한 박정민이 주인공 준경 역을 소화한다. 상대역은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의 연기자 임윤아다. 942만 관객을 동원한 ‘엑시트’, 781만 흥행작인 ‘공조’에서의 활약으로 스크린 주역으로 급성장한 임윤아가 심사숙고 끝에 택한 차기작으로도 주목받는다.
영화의 중심은 4차원 수학 천재인 준경을 연기한 박정민이 이끈다. 시나리오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그는 “한 번 더 읽을 때도 또 눈물이 나서 ‘이 영화는 반드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는 임윤아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도 매력적이었지만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고 읽자마자 확신을 갖고 선택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순수하고 순박하지만 저마다 개성 넘치는 동네 사람들이 만드는 따스한 이야기는 ‘기적’이 내세우는 경쟁력이다. 현실에서 지치고 힘겨운 이들에게 잠시나마 휴식 같은 시간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이었다. 여기에 배우 이성민이 박정민의 아버지이자, 속정 깊은 기관사 역할을 맡아 작품을 든든히 받친다.
물론 따뜻한 이야기라고 해서 연기가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박정민과 임윤아는 각자의 숙제도 해결해야 했다. 30대인 박정민에게는 10대 소년을 표현해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분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박정민은 “출연을 망설이게 만든 단 하나의 이유는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이었다”며 “고등학생 역할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했고 제작진과도 상의했다”고 돌이켰다.
이에 제작진은 ‘기발한’ 대안을 내놨다. 바로 극 중 박정민의 친구들 역할을 맡을 배우를 실제로 박정민과 비슷한 나이의 연기자로 캐스팅하는 것이다. 박정민 역시 제작진에게 ‘10대는 캐스팅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건넨 끝에 30대 배우의 10대 연기가 가능했다.
임윤아의 과제는 사투리 구사였다. 경상도와 강원도 지역을 넘나드는 사투리로 대사를 소화했던 그는 억양을 미리 익히고 표현법을 숙지했다. 뜻밖의 도움도 받았다. 과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그는 조부모가 쓰는 경상북도 영주 사투리를 듣고 자란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대사를 익혔다고 돌이켰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극의 배경이 영주로 나와서, 운명적인 느낌까지 들었다”는 게 임윤아의 말이다(관련기사 [인터뷰] ‘기적’ 임윤아 “소시 ‘찐팬’ 박정민, 멤버들 근황 자꾸 물어”).
#변요한‧김무열 ‘보이스’…현실 범죄 통쾌한 소탕
‘기적’이 잔잔한 이야기로 뭉클한 감동을 만든다면 변요한과 김무열이 뭉친 ‘보이스’는 현실에 만연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탕하는 이야기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공권력이 해결할 수 없는 통쾌한 복수를 극적으로 그린다. 실제 범죄 피해자들에게 영화로나마 ‘대리만족’을 선사하겠다는 게 제작진의 각오다.
‘보이스’는 악랄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은 서준(변요한 분)이 주인공이다. 자신은 물론 주변인들까지 범죄의 타깃이 돼 30억 원을 하루아침에 날리자 직접 중국 내 조직의 본거지에 잠입해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 분)를 상대로 복수를 벌인다. 전화 한 통에 속아 생계까지 위협받는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조직의 우두머리를 처단한다는 설정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워낙 수법이 정교하고 다양한 피해 사례가 공개돼 온 만큼 제작진은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이들 조직이 어떻게 대본을 준비하고 인출책을 섭외하는지, 환전소에서의 작업은 물론 콜센터 운영까지 조직적인 범죄를 스크린에 옮겼다. 공동 연출자인 김곡 감독은 “현재진행형인 범죄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며 “아무리 영화더라도 리얼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보이스’는 코로나19 장기화라는 현실 문제와도 맞닿아있는 영화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늘다 보니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욱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조직의 설계자 역을 맡아, 보는 이들의 혈압을 상승하게 만드는 김무열마저도 현실에서의 범죄의 증가를 우려했다. 그는 “최근 백신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일어난다고 하는데, 주요 표적이 우리의 부모님들”이라며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않은 분들이 더 노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무열과 달리 변요한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인물이다. 전직 형사라는 설정에 따라 몸소 조직 내부로 침투해 비열한 범죄의 세계를 부숴버린다. 고난도 액션은 필수였다. “촬영을 위해 액션스쿨에서 스파르타식으로 훈련했다”는 그는 “리얼 액션이 대부분이라 진흙탕처럼 징글징글하게 싸웠다”고 했다. 명절 관객을 겨냥한 변요한만의 필살기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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