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이란 외국으로부터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유입되어 그 본래의 서식지를 벗어나 존재하게 된 생물을 말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국에서 들여오는 외래종은 연평균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외래종이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우리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고 심지어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 외래종의 현주소를 짚어볼 예정이다.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에 위치한 안마도는 탁 트인 해안과 아름다운 초원 능선이 일품인 섬이다. 말의 안장을 닮아 안마도(鞍馬島)라 불리는 이 섬은 언제부턴가 그물과 울타리로 뒤덮인 섬이 돼 버렸다. 안마도 주민들에 따르면 그물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조차 없다고 한다.
안마도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의 정체는 밤이 되면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낯선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마을에 내려오는 녀석들은 다름 아닌 사슴. 안마도에 사는 사슴의 개체 수는 무려 천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약 30여 년 전 녹용과 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들여왔지만 이제는 사실상 주인이 없는 무주물이자 오랜 시간 방치되어 야생화됐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슴은 무리를 지어 마을로 내려와 농작물과 묘지를 훼손시키는 골칫덩어리가 돼 버렸다.
하지만 단순 개체 수 증가만으로는 사슴으로 인한 문제를 인정할 수 없는 데다 사슴은 축산법상 가축이기 때문에 소관 부처가 자신들이 아닌 농림부라고 주장하는 환경부. 이렇게 서로 문제 해결을 떠미는 사이 안마도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용인의 한 곰 사육농장에서 두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사육장을 탈출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해당 마을 주민들. 도대체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걸까. 비좁은 철장 안에서 사육되고 있는 곰들은 애초에 외국에서 수입된 녀석들.
1980년대 정부는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수입된 곰의 사육을 장려했다. 하지만 사육 곰 사업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악화되자 1993년 7월 멸종위기 동‧식물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CITES)에 가입했고 이 여파로 인해 가축으로 사육되던 곰이 돌연 야생동물 보호법에 따른 관리 대상이 돼 버렸다.
용인의 한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곰의 주인은 자신이 정부의 이런 오락가락하는 정책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외국에서 들여왔지만 이제는 애물단지가 돼 버린 곰. 모호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결국 철장 속 반달가슴곰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신세다.
오랜 시간 우리나라 생태계를 망가뜨려 왔던 외래종들이 있다.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큰입배스와 블루길, 그리고 붉은귀거북. 이들은 강력한 번식력과 생존력으로 우리 토종 생태계에 큰 위협을 주는 이른바 '생태계교란 생물'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적으로 퇴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자연 생태계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생태계교란 생물. 우리 인간이 퇴치 작업에 손을 놓는 순간 그 개체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한 번 자연 생태계에 들어와 적응해버린 외래종을 박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들여 끊임없이 잡아낼 수밖에 없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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