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의 한 시장. 이곳엔 70년 전통을 잇고 있는 떡집이 하나 있다. 황해도에 살다가 6.25 때 피난 왔던 1대 주인. 먹고 살길이 요원해 이북에서 먹던 찹쌀떡을 만들어 팔아 살림을 꾸렸다.
지금은 그의 며느리와 손자가 3대째 대를 잇고 있다. 이 집 떡은 다 맛있기로 소문났지만 그중 단연 인기 품목은 이북식 찹쌀떡이다. 동글동글한 모양에 가루가 묻어있는 일반 찹쌀떡과는 다르게 네모난 절편 모양이다.
찹쌀 고두밥을 지어 만든 매끈한 떡은 쫄깃함이 남다르다. 안에 든 팥소는 시어머니의 방식대로 회색 거피팥을 사용한다. 달콤하고도 고소한 팥소를 만들기 위해 팥을 삶고, 쪄내고, 갈아서 덖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기다 떡 맛에 풍미를 더하는 비결이 또 있다는데 바로 밀랍이다. 이 역시 시어머니가 가르쳐준 떡의 비법이다. 떡에 고급스러운 벌꿀 향을 가미할 뿐 아니라 떡이 쉬는 것을 방지한다.
떡은 정직함과 정성으로 만드는 거라던 시어머님의 가르침이 몸에 새겨져서 그리고 떡 맛에 대한 손님들의 기대를 배신할 수 없어서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추석을 앞둔 시기 떡집이 대목을 맞는 때이다.
이 집은 송편을 잘하기로도 소문났다는데 그 비법은 일일이 손으로 빚는 데 있다. 기계가 발달해도 사람 손맛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엄마의 철칙인지라 몇 년 전 아들이 들여놓았던 송편 기계는 쓰지도 못하고 팔아버렸단다.
10년 전쯤 직장 일을 관두고 엄마와 함께 떡집 일을 하겠다고 나타난 아들. 처음엔 아들이 자신과 같은 고생길을 걸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열심히 힘을 보태주는 아들이 있어 든든하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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