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3회 낙선 ‘서울대 법대 징크스’…같은 당명 재집권 불가론과 10년 주기설 ‘뭐가 깨질까’
먼저 재집권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징크스다. 더불어민주당은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같은 당명 재집권 불가’ 징크스를 깨야 한다. 제6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같은 간판을 달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는 없다.
민정당 소속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 신한국당이 배출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간판을 달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 이후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대통령이 됐다.
이처럼 직선제가 도입된 뒤엔 같은 당명으로 재집권한 경우가 없다. 같은 진영에 있더라도 집권 뒤엔 당명이 바뀌어 재집권한 사례만 존재한다.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에 해당한다. 정가에선 더불어민주당이 간판 교체 없이 재집권에 골인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펼쳐졌던 징크스와 현 상황은 그 궤가 다르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4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전 어느 대통령보다 레임덕 타격을 덜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레임덕의 강도가 옅어졌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같은 간판을 달고도 충분히 재집권을 노릴 수 있는 형세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유력 주자들은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같은 당명 재집권 불가’ 징크스를 깨는 도전자 입장에 놓이게 된다.
다음은 ‘서울대 법대 징크스’다. 서울대 법대는 과거 ‘출세 보증수표’로 여겨졌다. 한국 사회 엘리트주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서울대 법대다. 많은 영화나 대중매체 또한 ‘서울대 법대’ 입학이라는 사건을 성공이란 키워드로 투영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 출신들도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있으니 바로 대권이다. 여태껏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인물은 없다.
15~17대 대선에서 세 차례나 대권의 문을 노크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표적으로 서울대 법대 출신 대선주자로 회자되는 인물이다. 15·16대 대선에서 그는 한끗 차이로 대권을 놓쳤다. 17대 대선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 전 총재 이전 선거에선 신군부와 삼김(三金)이 정치권 주류로 활동한 까닭에 서울대 법대 출신들의 존재감이 옅었다.
이 전 총재는 ‘고졸 신화’의 제물이 됐다. 고졸 민주화 진영 대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첫 패배를 당했고, 고졸 인권 변호사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두 번째 일격을 당했다. 세 번째 도전에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세론’에 방점을 찍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 뒤로 대권을 잡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역시 서강대와 경희대 출신이다.
이번 대선에선 5명의 서울대 법대 출신 잠룡이 출사표를 던졌다. 주요 서울대 법대 출신 대권 주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꼽힌다. 윤 전 총장과 이 전 대표가 모두 여야 대선 경선에서 살아남는다면 ‘서울대 법대 대권 불가’ 징크스는 깨질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수성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추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대 법대 징크스와 관련해 이회창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엘리트주의에 대한 국민 반감을 줄이는 것이 서울대 법대 출신들의 숙제라고 본다”고 했다. 이 인사는 “아무리 그 전까지 대세론을 형성하더라도 본선거에 돌입하면 서울대 법대 출신들의 엘리트 마인드와 일반 국민의 공감대에 적잖은 괴리가 발생한다”면서 “이때 빠지는 지지율이 서울대 법대 출신 이회창 전 총재의 거듭된 좌절의 원인으로 보였다”고 했다.
출생연도를 10년 단위로 끊어 대통령이 2명씩 배출된다는 징크스도 있다. 1930년대생으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있었다. 그 다음은 1920년대생이 두 명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바통은 1940년대생 대통령이 이어받는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1950년대 생이다. 이 징크스에 따르면 1960년대생의 시대가 열릴 시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0년 단위 대통령 2명 배출’ 징크스가 달갑지 않은 건 여야 ‘추격자’들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 전 대표는 1952년생이고, 홍 의원은 1954년생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1956년생으로 이 징크스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면 여야에서 대세론의 중심에 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960년대생으로 이 징크스 범위 밖에 있다. 이 지사는 1964년생, 윤 전 총장은 1960년생이다.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진다는 징크스도 있다. 보수진영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진보진영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 뒤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대권을 보수진영으로 가져왔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교체를 이뤄낸 뒤 치러지는 20대 대선이다. 이 징크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재집권이 더 유력한 시나리오가 아니냐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징크스는 처음 소개했던 ‘같은 당명 재집권 불가’ 징크스와는 모순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어느 징크스가 거론되면 다른 징크스로 맞받아치는 ‘가위바위보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을 통해 여러 징크스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깨지게 될 것”이라면서 “어느 징크스가 수명을 다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선의 하나의 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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