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6월29일로 예정된 차기 지도부 구성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벌어지는 줄서기 행태를 꼬집은 것. 즉 당내 상당수 인사들이 유력 당권주자 여러 명과 접촉하면서 전당대회 ‘후폭풍’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 당권을 향해 뛰고 있는 주자는 강재섭 김덕룡 김형오 서청원 이재오 최병렬 의원(사진). 이들 중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저마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워 ‘대세론’을 주장하고 있다.
한 유력 주자 진영에선 “우리가 2위 후보를 약 3~4% 정도 앞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유력 주자 진영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치를 내세워 우위를 점치고 있다.
이처럼 최후의 승자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당권 구도는 한나라당 인사들을 ‘양다리 열풍’ 속으로 인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당권을 쥘 주자에게 ‘찍히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소장파 인사의 말에서 이런 기류의 배경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선두를 다투는 당권 주자들끼리는 전당대회 이후 지금보다 더 큰 반목현상을 보일 것이다. 이들 주자들은 내년 총선을 대비해 당내 개혁과 대규모 물갈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의 아픈 곳을 찔러가며 반목을 거듭한 이들이 전당대회 이후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면 누굴 물갈이 대상으로 점찍을지 안 봐도 훤하다.”
이 인사도 “두 명의 유력 당권주자 진영에 채널을 트고 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한 주자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기보다는 둘 혹은 세 명의 주자에게 선을 대놓고 차후에 피해 볼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통해 도약을 꿈꾸는 젊은 세력뿐만 아니라 중진급 의원들에게까지도 이 같은 ‘양다리’ 분위기가 확산중이다. 현재 당권 3강으로 꼽히는 강재섭 서청원 최병렬 의원 등은 각각 한나라당 내에서 50~1백 명 정도의 의원을 지지 세력으로 포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포섭했다고 주장하는 의원들 중 “나 누구 편이오”라고 내놓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3강으로 꼽히는 당권주자들이 “이 사람은 내 편이오”라고 주장하는 의원의 이름이 다른 유력 당권주자 진영에서 작성한 지지자 명단에 들어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각 당권주자 진영에서도 이 같은 ‘양다리’ 분위기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 유력 주자측의 인사는 “이번 전당대회 이후 후유증도 크겠지만 총선 이후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내각제 개헌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양다리’ 현상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