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감자가공스낵·초콜릿·치킨 등 가공식품 중독 유발…자연재료 본연의 맛 음미하는 훈련 필요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한호열 상병(구교환 분)이 안준호 이병(정해인 분)과 단둘이 라면을 먹으며 한 말이다. 드라마 설정처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과자 한 봉지를 다 먹어버린 경험은 없는가. 배가 부른데도 자꾸만 손이 간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음식중독의 무서운 점”이라고 경고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내과의사 오니시 무쓰코 씨는 “음식중독이란 먹는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단순 과식과는 다르다. “특정 음식을 습관적으로 과도하게 먹는 것으로, 건강에 여러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음식중독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관련 연구조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2015년 과학저널 ‘플로스원(PLOS ONE)’에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연구가 게재됐다. 18~23세 남녀를 대상으로 ‘음식 의존증’ 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92% 정도는 ‘먹고 싶다’는 열망이 필요 이상으로 강해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음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결과도 실려 있다. 미국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가 18~64세 성인을 대상으로 ‘중독성이 강한 식품’을 조사해 순위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1위가 피자, 2위 초콜릿, 3위 감자칩, 4위 쿠키, 5위 아이스크림 순이었다. 반면, 가장 문제가 없고 중독성도 없는 식품도 발표됐는데, 1위는 오이가 올랐다. 그 뒤를 이어 당근, 콩, 사과, 현미 순이었다고 한다. 요컨대, 자연 상태의 식품일수록 중독성이 낮고, 가공도가 높을수록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성의 라면 끊을 수 없는 이유
최근 일본 매체 ‘여성세븐’도 전문가 5명에게 ‘중독성이 강한 음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인 음식은 바로, 라면이었다. 염분이 높아 원래도 건강에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선요리 연구가 사와키 미즈호 씨는 “라면스프에 그 비밀이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라면스프는 다시마, 가다랑어, 조개 등 각종 식재료 분말이 주원료다. 그런데 “이들 추출물에는 인공조미료와 마찬가지로 ‘감칠맛 성분(MSG)’이 들어있다”고 한다. 사람의 미각은 자극적인 강한 맛에 익숙해지면, 천연 재료로 우려낸 육수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된다. 사와키 씨는 “이러한 이유로 MSG가 첨가된 맛을 계속 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면 이외에도 감자가공스낵, 초콜릿, 고카페인 에너지음료, 프라이드치킨, 빵과 케이크 등이 쉽게 중독되는 위험한 음식으로 지목됐다. 특히 “감자가공스낵은 어떤 면에서는 라면 이상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기름에 튀겨 만든 과자이기 때문에 지방 함량이 높은데다, 소금이나 인공 양념이 더해져 염분 과잉 섭취 및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기름을 지나치게 가열하거나 여러 번 가열할 때 생기는 독성물질 ‘하이드록시노네날’도 염려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감자를 가공한 스낵들은 바삭한 식감으로 한층 더 중독성을 유발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초콜릿, 에너지음료, 치킨도 중독성 높아
초콜릿의 주성분인 카카오원두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다. 문제는 쓴맛이 나므로 먹기 편하게 다량의 설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초콜릿 향료로 많이 쓰이는 바닐라향은 주성분인 바닐린에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다.
초콜릿 제조에 필요한 ‘유화제’도 위험성이 제기된다. 본래라면 섞이지 않을 물과 기름을 혼합하기 위한 첨가물로, 그 정체는 세제를 만들 때 사용하는 계면활성제와 같다. 최근에는 향료나 유화제 등을 쓰지 않는 ‘착한 초콜릿’도 출시되고 있으니,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초콜릿은 티로신이나 트립토판이라는 기분을 고조시켜주는 물질이 포함돼 중독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카페인도 이에 못지않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세로토닌이라는 행복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된다. 따라서 섭취하면 할수록 끊을 수 없게 되는 것.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특히 에너지음료의 과다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쓴맛이 없고, 마시기 좋아 무심코 과다 복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더욱이 커피의 카페인과 달리, 에너지음료의 카페인은 식품첨가물이다. 소량이라도 어린아이가 마시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곤할 때 달달한 청량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 역시 위험하다. 가령 청량음료 한 캔에는 각설탕 10개 이상의 당류가 들어있다. 당뇨병 전문의 이치하라 유미에 씨는 이렇게 지적한다. “설탕중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이 먹으면 쾌락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잉 분비된다. 기분이 좋아지고 더 먹게 만든다. 결국 내성이 생겨 설탕을 자꾸만 찾게 되는 중독이 발생한다.”
차가운 음료의 경우 벌컥벌컥 마시기 쉬워 대량으로 당분을 섭취하게 된다. 비만이나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배달음식의 단골메뉴인 치킨도 요주의다. 보통 기름에 튀기면 감칠맛이 나기 때문에 닭고기 자체의 질이 나빠도 맛있다고 느껴진다. 가정에서 튀긴 것이라면 괜찮을지 몰라도, 시판되는 치킨의 경우 팜유가 사용되기도 한다. 팜유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트랜스지방이 없는 것이 장점. 반면 산화방지제로 인한 발암성, 당뇨병이나 대장암의 발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빵과 케이크, 도넛 같은 밀가루 가공식품 역시 당질과 기름이 문제다. 영양관리사인 아소 레이미 씨에 의하면, 정제된 밀가루는 급격한 혈당 상승을 유발한다. 서양에서는 그동안 품종개량을 통해 밀의 글루텐 함량을 계속 높여왔다고 한다. 더 쫄깃하고 더 바삭한 식감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마약과도 같은 중독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문제시되고 있다. 대단한 의지가 없으면 밀가루를 끊기란 상당히 어렵다.
#음식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물론, 한번 먹었다고 해서 음식중독이 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습관화하지 않는 것. 내과전문의 오니시 씨는 “컵라면을 매일 먹으면 의존 위험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먹는 횟수가 적으면 중독 위험이 줄어든다”고 전했다. “기호식품으로서 주 1회 정도 섭취하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중독이 강한 식품의 섭취 빈도를 줄이고, 과일이나 야채 등 신선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요령”이라고 덧붙였다.
가공식품에 중독된 사람이라면 자연 상태의 재료를 가급적 있는 그대로 조리해 ‘본연의 맛’을 음미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흔히 가공식품은 칼로리만 높고 영양이 극단적으로 편중돼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공식품을 가까이할수록 ‘배부른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식욕이 폭발하지만, 이때 가공식품을 먹으면 영양부족은 개선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서플리먼트 등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면서 중독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더하면 효과적이다. 몸이 원하는 건지, 아니면 뇌가 쾌락에 빠져 특정 음식을 자꾸 찾는 것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진짜 몸에 필요한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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