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임종석·추미애, 야권 이준석 최적 카드…최종 대선후보에 따라 ‘맞춤형’ 떠오를 전망
이낙연발 사퇴로 촉발한 ‘미니 총선’이 대선판을 달구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가 내년 3·9 대선과 연동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음 번지수를 찾는 미래 권력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 전 대표 사퇴안이 최종 처리되면, 내년 3월 9일은 대선과 미니 총선이 동시 치러지는 ‘슈퍼데이’로 격상한다. 차기와 차차기의 미래 권력이 맞붙는 별들의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최적의 러닝메이트 찾기다.
내년 3·9 재·보궐선거 지역은 최대 5∼6곳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 종로(이낙연)를 비롯해 서초갑(윤희숙), 충북 청주 상당(정정순), 경기 안성(이규민), 전북 전주을(이상직) 등이다. 이 중 서울 종로와 서초갑을 제외한 나머지는 재판이 걸린 지역이다. 청주 상당의 정정순 민주당 의원은 회계부정 혐의 등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됐다. 같은 당 이규민 의원과 이상직 무소속 의원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과 1심에서 각각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정치권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폭탄 돌리기'를 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직안은 9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총투표수 223표 중 찬성 188표, 반대 23표, 기권 12표)됐다. 윤 의원이 8월 25일 대선후보직 사퇴와 함께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지 19일 만이다. ‘나는 임차인입니다’ 발언으로 뜬 윤 의원은 부친이 농지법 위반 의혹에 휘말리면서 중도 낙마했다.
여의도 안팎에선 윤희숙 사직안 가결 직후 “미니 총선은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애초 여야 의원들은 윤 의원이 사직안을 제출한 직후 책임을 떠넘기다가 결국 가결로 선회했다. 윤희숙 사직안에는 민주당 의원 80여 명가량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갑 후보로는 여권에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야권에선 이혜훈 전 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거론된다.
윤희숙 사직안 처리 이후 여야 내부에선 “이낙연 사직안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던 민주당 지도부도 이 전 대표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특히 민주당 대선 경선 1차 슈퍼위크에서 31%를 얻은 이 전 대표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자, 송영길호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 전 대표가 사퇴하면,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정치 1번지도 민심의 심판대에 오른다. 반대로 이 전 대표 사퇴를 만류하면, 1차 슈퍼위크에서 가까스로 살린 결선투표제 불씨를 당 지도부가 꺼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당이 이낙연 사퇴안에 갇힌 형국”이라며 “당 지도부도 (미니 총선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물밑에선 벌써부터 ‘정치 1번지’ 하마평이 무성하다. 여권에선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꼽힌다. 야권에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비롯해 나경원 전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정문헌 현 당협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야권 일부 인사들은 ‘이준석 카드’ 군불 때기에 돌입했다.
여야 핵심 관계자들은 종로 보궐선거와 관련해 “논의한 바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여기엔 상대방의 전략이 공개되기 전까지 우리의 패를 까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역으로 여야 중 한쪽이 먼저 움직일 경우 다른 쪽도 빠르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관전 포인트는 ‘최적의 러닝메이트 퍼즐’이다. 여야 복수 관계자들은 “여야 최종 대선후보를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정치 1번지’ 후보군 변수는 첫째도 둘째도 대선후보와의 시너지효과라는 뜻이다.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선후보의 약점을 채울 보완재 후보 찾기다. 예컨대 여권에서 비문(비문재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종 후보가 될 경우 친문(친문재인)계 후보를 종로에 전략 공천하는 식이다. ‘비문 대선후보·친문 종로 보궐선거 후보’ 조합인 셈이다.
현재 거론되는 여권 종로 보궐선거 후보군인 임종석 전 실장과 추미애 전 장관은 보완재 조합에 부합한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았던 임 전 실장은 신친문으로 통한다. 추 전 장관은 친문 강경파 지지에 힘입어 민주당 대선 경선 1차 슈퍼위크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추풍(추미애 바람)에 밀린 정 전 총리는 9월 14일 “백의종군하겠다”며 후보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보완재 대신 강점 극대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이는 양자가 대체재 관계일 때 주로 성립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라면, 대체재 관계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러닝메이트 관계를 형성,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전면에 내거는 식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권력기관 수장이었다. 대선 막판 ‘정권 연장 vs 정권 심판’ 프레임이 고착될 경우 ‘윤석열(대선후보)·최재형(종로 보궐선거 후보)’ 조합의 위력이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여야는 선거 막판까지 대선후보와 정치 1번지 후보 간 러닝메이트 조합을 놓고 최적의 퍼즐 맞추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권에선 이 지사가 최종 대선후보가 된다면 ‘보완재 후보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재명·임종석’ 카드보다는 ‘이재명·추미애’ 카드가 친문계 지지층 결집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이 임 전 실장보다 대중성이 월등한 데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추풍을 일으키는 만큼 이 지사로선 비주류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다. 이낙연 지지층의 반이재명 기류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재명·추미애’ 카드가 이 지사의 지지층 이탈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8월 27∼28일(공표 30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낙연 지지층 중 45.2%만이 “같은 당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 지지층의 68.6%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미니 총선 급으로 커진 게 이 지사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추 전 장관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에도 거론, 지방선거 출마 결단에 따라 러닝메이트 최종 조합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이낙연·임종석’ 러닝메이트 조합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명 ‘집토끼(지지층) 결집 극대화’ 전략이다. 이 전 대표와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각각 지냈다. 반면 ‘이낙연·추미애’ 조합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양측이 이른바 조국 사태를 놓고 충돌, 실현 불가능한 조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추 전 장관은 대선 토론회 때마다 ‘이낙연이 조국을 쳤다’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발언을 거론, 맹공을 퍼부었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이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될 경우 최 전 원장 이외에도 ‘윤석열·나경원 조합’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일 때도 ‘홍준표·최재형’, ‘홍준표·나경원’ 등의 러닝메이트도 가능하다. 전자는 강경 보수층 결집을 꾀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후자는 보수층 결집 이외에도 홍 의원 약점인 여성표를 잡을 조합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정치권이 꼽은 최강의 야권 조합은 ‘윤석열·이준석’, ‘홍준표·이준석’ 카드다. 현상으로 자리 잡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 1번지에 전격 등판할 경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중반 출생자) 결집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야권 일부 관계자들은 이 대표 종로 출마에 대해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원외 꼬리표는 그간 이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정권교체에 이어 정치 1번지까지 탈환하는 데 역할을 한다면, 단번에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다는 점도 ‘이준석 등판론’을 추동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제가 나갈 선거는 3년 뒤”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고민은 셀프 공천 논란이다. 당 내부에선 “이 대표를 위해 전략공천은 할 수 없지 않겠느냐”라는 기류가 강하다. 이에 따라 연고가 없는 이 대표를 위해 여론조사 비중을 강화한 경선 룰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당도 룰의 딜레마에 빠졌다. 민주당 당헌(제96조2항)에 따르면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이 치러지면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사퇴가 부정부패는 아니지만, 보궐선거 사유가 자당 인사에 있는 만큼 무공천 요구를 거세게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은 박원순·오거돈 유고로 치른 4·7 서울·부산 보궐선거 당시 당헌 제96조 2항에 ‘전 당원투표를 통해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항목을 추가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여당 한 관계자는 “재보선 전략은 대선 경선이 끝나는 10월 중순 이후에나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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