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엑시트로 대상그룹 승계 재원 마련 관측…업계 경쟁 격화 속 3년째 적자 ‘손 털기’ 시선도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초록마을은 추석 연휴 전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들어간다. 지분을 얼마나 매각할지, 경영권은 누가 쥘지는 향후 협상을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대상 관계자는 “초록마을 향후 변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 유치 일환”이라고 밝혔다.
초록마을의 주주는 대상홀딩스(49.1%),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대상 부회장(30.17%), 차녀 임상민 전무(20.31%), 기타(0.43%)로 구성돼 있다. 또 대상홀딩스 주주는 임상민 전무(36.71%), 임세령 부회장(20.41%), 임창욱 명예회장(4.09%)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록마을에 임세령 부회장과 그의 여동생 임상민 전무의 지분이 상당한 셈이다.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초록마을의 일부 지분이 시장에 나오자 대상그룹이 3세 경영과 경영권 승계작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전무에서 승진한 임세령 부회장은 대상홀딩스 이사로 선임됐고, 마케팅담당중역에서 전략담당중역까지 맡아 입지를 다졌다. 상반기 출산휴가를 마치고 현업에 복귀한 임상민 전무도 전략담당중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매가 초록마을 지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상속세 등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주가매출비율(PSR)은 3배 안팎. 여기에 지난해 초록마을의 매출액 1927억 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해도 기업 가치가 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자매가 지분 매각에 나선다면 꽤 큰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록마을의 지분 매각이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적자 상황에서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선식품 유통업체에 투자한 한 벤처투자사 관계자는 “신선식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흑자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고민될 정도인데 3년째 손실이 이어지는 초록마을에 선뜻 투자하려는 회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초록마을의 매출액은 2016년 약 2304억 원, 2017년 2259억 원, 2018년 1904억 원, 2019년 1639억 원, 지난해 1927억 원을 보였다.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 추세다. 영업이익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42억 원, 13억 원을 기록하다가 2018년부터는 손실로 돌아서 2018년 43억 원, 2019년 49억 원, 2020년 3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422개이던 초록마을의 전국 매장 수도 현재 405개로 줄었다.
초록마을의 경쟁력이 떨어진 주요 원인으로는 더딘 온라인 전환이 꼽힌다. 초록마을은 전체 매장 중 90% 이상의 매장에서 근거리 비대면 주문·배송서비스인 ‘매장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물류센터’, ‘콜드체인’ 등 전문 물류시스템을 갖춘 경쟁사들과 비교하기 힘들다. 초록마을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2019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지만, 아직 전체 매출 가운데 온라인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까닭에서 초록마을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앞의 벤처투자사 관계자는 “(경쟁사인) 마켓컬리는 온라인에서만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초록마을은 아직 오프라인 매출에 의존하고 있어 온라인 전환까지 갈 길이 멀다”며 “같은 적자 회사여도 물류가 부족한 회사에는 투자의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쟁사들이 등장해 초록마을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신선식품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초록마을의 경쟁자는 오프라인 기반의 ‘생협(생활협동조합)’이나 ‘한살림’ 정도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마켓컬리, 오아시스, 쓱닷컴 등이 모두 경쟁자가 됐다”며 “상품 구성이나 유통 방식에서 업그레이드하지도 못한 탓에 초록마을은 소비자들을 붙잡을 수 있는 경쟁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지분 매각을 일종의 ‘손털기’로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록마을이 온라인 활성화를 위해 유통·물류에 투자해야 한다면 초록마을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모기업인 대상이 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분을 외부에 내주고 경영권마저 협상 테이블에 올리면서 자금을 확보한다는 것은 대상이 초록마을에서 손을 떼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신선식품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대상이 초록마을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의 투자금 유치는 (자금 확보를 위한) 오너 일가 엑시트의 첫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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